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평
[2025년 아파트 매매시장 회고]
2025년이 주택가격 안정기였을까?
2025년은 한국 주택시장이 겪어온 격렬한 변동기를 뒤로하고 표면적으로는 ‘하향 안정’을 달성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이 안정은 시장 전체 차원의 건강 회복이라기보다, 정부의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 규제와 지역별 극심한 양극화가 만들어낸 착시 현상에 가깝다.
시장의 이중성은 극명하게 드러났다. 서울과 수도권의 핵심 입지 아파트는 여전히 ‘불패 신화’를 유지하며 가격 방어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일부 지역에서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강력한 규제 속에서도 양질의 주택에 대한 수요가 꺾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반면, 비수도권과 지방 시장은 미분양 주택이 대규모로 적체되고 가격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 침체기를 보냈다. 정부가 지방 미분양 주택 구매 시 1주택자 혜택을 부여하는 한시적 세제 지원책을 도입해야 했을 만큼, 지역 아파트 분양 시장의 침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4월에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일련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선도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주택대출 억제 목적의 6.27 대책은, 이재명 대통령이 ‘맛보기’라고 한 발언대로 별로 효과가 없었고, 공급 확대를 내세웠지만 어설픈 내용의 9.27 대책은 선도지역의 상승에 더해 주변지역으로 상승세를 확산시켰다. 또한 주택대출 억제 강화, 규제지역을 서울 전역 및 주변도시로 확대한 10.15 대책도 여전히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편 서울 등 수도권에 대한 수요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방의 아파트 시장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첫 대책 발표 전인 6/16일부터 11/17까지 강남3구가 8.0% 오르는 등, 서울 아파트 가격이 6.2% 올랐지만, 수도권 외곽과 지방 광역시 등은 변동이 미미하거나 하락하였다. 그에 따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같은 기간에 1.1%오르는데 그쳤다.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를 동시에 노린 진보 정부
2025년 한국 주택시장은 이재명 정부가 주도한 일련의 강력한 정책 기조 아래 하향 안정과 지역별 양극화 심화라는 상반된 결과를 동시에 낳았다. 정부는 6.27 가계부채관리대책, 9.7 주택공급확대방안, 그리고 10.15 주택시장 안정화대책을 연달아 발표하며 시장을 통제하려 했으나, 거시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서울의 주택가격을 효과적으로 안정시키는데 무력함은 물론 지역별 수급 격차를 해소하지도 못했다.
2025년 6월초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강남 등 주요 지역의 아파트 값이 상승하는 가운데, 거래량이 서울에서 월 10,000건을 넘고 수도권 전체로 59,000건에 육박하면서 가격 급등의 불쏘시개가 될 기미가 보였다. ¹ 이에 정부가 긴급히 들고 나온 것이 주택금융 규제였다. ‘6.27 가계부채관리대책’을 통해 정부는 건별 대출한도를 6억원으로 설정하고 가계부채 총량 목표치를 설정하고, 개인의 대출한도 계산에 적용하는 스트레스 DSR을 3단계까지 확대 적용했다.
수요 억제만으로는 주택가격 상승을 막을 수 없다고 본 정부는 이어서 ‘9.7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였다. 정부는 이 문제에 대응하고자 9.7 주택공급확대방안을 통해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하고 주택 건설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2030년까지 서울ㆍ수도권에 135만호를 착공하겠다는 원대한 목표 설정에 불구하고 주택수요자들이 실망하여 시장에 그 효과가 반영되지 않았다.
지방의 미분양 적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시적 세제 지원책(1주택자 혜택 적용)이 도입되었으나, 그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아직 이 공급 대책의 효과는 지방 시장의 침체를 막지 못하고 있다. 결국 비수도권과 지방 시장은 미분양 적체와 지속적인 가격 하락세에 시달렸고, 수도권과 지방 간의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졌다.
이후 서울의 강남권에서 시작된 급등세가 강북 아래 지역까지 번져 나가자, 정부는 수요자는 물론 관계 전문가의 상상까지 초월하는 ‘10.15 주택시장 안정화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기존 4개 구에 머물러 있던 규제지역을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으로 확대지정했다. ² 특히 이들 지역은 아파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도 지정되어 거래 시 실거주 목적을 확인하는 허가 절차가 필수화 되었다. ³ 주택대출 한도가 고액 거래에 대하여 4억원(거래금액 15억 초과~25억 이하) 또는 2억원(거래금액 25억 초과)으로 축소되었다.
일련의 규제에서 벗어난 경기 외곽, 인천, 비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이 여전히 지지부진한 보합세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⁴
서울에 국한된 부동산 가격, 즉 아파트값 상승이 좀처럼 진정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니라 유동성의 향방 문제로 봐야 한다. 시중 은행이 경기 수축기에 기업 대출을 기피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안전한 가계 주택대출을 늘렸다. 경제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정부의 세수가 줄어 적자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려왔다. 결국 이에 따른 통화량 증발로 생긴 초과 유동성이 생산적 부문에 제대로 흐르지 못하고 실물자산 쪽으로 몰려들었다. 특히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수익성도 높아 보이는 서울의 동남권이나 그 주변지역에 집중되어 아파트값을 끌어올린 것이다.
한국이 통화량을 급격히 늘리기 시작한 분기점은 COVID-19 위기 이후이다. 2019년12월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되어 전세계로 퍼진 이 팬데믹은 2020년 1~2월부터 수년간 글로벌 경제를 마비시켰고 이에 대응하여 세계 각국에서 평소와 다른 엄청난 유동성 살포가 시작하였다. 사태가 수습된 뒤 긴축을 실시한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행이나 정부는 초과 유동성을 흡수하거나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는 데 실패했다. ⁵ 경상 GDP가 2020.1Q 510조원에서 2025.3Q 660조원으로 1.29배 늘어난 데 비해, M2 통화량은 동기간에 2,987조원에서 4,313조원으로 1.44배로 늘어났다. 바꾸어 말하자면 통화량이 25%가량 과도하게 공급되어 자산가격을 밀어 올리는 원동력이 되었다. 실제로 팯데믹 이후 통화량의 초과증가분이 커지던 2022.4Q까지는 전국적으로 아파트가격이 급등하였고, 이후 초과증가분이 억제되던 기간인 2024.2Q까지 아파트가격은 하락 또는 횡보하였다. 그러나 2024.3Q 이후 다시 유동성(통화량)이 많이 풀리면서 선도지역인 강남권의 아파트가격을 빠르게 회복시키는 밑거름이 되었다.
고삐 풀린 지역별, 계층별 양극화
2025년 아파트 시장은 전년의 계엄 및 대통령 탄핵 정국에 따른 침체에서 벗어나 시장 분위기가 회복, 재상승하는 국면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가격 상승이 강남3구와 주변지역에 한정되었을 뿐 그 밖의 지역은 가격 하락이나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또한 소득(또는 자산)계층별로도 양극화가 심해져서 현금 부자들이 매수한 고급 주거지역의 상승률이 현격히 높은 데 비해 서민들이 참여한 일반 주거지역은 별다른 상승을 보이지 않았다.
진보 정부인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자 때를 기다린 듯 선도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크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이 주변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정부는 6.27, 9.7, 10.15 대책 등 일련의 시장 개입에 나섰다. 그럼에도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결과적으로 ‘서울 선도지역 상승’과 ‘서울ㆍ수도권 외곽 및 지방 침체’라는 두 얼굴을 가진 시장으로 특징지으면서 금년을 마무리 짓게 되었다.
한편 서울ㆍ수도권의 신규 공급 물량 부족, 그에 따른 전세 시장 불안, 지방의 신축 아파트 미분양과 부동산 PF 부실 해소 문제 등도 해결되지 못하고, 아파트 시장의 심각한 양극화와 함께 2026년으로 넘겨질 숙제가 되었다.
(1)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
(2) 규제지역이라 함은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를 말한다. 기존의 강남·서초·송파·용산구는 투기지역으로도 지정되어 있다.
(3) 적용 대상에 아파트와 단지를 공유하는 연립·다세대 주택도 포함된다.
(4) KB부동산 통계DB를 참조.
(5) 이는 부동산, 채권 등 자산가격을 급등시켰고, 환율과 물가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