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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미 Mar 20. 2023

6학년 교실에서 일년살기 12.

2008년의 기록

11월 - (주제자랑스런 우리                                 


1주

사회 - 나라조사 발표(게시판 꾸미기), 신문기사 수집 예고, 여권 만들고 세계여행 놀이, 

       교통과 통신 미래신문 만들기

실과 - 파워포인트 발표

재량 - 문집제작(글을 한글문서로 만들기)

수학 - 분수와 소수의 나눗셈 알기

국어 - 인물이 추구하는 삶 알기, 반영된 문화 비교하기

체육 - 마임 동작 연습, 뜀틀

도덕 - 지구촌의 문제(사회와 함께)

중학교 배정원서, 한자이름이 있는 등본 수합




2주 

국어 - 문제와 해결방안이 있는 글쓰기, ‘불조심’ 예시글 보고 학교폭력에 대해 따라 쓰기

사회 - 세계의 소식 신문 수합하여 붙이기, 우리문화 홈쇼핑 예고, 준비

신종플루 예방접종

행사 - 소풍 (우천으로 교실에서 영화관람)

재량 - 진로상담 교육

재량 - 문집제작(글을 한글문서로 만들기)

계발 - 윷놀이




3주 

국어 - ‘어린이 독서량 적다’ 예시글 보고 주제를 정해 따라 쓰기

사회 - 홈쇼핑놀이, 우리나라를 빛낸 인물 무릎팍 예고, ‘정지훈’편 보여주기

재량 - 사회 인터뷰 인물검색, 졸업프랑용 사진다운, 문집제작(글을 한글문서로 만들기)

체육 - 야구




4주 

사회 - 우리나라를 빛낸 인물 인터뷰 놀이(장학지도 수업)

미술 - 현대미술 작품집 만들기, 자료 조사하기

국어 - 문제와 해결방안이 있는 글쓰기

체육 - 높이뛰기

과학 - 연소와 소화 실험

재량 - 문집제작(글을 한글문서로 만들기)

책 읽어주기 - 멀쩡한 이유정

계발 - 이랑타기

실내화와 필기도구 제약 해제

장학지도



                                    

<‘멀쩡한 이유정’을 읽고 아이들에게 읽어준 이야기>


아이들과 본 표지그림의 유정이는 불만투성이 심술스러운 얼굴이다. 빗자루처럼 모양 없이 뻗은 머리카락, 옆으로 쭉 째진 눈, 뭉툭한 코에 비뚤어지고 퉁퉁 부은 입술까지 이건 영락없는 심술쟁이의 얼굴이다. 자, 얼마나 심술맞은지 한번 볼까? 하는 이야기로 아이들과 읽기 시작했다.


★ 할아버지 숙제

경찰도 사장도 하다못해 조기축구회 회장도 아닌 할아버지. 그래도 기죽기는 싫어서 ‘우리 할아버지도 대단한 분이야!’ 라고 외쳤지만 골목에서 고래고래 노래 부르던 지긋지긋한 술주정뱅이일 뿐이다. 폐암으로 돌아가신 노름쟁이 뿐이다. 하지만 숙제에 술주정뱅이, 노름쟁이라고 쓸 순 없다. 아니라고 거짓말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진실을 썼다. 누구나 자신의 보잘것없는 진실을 말하기엔 용기가 없다. 하지만 진실이라도 멋진결과와 멋진삶은 다르겠지. 우린 사람에 대해 좀더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 그냥

‘이 시를 읽고 나니 어떤 생각이 들어? ’재미있었어요‘ 왜? 어디가 재미있었어? ’아, 그냥요‘ 그냥이 어딨어? 다시 생각해보고 이야기하자.’ 항상 학기 초가 되면 아이들과 나누는 실갱이다. 항상 나는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 논리적으로 답하길 원하고 아이들은 그냥 생각이 안 난다. 진이도 ‘그냥’이라고 대답하면 버릇없는 거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듣는다. 하지만 ‘그냥’이 통하는 고모네 집은 뭔가 굉장한 게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새로운 모험이 기다리는 것 같다. 너희도 수학책 ‘왜 그렇게 생각했나요?’질문에는 ‘그냥’이라고 썼지?


★ 멀쩡한 이유정

음... 실술쟁이 못된 유정이를 생각했는데 심한 길치에 방향치인 유정이의 이야기다. 하지만 사학년이 되어서도 집에 찾아가지 못해 헤맨다니 이건 좀 심하다. 아니다, 나도 이름치다. 우리 반 아이들은 4월까지도 정확한 이름으로 불리지 못했다. 특히 헷갈리는 소0, 소0, 소0이는 (그것도 비숫하게 생겼다. 키도 비슷하다) 정신없이 바쁠 때 ‘전 소0이예요’, ‘제가 소0이예요’하는 항의를 한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를 10분 째 헤매는 선생님도 있으니 이건 원래 크게 잘못된 게 아니다.


★ 새우가 없는 마을

생활보호대상자인 할아버지와 손자가 가을 내내 빈 병을 모아 판돈으로 제일 좋은 옷을 편하게 입고 천천히 보리차를 마시며 기다렸다가 짜장면을 먹었다. 7년 전부터 가난했지만 상관없다. 가을 내내 빈 병을 모아 판돈으로 왕새우를 먹기로 했다. 새우깡으로 왕새우 수염에 찔리는 연습까지 해보았지만 왕새우 먹기가 실패로 돌아간 건 대형마트에 가서 돈을 넣어야 빌릴 수 있다는 커다란 철수레 때문이었다. 하지만 짜장면이 동네에서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것인 반면 왕새우는 대형마트에나 가야 태국산 냉동새우를 살 수 있다. 왕새우가 있는 마을이면 어디서 살아야해?


★ 눈

세상은 불공평하다. 맞다. 불공평한 것 천지다. 하지만 엄마는 공평한 것도 있다고 한다. 얼른 생각나진 않지만 아이들은 꽤 많이 찾아냈다. 하지만 역시 세상에는 불공평한 게 더 많았다. 그러데 아버지도 없고 가난 한 나보다 더 조그맣고 장갑도 없는 옆집 꼬마가 더 불쌍해 보이는 걸 보면 내가 갖고 있는 게 더 많은가 봅니다. 그래서 나는 가난하지만 옆집의 아이에게 내가 갖고 있는 것 하나를 나누어주었습니다.


‘우리 집은 문제투성이였다. 멀쩡해 보이려고 나는 무진장 애를 썼다. 지금도 문제투성이이다. 그냥 있는 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이 세상에 문제없는 사람도, 집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


이 작가의 말처럼 고민하는 문제는 너무도 작다. 단지 그 때는 그렇게 작은 문제 인 줄 모르고 그 작은 문제가 세상의 전부인양 절망하고 고민하는 건 ... 어른도 마찬가지네? 맞다. 언제나 문제는 밖에서 보면 별 거 아닌 작은 것일 수 있다. 멋지게 자랑할 할아버지가 없어도, 지독한 방향치여도, 철수레를 못 빌려 왕새우를 못 먹어도 ’에이 뭘 그런 걸 고민하고 그래.‘보다는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뭐.’라고 이야기해 주어야겠다.




00의 생활글

11월18일 맑음

오늘 점심 먹고 밖에 나와서 축구를 했다. 00이가 골키퍼를못해서 내가 결국 골키퍼를 했다. 6학년 중에서 제일 잘하는 3반과 붙게 되었다. 나는 조금 두려웠다. 골 먹히면 애들한테 욕먹고 얻어맞을 거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 지금 스코어1:3 우리가 발리고 있다. 00는 이기기 위해 열심히 해서 골을 넣었다

이제 1점차.....또 골먹히고 또 골먹히고..........우리는 희망을 잃었다. 우리는 망할거 같았다. 결국 4:6 개 발렸다. 00이때문에 골을 먹혔지만 우리들 잘못도 있다. 과연 우리반이 축구 대회에서 4강을 갈수있을까? 아무튼 열심히 해야겠다.




사회교과에서 ‘우리나라’주제를 들어가면서 사회교과가 중심이 되는 인터뷰와 홈쇼핑활동을 했다. 교과서의 글은 아이들이 놀이를 하기 위한 재료와 자료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교과서를 읽었지만 교과학습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고 인터뷰와 홈쇼핑활동도 학습으로 인식했지만 교과서만 읽어야 하는 수업보다는 좋아했다. 단지 교사가 한명씩, 모둠별로, 단계마다 확인해야 하는 노력은 두배로 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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