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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회 May 26. 2024

값싼 모방 vs. 값 비싼 모방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너 같은 자식을 둔 적 없데...

주변에 이런 친구들이 한 명쯤 있었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죠.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푸는 문제집을 궁금해하며, 뭐든 따라 하는 친구들이죠.


문제집, 참고서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펜, 사용하는 노트, 수첩, 다니는 학원 등 심지어 사용하는 액세서리까지 따라 하려는 노력을 감추지 않았죠.


그들 나름대로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겠지만, 그런 행동들이 효과가 있었는지 곱씹어 보면 고개가 절레절레 돌아갑니다.


사실 문제집, 참고서 문제가 아니었거든요.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공부하는 방식, 공부하는 시간, 노력 등이 중요한 것이지, 책 같은 건은 그냥 툴일 뿐이죠. 문제집을 따라 하더라도 방법과 행동은 바뀌지 않으면 성적 변화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비즈니스 세계에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가끔 일본에서 잘 나가는 브랜드나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 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별다른 반응 못 보고 철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요?


“일본에 여행이나 출장을 가니까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가 있더라, 우리나라에도 도입하면 인기가 있지 않을까? 우선 모양부터 따라 해 보자. 그다지 어려워 보이진 않아”


눈에 보이지는 콘셉트부터, 브랜드 디자인, 상품 구성까지 한번 따라 해 봅니다.


처음엔 사람들이 신기해하며 방문하고, 이것저것 구매도 하겠죠. 그런데, 따라 하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일본에서 봤던 유사 브랜드가 있길래 방문하니까 상품 구색도 별거 없고, 다른 매장과 다를 게 없네 실망하며 발걸음을 돌리겠죠.


모방의 대상이 되었던 겉에 보이는 브랜드와 비즈니스 모델은 연속되는 고민과 고민, 기획과 실행, 시행착오와 보완의 결과물입니다. 장점은 부각하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해서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냈을 겁니다.


그런데, 겉만 따라 하니까 안에 숨어 있는 고민의 결과물은 전혀 담겨있지 않게 되고, 원조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거죠.


모듈러 디자인 영역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습니다. 경쟁사가 제품을 어떻게 모듈로 나눴는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정의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그걸 어떻게 나눴는지 알려달라고 하죠.


그런데, 문제는 여기도 동일합니다. 중요한 것은 모듈을 나누는 과정이고, 그 안에 담겨 있는 고민입니다. 그 고민들이 제품뿐만 아니라, 일하는 방식, 전반적인 시스템까지 만들어가는 건데, 단지 따라 하는 건 눈에 보이는 모듈의 구성뿐입니다.


무엇이 달라질까요?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죠. 그런데, 모든 모방이 창조의 어머니는 아닙니다.


각각의 모방은 값어치가 다릅니다. 결과물을 따라 하려고 하면 값싼 모방이 될 것이고, 그 안의 치열한 고민과 변화를 따라 하려고 하면 값비싼 모방이 될 겁니다.


따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기왕 따라 하려면 다 차려진 결과물이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고민을 따라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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