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입사/이직 하기
어느덧 '스타트업' 회사에 다닌 지도 햇수로 7년이 되었다.
아주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이 되는 과정에 함께 하기도 했고, 이 기간 여러 직무를 맡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내 경험치를 쌓았고, 다시 더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으로 나름 '성공적인' 이직을 했다.
내 또래 친구들이 이제 각자의 회사에서 (특히 대기업) 대리-과장급 정도 되니 나에게 스타트업으로 이직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다른 스타트업에 다니던 사람들도 그렇다. 그들은 내가 젊은 나이에 어떻게 그렇게 알짜 기업만 찾아서 꽤 괜찮은 연봉을 받고 다니는지 궁금해했다.
대기업에서도 러브콜이 왔다. 하지만 나는 단연코 대기업에 재직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이 스타트업계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있는지, 사람들이 나에게 무엇을 궁금해하는지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스타트업에서 연봉을 얼마 정도 받을 수 있을까요?
당연하게도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거기 연봉 수준이 어떻게 돼?', '제가 현재 받는 연봉이 X천만 원 수준인데, 스타트업에서 그 이상 연봉을 받을 수 있을까요?'이다. 그럼 나는 곧바로 말한다. 당신의 몸값을 그들이 얼마나 쳐줄지는 알 수 없다고.
오히려 나는 대기업 호봉 체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 '시간이 흐르면 이 정도 직급이 되고, 이 직급이 되면 고과에 따라 X천만 원~X천만 원 내외의 연봉을 받게 된다'라는 어림짐작이 불가하다. 이 업계는 대부분 직책은 있어도 직급은 없고, 한 회사 재직 기간이 시간에 따라 당연히 상승하겠지만(혹은 회사 사정에 따라 동결되거나, 어느 날 갑자기 망해 희망퇴직을 받을 수도 있다), 이 세계는 철저한 능력주의로 얽혀 있다.
함께 입사한 동기라 해도 이 친구가 연봉을 얼마 받고 있는지 "어디 한 번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자!"라고 하지 않는 이상 알 길이 없다. 사람이나 회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기서는 내가 얼마 연봉을 받고 있는지 '비밀 서약'이 꽤나 잘 지켜지는 듯하다.
채용 과정이라는 가정 하에, 연봉의 등락 여부는 온전히 '내가 얼마나 능력자인지 보여 주는' 데서 시작한다. 내 이력서는 포트폴리오를 포함해 총 17장에 달한다. 이 중 8장은 간략한 내 인적 사항과 나의 역량 기술, 경력 그리고 지금까지 해온 프로젝트를 상세히 기술한 것이며 나머지 9장은 위에서 기술한 프로젝트가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도식화하여 설명한 것이다. 나는 이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데만 꼬박 열흘이 걸렸다. 그리고 이 경력기술서로 떨어진 회사는 단 한 군데도 없다. 내 팁을 추가하자면, 웬만하면 경력기술서 PPT는 돈 주고 디자이너에게 맡기길 추천한다.
이 경력기술서는 경력보다 능력이 최우선인 스타트업계에서 내미는 '나 이런 사람이야!' 첫인사다.
다만 이렇게 나를 근사하게 서류와 면접에서 보여주고 생각보다 더 많은 연봉을 제안받거나 제시했다면, 그게 정말 좋은 일인지도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당신이 그만큼의 '밥값'을 하지 않는다면, 꽤 잔인해지는 것도 이 스타트업계 특성이다.
경력기간에 조금 모자라서 지원을 못 해요
안타깝게도 스타트업 채용 공고에 들어가면 대부분 '신입'을 뽑는 직무가 잘 없다. 아무래도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 스타트업 특성상 신입을 키울 시간도 여력도 없으니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자가 우대받을 수밖에 없다. 누가 나를 뽑아줘야 경력을 쌓고 경력자가 될 텐데, 아무도 뽑아주지 않으면서 경력자가 되기를 바란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 '신입'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직무 이야기를 하며 브런치에 발행해 볼 생각인데, 여하튼 지금은 '애매한 경력 기간' 때문에 지원을 망설이는 케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나도 이전 회사에서 여러 번 퇴사와 이직을 꿈꿨으나, 4년 차에 5~7년 차 경력을 뽑는 채용 공고가 많아 뭔가 절대 넘을 수 없는 산이 하나 있는 기분이었다. 여러 차례 면접관으로 참여하며 서류와 면접을 본 결과, 크게 웃돌지 않는다면 일단 지원해보길 추천한다. 4년 차지만 6년 차가 할 법한 일을 해낼 능력이 있다면, 회사는 그걸 알아볼 테다. 그러므로 경력보다는 능력에 초점을 두고 준비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