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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물에게 Sep 23. 2024

콩국수에게

 만물에게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콩국수에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찾아왔어.

너도 느끼겠지 사람들이 너를 덜 찾기 시작했으니.

너의 기분은 어떨까. 서운할까 아니면 초연하게 다시 일년을 기다릴 준비를 하고 있을까.


이번 여름은 유난히 아쉽더라. 

여름을 채워줬던 것들을 나열하다 네 생각이 나서 이렇게 편지를 써.


아마 너를 처음 만난건 초등학교 때였을거야.

할머니댁에서 너를 처음 만났는데, 어린애가 콩국수먹을줄도 안다면서

할머니가 머리를  쓰다듬어줬던 기억이 있다.


여름에만 너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안 뒤 부터,

너는 내 여름의 한 조각이 되었어.


어찌보면 인생은 사계절의 반복인 나날들인데,

사분의 일, 그 중 한 조각을 차지한다는건 그만큼 크다는 거겠지.


여름이니까 당신을 찾는다.

이 말이 참 부러워.


겨울에 따뜻함을 선물할 수 있다는 점을 좋아하거든 예를들면 장갑이나 목도리 같은.

여름에는 덕분에 시원함을 선물할 수 있어서 참 좋아.


계절을 선물해준다는게

얼마나 큰 마음인지 네가 꼭 알았으면 해.


나도 사실 여름하면 생각나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이고 싶거든.


근데 그게 참 쉽지 않더라. 단기간에 되는게 아니기도 하고.


그밖에도 너를 좋아하는 이유들은 많아.


국수를 좋아하고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는나에게,

모든게 하나로 어우러진 너는

더없이 완벽했어.


나는 겨울에도 종종 네가 생각나지만,

사계절이 지나고 내년 여름에 더 자주 만나게 되겠지?


안녕, 잘 지내. 다음 여름까지 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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