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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ero Sep 04. 2022

팀장님, 죄송했습니다!

리더가 되고야 알게 된 것

"팀장님, 반성합니다. 죄송했어요!"



 팀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예전에 내가 무척이나 따랐던 팀장님께 연락이 왔다. "Enero님, 많이 컸네! 이제 리딩도 다 하고. PO라니 대단하네요!" 

 곧바로 팀장님께 사과부터 했다. "저 요즘 엄청 반성 중이에요. 팀장님, 그때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 팀장님은 껄껄 웃으며 잘못했던 게 없는데 뭘 반성하고 있냐고 되물었다. 팀장님 입장에서 당시의 내가 얼마나 답답하고, 또 어떻게는 아주 버릇없어 보이고 철없어 보였을까 스스로 되돌아보며 생각한 말이다.


 내가 팀원이었을 때, 함부로 재단한 팀장들이 스쳐 지나갔다. 물론, 아직도 "저런 팀장은 절대 되지 말아야지!" 생각하는 반석이 된 사람도 있었고, 특히 내가 존경하고 따르던 팀장님에겐 어린 내가 더 칭얼거리면서 말을 너무 쏟아내진 않았는지 싶었다.

 어떻게 행복 회로를 돌려서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래서 우리 팀원들이 한 명씩 나를 붙잡고 이런저런 말을 쏟아내고, 어쩌면 당황스러울 법한 거침없는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한 팀장님은 누차 '이 자리는 너무 외롭다'라고 푸념한 적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님께서 독불장군이니 그렇겠지요' 되뇌었다. 그 팀장님 말씀이 도대체 어쩌다 입 밖으로, 그것도 팀원 앞에서 나오게 되었는지 이제는 이해가 된다.


 지나치게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던 팀장의 마음도 대충 이해는 된다. 결국 팀원을 믿을 수 없어서, 본인이 직접 나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문서 하나하나까지 컨트롤하며 자기 입맛대로 가져오길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운영 업무부터 시작해서 기획까지 하다가 이 자리에 온 입장에서, 사실 신입이 가져오는 기획안이나 작업물이 마음에 꼭 들지는 않을 때가 있고, 그래서 피드백도 결국 '내 식대로' 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은 내가 왜 그렇게 마이크로 매니징이 힘들었는지를 생각하며 내려놓기로 했다.



나 때는 말이야...



 내가 학원 강사 시절, 어릴 때 선생님께 듣던 말을 그대로 하는 나를 보고 적잖이 놀랐었다.

 이를테면, "얘들아, 너희 공부 지금 안 하면 뭐 할래?" 라던지, "나중에 뭐 될래?"와 비슷한 말 같은 거다. 왜, 어른들이 흔히 하는 "요즘 애들은 이래서 힘들다"는 말이 나왔는지, 그것도 수 세기 전부터 전 세계에 걸쳐 이 말이 전해져 내려오는지 알 것 같다.


 자꾸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팀원들에게 "여러분, 제가 신입 때는요!" 내지는 "제가 XX 회사에 근무할 때는요, "라는 말이 툭툭 튀어나온다. 그때마다 팀원들에게 "나 너무 꼰대 같았죠?" 라며 곧바로 반성하고 사과하긴 하지만, 이 말이 나오지 않으래야 안 할 수가 없다.


 나는 완장질에 취미가 없고, 리더가 되겠다는 욕심도 없었다. '어쩌다 정신 차리고 보니 리더'가 된 입장에서 요즘은 "일"이 하고 싶다. 하루에 8할은 미팅으로, 나머지 2할은 팀원들의 작업물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또 없는 리소스를 부어 "그다음 나아갈 방향성" 같은 걸 퇴근 후 계속 머리를 굴리고 있자니, 왜 내가 그렇게도 존경하던 선배들이 한숨을 푹푹 쉬며 팀을 끌어가고 있었는지 알았다.


 그래서 '나 때는 말이야'란 말이 듣고 싶어서, 이전에 함께했던 팀장님과 사수들께 자꾸 전화를 걸고 묻는다.

 "선배 때는 어떠셨어요? 전 지금 그런 히스토리가 필요해요."

 지금의 나에게는 아무래도 꼰대같은 사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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