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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회 Jun 11. 2024

플랫폼 전략/모듈화 전략 벤치마킹

경쟁력 있는 제품군 전략 찾아내기


우린 누군가에게 배우고 싶어하고 배우고 있습니다. 그들의 능력, 역량, 스킬, 성격, 생활 방식 등…


기업도 동일합니다. 경쟁사, 선진사에게 배우고자 하고, 따라 하고자 하고, 그것을 통해서 뛰어넘길 바랍니다. 그것을 벤치마킹이라고 부르죠.


벤치마킹하는 대상, 방법은 다양합니다. 배우고 싶은 영역에 따라서 수행 방식이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전문서, 논문, 기사 검색, 퇴직자 또는 전문가 인터뷰, 조사 업체 활용 등의 방법을 많이 활용합니다.


벤치마킹 중에서도 제품 벤치마킹은 대체로 경쟁사 제품을 구매해서 분해 해보고, 분석하는 역공학 접근법을 사용해서 벤치마킹을 합니다. 예를 들어서, 애플의 경쟁사는 애플 아이폰 신규 모델이 출시되었을 때, 아이폰을 직접 사서 분해해서 사용한 부품, 모듈, 사이즈, 무게, 재질 등을 파악합니다. 최근에는 그런 방법은 소프트웨어 비중이 점차 커지는 제품에는 효과가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아직도 활용하는 벤치마킹 방법 중 하나입니다.


만약 벤치마킹하고 싶은 대상이 단일 제품이 아닌 제품군이라면, 시계열 상으로 동일 시계열 상 분포한 제품군 자체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한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L사는 MD(Modular Design) 식 벤치마킹이라고 해서 경쟁사 제품을 여러 종류를 구매해서 분해하고 비교해서 제품군 간 동일한 점과 차이점, 제품군 운영 방식 등을 찾아내는 방법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MD 식 벤치마킹은 다음과 같은 한계가 있습니다.


다양한 모델을 활용할수록 더욱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비교하는 모델의 종류가 늘어날수록 시간과 돈이 상당히 소모됩니다.          

모든 경쟁사 모델을 구하는 건 불가능하고, 특히 과거에 운영했던 모델은 구하기도 어려워서 모델 운영 히스토리는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자동차, 반도체 장비와 같은 덩치가 큰 제품이거나 고가의 제품인 경우는 현실적으로 적용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일반적인 벤치마킹 방법이나 MD 식 벤치마킹 모두 효율적인 제품군 전략, 그중에서도 플랫폼 전략이나 모듈화 전략의 벤치마킹에는 활용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품군 전략, 제품군 운영 방식은 조직의 역량입니다. 모델 몇 개 뜯어본다고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 번에 알아낼 수 있는 정보가 아닐 뿐만 아니라, 누구한테 물어봐서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물어볼 수 있다고 해도 오랜 기간, 다양한 제품 정보를 한꺼번에 알아야 하기 때문에 특정인에게 물어봐서 알 수 있는 내용도 아니죠. 실제로 경쟁사, 선진사의 퇴직자를 고문으로 활용하여 경쟁사, 선진사의 노하우를 파악하고자 노력을 하는 데, 보통 퇴직자들은 특정 영역의 전문가인 경우가 많지만 제품군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그렇다면, 제품군 전략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오랜 기간 제가 습득한 노하우가 하나 있습니다. 물론, 이토록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을 소비해야 하고 공개된 자료에 따라서 불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가능만 하면 이보다 가성비 좋은 벤치마킹 방법은 없다고 보장합니다. 가끔 제가 이 방법을 소개한 후에 이렇게 수작업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 분도 있지만, 쉽게 얻은 답은 쉽게 잃는 법입니다. 얻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바로 결론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제가 자주 활용하는 제품군 전략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은 해당 기업의 IR 자료 과거 몇 년 치를 찾아서 정리하는 것입니다. 


제가 정리했던 자료 중에는 최장 20여 연간 IR 자료를 찾아서 분석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모든 기업이 그렇진 않지만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업체는 자신들이 판매한 제품의 모델 종류, 매출, 판매량 등을 공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운이 좋으면 같은 자료에서 제품 모델의 사양까지 파악할 수 있으나, 없더라도 그 정도는 웹에서 검색하면 쉽게 조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료를 모은 후에는 연도 별로 모델을 정리하고, 모델의 사양과 함께 모델 운영 맵을 그립니다. 그것은 결국 제품군 전략의 결과로 볼 수 있어서, 해당 업체가 어떤 방식으로 제품군 전략을 수립했는지 유추할 수 있습니다.


T사 제품군 운영 맵 예시


위 그림은 반도체 장비사인 T사의 Coater/Developer 장비의 모델 운영 맵을 작성한 것입니다. 해당 업체의 전 제품군의 운영 맵을 이런 식으로 그렸습니다. 이 그림 그대로 IR 자료에 있는 게 아니라, IR 자료에 있는 흔적들이 모두 모아서 저희 동료들이 작성한 거죠.


여기까지 만든 후에는 자료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해당 기업의 홈페이지를 검색하여 다양한 기술 자료, 홍보 자료, 세미나 자료, 기사 등을 읽고 정리한 내용을 보충합니다.


그 후에는 플랫폼 전략과 모듈화 전략의 적용 여부, 적용 방식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보가 보충합니다. 내용이 부족할 경우에 추가로 인터넷을 뒤져보기도 합니다. 확실하지 않은 내용은 추측임을 명기해야 합니다.


모델 별 운영 시작 시점, 단종 시점          

모델 별 사양 항목과 사양 값          

플랫폼의 종류, 종수          

모델의 종류, 종수          

플랫폼의 특성          

플랫폼 파생의 요인          

동일 플랫폼 내 모델 파생의 요인          

신규 모델 파생 사유, 모델 단종 사유          


여기까지 정리된 T사의 모델 운영 맵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파악했습니다.


T사의 Coater/Developer는 ACT, LITHIUS 총 2개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었고, 모델은 ‘21년 기준 총 13종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세대 간 플랫폼 정의)          

플랫폼의 차이는 Immersion 공정 대응 여부로 ACT와 LITHIUS로 나누어집니다. (플랫폼 간 차이)

한번 플랫폼을 만들면 20년 이상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플랫폼 운영 기간)

ACT 내, LITHIUS 내의 모델 파생은 Wafer Size, Throughput, Process 종류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즉, 모델 별로 생산성, Footprint 차이가 있습니다. (사양 대응)

전반적으로 단종이 일어난 모델이 없고, 모델 군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파생이 일어납니다. 과거에 개발된 모델은 저사양 요구사항을 대응하고 최근에 개발한 모델은 고사양 요구사항을 대응하는 방식으로 모델 군 확충이 이루어집니다. (기존 모델 단종)

예상하기로 플랫폼은 웨이퍼 플로우에 해당하는 모듈 또는 부품이 해당할 것으로 보이며, 공정 종류나 광원 종류는 모델 별로 차별화되는 모듈 또는 부품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고객사 제품군 운영 현황과 비교하여 시사점을 도출하죠. 아래와 같은 일반적인 플랫폼 운영 전략을 기준으로 두 회사의 제품군 운영 현황을 비교합니다.


명확한 모델 운영 전략이 선행되어야 한다.          

다세대 제품 개발 계획, 공용화/재사용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운영 방향성에 따라서 플랫폼 정의, 모델 파생, 모델 단종 방안, 모듈화 방안이 결정된다.          

플랫폼 종수는 최소로 유지하는 것이 적합하지만, 설비 군 별로 최적의 모델 종수, 최적의 모델 운영 기간은 다르다.          

세대 간 유지할 플랫폼 모듈, 모델 별로 차별화할 모듈, 호기 별로 차별화할 모듈 (고정부/변동부)을 사전에 정의해야 한다.          

플랫폼 준수 등 신규 모델 개발 시 준수해야 하는 규칙을 기획 단계부터 정해야 하며, 개발 프로세스 상에서 점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당 작업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역량 있는 동료들입니다.


집요할 정도로 끈기 있게 자료를 찾고, 결과 장표 만들어 낸 후에 고객사의 운영 현황과 비교한 결과를 내는 것은 노하우나 자료만 가지고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통찰력이 필요로 하죠. 그리고, 그 통찰력은 쉬지 않고 움직인 손발에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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