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세상을 보자
앞으로 마주할 인구구조 변화는 한국의 사회, 문화, 경제는 물론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까지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이에 필자는 인구 변화에 따른 부동산 문제를 다루기에 앞서 인구학적 통찰력을 얻고자 저명한 인구통계학자인 Paul Morland가 지은 『The Human Tide』¹를 읽어보았다. 이 책에서 이 분은 인구 변화에 바탕을 두고 세계 질서와 지역ㆍ국가의 변화를 역사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필자는 이 분의 지혜를 빌려 한국 부동산 시장의 미래를 살펴보고자 하는 욕심을 가지고 있다. 그에 앞서 이 글에서는, 이 책의 내용를 요약하는 한편,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가 미래 사회ㆍ경제에 미칠 영향을 다루어 보겠다.
심각한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
한국은 현재 전례 없는 인구 구조의 변화를 겪고 있으며, 이는 사회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빠른 고령화는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3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까지 떨어졌으며, 2024년에는 0.68명으로 더욱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기준인 2.1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로,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령화 속도 또한 유례없는 수준이다. 200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7% 수준이었으나, 2019년에는 14.9%, 2024년에는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더욱이 통계청 예측에 따르면 2050년에 고령 인구 비중이 37%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067년에는 고령 인구가 생산가능인구(15~64세)를 넘어설 것²으로 전망한다. 전체 인구는 2022년 약 5,100만 명에서 2100년에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2020년 70.2%에서 2072년 45.8%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³된다.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경제 활력 저하, 재정 부담 증가, 노동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야기하며 한국 사회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에 근본적인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The Human Tide
인구 문제는 단순한 수치 변화에 그치지 않고, 국가나 지역의 역사와 경제, 사회 구조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폴 모랜드(Paul Morland)의 『The Human Tide』는 인구의 흐름이 어떻게 국가의 부상과 쇠퇴를 결정지었는지를 탐구하는 책이다. 모랜드는 이 책에서 인구의 크기와 구성, 성장 속도가 군사력과 경제력, 사회적 안정성에 직결되며, 이는 결국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주장한다.
첫째로, 인구가 많을수록 군사 동원 능력이 강해지고, 둘째로, 경제 규모와 노동력의 확보에 있어 인구는 핵심 요소이며, 셋째로, 인구 구성의 변화가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거나 안정의 기반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인구통계학이 독립적인 결정요인이 아니라 정치·경제·문화 요소들과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며, 그 지역 고유의 맥락 속에서 다르게 작용함을 강조한다. 유럽의 제국주의 확장, 일본의 산업화, 중국의 개혁개방 등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인구가 어떻게 변화의 추동력이 되었는지를 입증하고, 중동과 아시아의 사례를 통해 인구의 변동이 향후 국제 질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측한다. 이 같은 분석은 한국의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한국이 마주한 Human Tide
한국의 경우, 초저출산과 초고령화가 결합되어 ‘인구 수축(population shrinkage)’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경제성장, 노동시장, 복지제도, 세대 간 관계 등 사회 전반의 재구조화를 불가피하게 만든다. 즉 사회 수축(social shrinkage)과 같이 진행된다. 특히 2045년경에는 한국이 일본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국가가 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기존의 청년 노동력 중심의 성장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다. 잠재성장률은 이미 2.5%에서 2% 이하로 하락했고, 앞으로 2030년대 1% 초중반에서 2040년대 후반 0.6% 수준까지 낮아질 것⁴이다. 이에 따라 고령화로 인한 연금, 의료, 노인 돌봄 비용의 급증이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반면 세수 기반은 감소하고 있어 구조적 재정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다.
이러한 인구 구조의 변화는 노동시장에도 큰 충격을 준다. 청년층 인구의 감소와 고령 노동자의 은퇴 증가는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는 기업의 인력 확보와 경쟁력 유지에 심각한 제약이 된다. 특히 저성장과 고령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국면에서는 생산성 향상이 경제 유지를 위한 핵심 과제로 부상한다. 과거 제조업 중심의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서비스업의 생산성 제고,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의 활용, 고령 인구의 사회적 참여 확대 등 새로운 대안을 너무 늦지 않게 마련해야 한다. 이 전환기에는 사회 전반의 정책 체계도 대대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 연금과 건강보험 제도는 지속 가능성을 위한 개혁이 시급하고, 노인 돌봄 체계와 사회안전망도 새로운 사회 구조에 맞게 개선되어야 한다.
부동산 시장까지 밀려오는 Human Tide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인구통계 변화뿐만 아니라 이와 함께 나타나는 이주와 도시 집중 현상이다. 인구가 줄고 있음에도 수도권과 대도시로의 인구 유입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는 서울 등 핵심 지역의 부동산 시장을 지탱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 주택 시장은 인구 구조의 위기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과 거래량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젊은 층, 고소득층, 교육기관 및 기업의 수도권 집중 경향과 맞물려 있다. 반면 지방 중소도시는 인구 유출로 인해 주택 수요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미분양이 증가하며 주택 가격도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인구구조의 변화와 함께 구조적 양극화를 겪고 있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도심 집중에 따라 수도권 주택 시장의 강세가 지속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추세적 인구 감소로 인한 전반적인 주택 수요의 약화가 불가피하다. 한편 정부가 추진하는 출산율 제고 정책과 연계된 주거 지원책은 제한적인 효과만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궁극적으로 인구구조의 변화는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며, 수요와 공급의 지역별 불균형, 고령 인구의 주거 수요 변화, 세대별 주거 패턴의 변화 등 여러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엉켜 있기 때문이다.
밀려오는 Human Tide에 총력으로 맞서야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구 문제를 단지 ‘인구’ 자체로만 보지 말고, 경제, 복지, 노동, 도시계획 등 다양한 정책 분야가 연계된 통합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특히 수도권 과밀과 지방 소멸이라는 이중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센티브가 아닌, 교육, 일자리, 의료 인프라 등 삶의 질을 포괄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지역 간 균형 발전, 고령 사회에 맞춘 정책 조정, 그리고 지속 가능한 경제 기반 확보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의 과제가 되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인구 변화는 단순한 인구 통계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와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재조정해야 하는 과제를 던지는 거대한 흐름이다. 그러니 이에 대한 대응에는 기술적 해법을 넘어서 정치적, 문화적, 제도적 차원의 전방위적 노력이 요구되며, 장기적 관점에서 인구구조 대응 전략이 국가 백년대계의 근간으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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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어 번역서의 제목은 ‘인구가 바꾼 역동의 세계사’(미래의창 출판)이다.
(2) 부양비(扶養比)가 100을 넘어서기 시작한다는 것인데, 일할 수 있는 젊은이 1명이 부양해야 할 고령자 수가 1명 이상으로 바뀐다.
(3) 김평식, ‘Low Fertility Rate and Policy Responses in Korea’, 한국조세재정연구원, 2025.01.10.
(4) BOK 이슈노트,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2024.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