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우습게도 남에게 우습게 보이긴 싫었는지, 나는 치매보험에 가입했다.
부모님께 전화드려서, 나는 내 한 몸 간수하기도 힘들어서 엄마, 아빠가 치매에 걸리거나, 간병이 필요한 상황이 닥쳐온다면 내가 옆에 붙어서 24시간 간병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그러니 지금 한 살이라도 젊고 돈을 벌고 있을 때 가입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외할머니가 편찮으셨을 때나, 외할아버지께서 얼마 전까지 입원해 계시던 상황을 돌이켜보니, 간병인을 쓰는데 돈이 하루에 15만 원은 족히 들었다. 외삼촌이 이 돈을 고스란히 지불했고, 부산에 살고 있는 막내 이모가 우리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곁을 내내 지켰으므로, 대략 어림잡아 그 정도 들겠거니 하는 거다.
영원히 젊을 것 같던, 내 기억에는 36살 정도에 멈춰있었던 부모님의 나이가 내 나이와 엇비슷해졌다. 내가 기억하는 나이니,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나이다. 그리고 불현듯 생각했다.
나는 나를 간병해줄 가족이 없다. 엄마는 내가 만약 아픈 일이 생기면 엄마가 도와줄 거라고 했지만, 나는 괜히 툴툴대며 "누가 먼저 갈 줄 어떻게 알고 엄마한테 내 몸을 맡겨!"라며 한사코 잔소리를 늘어놨다. 엄마도
곧이어 내 치매보험, 간병인 보험 가입에 적극 찬성했다.
내 이야길 들은 친구들은 "벌써부터?"라며 놀란 토끼눈을 하고 나를 봤다. 노인 약취가 사회적 문제다, 내가 혹여나 벽에 변을 칠하고 다니면 너희가 치워줄 거냐 하니 이내 어떤 보험을 들었는지를 물었다. 나는 그냥 대충 우리 가족 보험을 계속 설계해주시는 분이 알아서 하시도록 뒀다고 했다.
나는 나를 돌봐 줄 남편도, 자식도 없으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내 계획엔 없을 테니까, 나 스스로를 돌봐야 한다. 내가 차라리 한 번(?)에 갈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수면제도 여러 차례 먹었고 시도도 여러 번 했던 나에겐 분명 우울증이 없는 사람보다 뇌에 손상이 많이 갔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치매에 걸려 혹여나 사회에 문제가 된다면, 그건 또 견딜 수 없을 일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