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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편 Dec 30. 2020

등장인물도 다이어트가 필요해 (2)

드라마 <다이너스티: 1%의 1%>

매거진 <만약에 웹소설>은 웹소설이 아닌 콘텐츠(영화, 드라마, 게임 등)를 바탕으로 '만약에 이게 웹소설이었다면 어떻게 편집했을까'를 연재하는 곳입니다. OSMU인 작품이라 해도 결국 각각의 개별 작품으로 보기 때문에, 제가 접한 해당 작품 하나로만 판단합니다.

전체 줄거리는 다루지 않으며 '초반 내용의 초고와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편집자가 하게 되는 첫 작업을 중심으로 씁니다.

편집 스타일은 편집자마다 상이하므로, 본 매거진이 모든 웹소설 편집자의 의견을 대표하지는 않습니다.

댓글로 작품을 추천해 주시면 검토 후 리뷰하겠습니다.


1편에서는 <다이너스티>에서 초반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는 지적을 했다.

이대로면 웹소설화가 곤란하다는 말과 함께.

(https://brunch.co.kr/@editorlim/2)


이제 2편에서는 이를 웹소설 원고로 받았을 때 어떻게 편집할지에 대해 쓰고자 한다.


이 드라마를 웹소설로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먼저 짜고, 소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외의 인물은 일단 보류.

이것이 핵심이다.


주동인물은 블레이크의 딸인 팰런, 반동인물은 블레이크의 두 번째 아내인 크리스털이다.

그리고 이들의 갈등의 중심에는 블레이크가 있다.

이걸 웹소설로 쓴다면 초반에 당신이 집중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세 사람의 이야기다.


시작은 크게 달라질 부분이 없을 것이다.


아버지 블레이크는 회사 내 임원인 크리스털과 연인 관계고, 팰런은 이를 모른 채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왔더니 웬 여자가 계모가 될 예정이라며 자신보다 더 높은 최고경영자 위치에 서게 되었다고 한다. "저딴 여자가 아빠랑 내 자리마저 뺏다니 참을 수 없어!"


이런 식의 시작을 하게 될 것이다.

드라마와 얼핏 보면 같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다른 등장인물들의 '소거' 혹은 '등장 보류'다.

저 세 사람이 앞부분에서 지지고 볶고 관계를 형성하는 동안(독자들에게 어필하는 동안) 다른 인물들의 존재감은 죽여야 한다.

집 나갔던 오빠 스티븐은 좀 더 나중에 집에 돌아와야 하고, 크리스털의 조카이자 스티븐의 연인인 새미도 스티븐과 함께 나중에 등장하는 걸로 미뤄야 한다.

캐링턴가의 사용인인 조셉과 컬헤인은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 보조적인 선에서만 등장이 이뤄지는 게 좋다.

오히려 주변 인물들 중 초반의 에피소드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건 크리스털의 불륜 상대였던 매튜다.

매튜는 팰런-블레이크-크리스털의 힘 겨루기에서 중요한 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대략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정리했다면 회차별 나올 얘기는 다음과 같다.


1화: 집에 돌아온 팰런, 뜬금없는 아버지의 약혼 소식에 놀란다. 저런 여자가 계모가 된다니, 그녀는 인정할 수 없다.

2화: 크리스털과 블레이크의 결혼을 팰런은 어떻게든 저지하려 한다. 그리고 이를 비웃듯이 크리스털은 팰런을 더욱 엿 먹여 화를 부추긴다. 그때 마지막에 등장하는 웬 수상한 남자 매튜, 그는 누구일까?

3화: 크리스털은 블레이크와의 결혼을 앞두고 매튜와의 관계를 정리하려 한다. 실은 크리스털이 매튜와도 깊은 관계를 맺어왔던 것이다. 그리고 이는 크리스털을 몰아내려는 팰런의 눈에 뜨이게 된다.

(후략)


이렇게 하면 주요 인물들을 소개하면서도 서사 진행을 할 수 있다.

대강 이 불륜 에피소드가 1차로 갈무리되면 그때 스티븐과 새미가 등장해 새 에피소드를 형성하거나, 앞서 나왔던 에피소드와 순차적으로 엮어 살을 붙이는 것이 좋다.

앞서 말한 셋의 관계와 갈등이 설명되었으니 뒤에서 계속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어도 이 세 사람의 갈등 구조는 여전히 유효하게 작용하게 되었다.

그러니 이제 새로운 등장인물과 에피소드가 등장해도 독자들의 혼란스러움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요는 아래와 같다.

독자들이 먼저 기억해야 하는 사건과 인물을 중심으로 시작할 것.

나머지는 나중의 문제다.


등장인물 수나 중요도에 대한 건 앞으로도 종종 나올 문제겠지만 <다이너스티>에선 이쯤 다루기로 한다.


당신이 전할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다는 것.

그리고 거기엔 인물 수와 이름 역시 포함된다는 것.

이것만큼은 기억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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