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에게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
오늘 에어컨을 청소하고 덮개를 씌웠습니다.
올해, 더는 당신을 볼 수 없으리라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올해는 유난히 당신과 함께한 시간이 길었네요.
그래서 좋았습니다. 저는 사계절 중 당신을 제일 좋아하거든요.
이유를 묻는다면, 당신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단어가 ‘찬란’이기 때문이에요.
당신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찬란한 햇살과
그 순간들에 자리 잡은 나의 기억들입니다.
무더위 속에서 들었던 매미 소리,
바람에 실려 오던 진한 풀 내음,
소리가 커도 늘 기분 좋은 물소리,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강렬하고 기분 좋은 순간들만을 선물해주더군요.
그런 당신의 찬란은 만물을 수려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고맙고, 애정 합니다.
당신이 빨리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는,
마음이 아플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럴 때는 ,당신을 삼계절동안 품고 있는 많은 이들의 그리움을 떠올려 주세요.
당신의 시간은 그 어떤 시간보다 짧고 강렬해서, 더 그리워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길어진 해 아래서 당신의 빛과 열기를 느낀 기억들을 그리워할 거예요.
사실 저는 당신을 닮은 사람들이라면 거의 좋아합니다.
타인이 저를 보곤, 당신을 떠올렸으면 합니다.
그리고 당신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저였으면 해요.
부끄럽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극찬입니다.
항상 글을 쓸 때면 길을 잃는 어휘력 때문에
늘 부족한 말들뿐이라 당신에게 닿지 못할까 봐 염려되지만,
제 진심만은 이제 가을 바람을 타고 꼭 당신에게 닿기를 바랍니다.
당신은 다시 삼계절 여행을 떠나겠지만,
내년 이맘때쯤 다시 만나겠지요?
그때는 조금 더 성숙한 마음으로 당신을 맞이해보겠습니다.
당신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신규철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