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배워 바로 쓰는 사회복지 글쓰기』책을 출간하고 전국을 다니면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사 글쓰기 강의를 하기 전에 글쓰기에서 제일 어려운 점이 무엇인가 여쭤보면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어휘력 부족에 대한 어려움을 많이 토로합니다.
“맨날 같은 단어만 쓰게 돼요”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과 딱 맞는 단어를 찾기가 어려워요”
“사회복지 전문 용어가 어려워요”
“구어체 단어를 문어체 단어로 전환하는 것이 힘들어요”
“제가 어휘력이 부족해서요”등등 어휘에 대한 어려움을 글쓰기 어려움 첫 번째로 말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용할 수 있는 어휘량의 차이는 생각의 차이를 불러오기 때문에, 어휘력이 부족하면 글의 내용 파악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어휘력이 높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요?
일단, 알고 있는 어휘의 수가 많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뜻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고, 해당 용어의 반대말과 비슷한 말도 이해하고, 알고 있는 어휘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하는 단어입니다.
어휘력이 높다는 말은 어휘력의 폭과 깊이가 있다는 말이겠죠? 어휘력의 폭은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어휘의 크기와 범위를 말하고, 어휘력의 깊이란 어휘 이해 수준을 말합니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다”라는 말을 했는데요, 이렇듯 어휘력은 내가 읽고 쓰는 글의 범위와 폭을 정하게 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된 단어는 약 51만 개입니다.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어휘력이 부족한 사람이 약 2만 개, 어휘력이 높은 사람은 약 10만 개 정도의 어휘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어휘력이 부족한 사람이 2만 개라고 하면 놀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어휘력이 2만 개보다 더 적을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시는데요, 우리가 초등학교 6년 동안 배우는 단어가 16,000개 정도이고, 중학교 3학년까지 배우는 단어가 24,000개 정도라고 조사가 되어있으니 초등학교 중학교만 졸업해도 상당히 많은 단어를 배우게 된다는 것을 아시겠죠?
내가 어휘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양한 글을 읽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상의 대화나 일상적인 업무에서 사용하는 단어는 고정화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어휘를 만나야 어휘력이 늘겠지요? 따라서 책이나 신문, 학술지, 논문 등 다양한 어휘를 만날 수 있는 글을 읽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휘력 향상을 위한 읽기에서는 인터넷이나 sns에 있는 글은 제외하면 좋겠습니다. 인터넷과 sns에 있는 글은 줄임말이나 유행어가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어휘를 제한하거나 왜곡할 수 있습니다.
인권기반 윤리적 글쓰기를 위한 어휘력
사회복지사들은 단순히 어휘력이 좋다고만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제삼자를 대변하는 사회적 글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알고 있는 단어, 요즘 유행하는 단어라고 무조건 글에 넣으면 안 됩니다.
어떤 어휘를 선택하느냐는 여러분의 인식을 반영합니다.
예전에는 주인 없이 떠돌아다니며 거리에서 사는 고양이를 예전에는 도둑고양이라고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길고양이라고 부릅니다. 또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개 등을 애완동물이라고 표현했지만, 요즘에는 반려 동물로 표현하지요? 애완동물은 사람의 사랑은 받는 동물이라는 뜻이라면, 반려 동물은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로 보고 이들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하며 사람의 장난감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보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서울시에서 발간한 「성평등 언어 사전」을 살펴보면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단어의 대체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성역할 고착 문제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유모차’는 ‘유아차’로, ‘학부형’은 ‘학부모’로, ‘수유실’은 ‘아기쉼터’로, ‘맘스스테이션’은 ‘어린이 승하차장’으로, ‘집사람’은 ‘배우자’로, ‘저출산’은 ‘저출생’으로 사용할 것이 안내되어 있습니다. 또 ‘육아’는 ‘돌봄 노동’, ‘살림’은 ‘가사 노동’, ‘매춘’은 ‘성매매’, ‘미혼’은 ‘비혼’, ‘폐경’은 ‘완경’, ‘몰카’는 ‘불법 촬영’, ‘리벤지 포르노’는 ‘디지털 성범죄’, ‘성적 수치심’은 ‘성적 불쾌감’으로 용어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대체어들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바뀌어야 하는가는 일일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왜 이렇게 바꾸어 사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 보세요.
유모차 → 유아차
학부형 → 학부모
수유실 → 아기쉼터
맘스스테이션 → 어린이 승하차장
집사람, 미망인 → 배우자
저출산 → 저출생
육아 → 돌봄 노동
살림 → 가사 노동
매춘 → 성매매
미혼 → 비혼
폐경 → 완경
몰카 → 불법촬영
리벤지 포르노 → 디지털 성범죄
성적 수치심 → 성적 불쾌감
우리가 바뀌어 가야 할 단어
‘장애인’의 반대말을 예전에는 ‘정상인/일반인’라고 표현했지만 이제는 ‘비장애인’으로 표현하듯이, ‘결손 가정’이라는 표현을 이제는 ‘한부모 가정’이라고 표현하듯이, ‘살색’을 ‘살구색’으로 표현이 바뀌듯이 우리가 인식을 바꾸어가면 점차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 어휘도 바꾸어 가야 합니다.
‘잼민이/~린이’라는 단어도 사용하면 안 되는 거 아시죠? 초등학생을 잼민이, 어떤 일의 초보를 말할 때 ~린이라는 단어를 넣어서 골린이, 영린이처럼 표현하는데 ‘잼민이/~린이’라는 단어는 초등학생을 비하하는 단어이고, 어린이를 미숙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차별 언어입니다. ‘거지 같다’라는 단어는 빈민 혐오가 담긴 단어이고, ‘~충’이라는 단어도 혐오가 담긴 단어입니다.
우리 업무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갖는 사회복지사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개별화/정상화’라는 단어대신 ‘개인별’이라는 단어가 어떤지, ‘입소/생활인’이라는 단어 대신 ‘입주/입주가’라는 단어가 어떤지 등등 문제의식을 갖는 사회복지사들이 더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바꾸어 가야 할 단어가 활발히 논의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