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였다가, 애새끼였다가
내가 주니어였을 때를 떠올려봤다. 나도 팀장 욕을 그렇게 많이 하고 다녔던 것 같다. 물론 너무 좋아해서 누가 욕을 하면 대신 나서서 큰소리 친 적도 있지만, 여하튼 "너는 한 번도 네 상사 욕을 한 적이 없니?" 라고 한다면, 당당하게 "아니요!"라고 할 수가 없다.
뒤에서 내 욕이 들린다. 나도 당연히 팀원일 때, 오늘은 우리 팀장님이 나에게 칭찬을 해줬으니 '우리 팀장님 최고!'를 외치다가도, 다음날이면 나쁜 피드백을 받고 '저 자식이 내 팀장이라니!' 궁시렁댔다. 그러니 이건 내 자리의 무게라 생각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사실은 그런 뒷담을 듣고 아무렇지 않은 멘탈이 내게는 없었다.
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아침에는 너무 멋진 기획안을 들고 와서 '내 새끼, 역시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다가도, 오후에는 기한을 맞추지 못한 일을 잔뜩 가져와서 '이 애새끼를 어떻게 하면 좋지?' 싶기도 했다. 그러니까, 나는 리더를 하기엔 속이 너무 좁다.
미안해요, 저는 좋은 팀장은 아닌 것 같아요.
나는 리더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어쩌다보니 리더가 됐고, 그러다보니 그 자리에 맞춰 나를 끼워맞추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내 커리어가 이미 '장' 자리를 한번 달았다보니, 어디 이직을 할래도 자꾸 그런 자리만 제안이 온다. 나는 그냥 아직까지는 '일 잘하는 팔로워'이고 싶은데.
책상을 정리하는 팀원에게 말했다. 내가 좋은 팀장이 아니라서 미안하다고. 그 팀원은 울먹이며, 그렇지 않다고, 본인이 잘못한 게 많다고 했다.
구조조정 바람 속에서 팀장인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내 팀원들이 나가게 되는 줄도 몰랐고, 내가 어떻게 될 지도 몰랐다. 나는 아는 게 없는 그저 무기력한 월급쟁이 중 하나다. 그런데, 문득 왜 이 리더 자리가 외롭다고 했는지 깊이 공감이 됐다.
나는 말할 곳이 없다. 남게 되는 후배들에게 말할 수도 없고, 떠나게 되는 선배에게 이야기할 수도 없어서, 그냥 이 과정 내내 속으로 다 삭였다. 그러다 어제는 마음이 아프니 정말 심장이 아파서 타이레놀 두 알을 먹고, 그대로 수면제를 먹고 누웠다. 마음이 아프니 몸이 그냥 아팠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말은 "내가 좋은 팀장이 아니라 미안하다" 뿐이었다. 대신 좋은 선배는 되어주겠노라고, 언젠가 내가 필요한 때 꼭 이야기해달라고, 한 번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