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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회 Mar 04. 2024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익숙한 것을 새롭게 만들

지금처럼 모든 것이 빠르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빠르지 않아서 불편한 것도 있었지만, 빠르지 않아서 행복한 것도 있었죠. 


잡지에 연재되던 슬램덩크를 기다리며,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느려서 기다림의 소중함, 더욱 큰 기쁨을 느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행복했던 것만큼, 즐겼던 만큼 갑작스러운, 예상치 못한 슬램덩크의 결말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산왕 공업과의 대결 이전에 소위 말하는 떡밥을 무수히 뿌려놓았기 때문에, 이렇게 끝날 거라곤 

상상하지도 못했죠. 


"뭐야 이게 끝이야"

"후속편이 나오는 거 아니야"


저 뿐만 아니라, 슬램덩크를 즐겼던 친구들도, 하나같이 어이없는 결말을 받아들이지 못했죠.

여러 가지 소문이 돌았습니다. 일본 내에서 인기가 없어서 빨리 끝냈다더라, 아이디어가 고갈돼서 

끝냈다더라, 2부로 돌아온다더라 등...


아직도 이유를 알진 못하지만, (잡지에서 작가에게 직접 들은 이유를 본 것 같지만 그때는 관심 밖이라)

어쨌든 아직도 납득이 안되는 일 중 하나입니다.


그렇게 마무리가 된 슬램덩크가 극장판으로 다시 나온다고 했을 때,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조약 한 애니메이션으로 나왔었고, 만화책도 질리도록 다양한 판형으로 재출간되었는데,

뭘 또 긁어먹을 게 있나라는 냉소를 지은 채 무시했죠.

그런데, 이번엔 뭔가 다른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슬램덩크 이야기를 하고, 특히 슬램덩크 만화를 즐겨 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영화 이야기를 하고,

슬램덩크를 아는 사람들은 다시 만화책을 사서 읽기 시작하고 무언가 달라 보였습니다.

그래서, 뒤늦게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큰 줄기는 산왕과의 대결입니다. 만화책의 종반 부를 장식하는 하이라이트이죠.

다른 점은 주인공인 강백호나 에이스 서태웅, 또는 북산의 혼인 채 치수가 아닌

송태섭이라는 인물에 집중한 것입니다.

만화책 이야기에 만화책에 없는 송태섭의 스토리를 담았습니다. 

송태섭에게 농구의 의미, 개인사 극복하고 넘보지 못할 산왕과의 경기에서 이뤄낸 송태섭의 성장...

산왕과의 경기라는 익숙한 이야기를 새롭게 만든 송태섭의 스토리는 

앞으로도 슬램덩크 영화는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채치수, 정대만, 서태웅 이야기를 담을 수도 있고, 강백호 이야기를 담을 수도 있겠죠. 

어떤 사람은 슬램덩크의 스토리가 흥행을 이끌어낸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으나, 

많은 사람이 아는 내용을 이렇게 새롭고 가슴 떨리게 만드는 건 쉽지 않습니다.

슬램덩크를 보면서 가슴 떨렸던 세대뿐만 아니라, 슬램덩크를 모르는 사람들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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