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에게 시리즈 일곱 번째 이야기
당신을 향해 편지를 쓸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우리는 늘 함께하지만, 당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 당신이 자꾸 떠오르더군요.
아마도 익숙함에 가려졌던 무언가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당신을 너무 쉽게 내뱉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너무나도 어려웠습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당신만큼 과소평가 받고 있는 것도 없겠다 싶어서
괜히 마음이 쓰였습니다.
당신은 그저 당신일 뿐인데,
사람들은 보통이라는 말을 들으면 보통 0이 아닌
음이라고 생각하더군요.
이미 당신은 50이나 차있는데 말이에요.
왜 이미 채워져 있는 50들을 함부로 대할까 싶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특별함을 지나치게 강요받아서 일수도 있겠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사는데,
사실 우리 모두는 특별한 존재일 수 없고, 특별해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특별함을 찾느라 바빠 당신을 마주할 생각조차 못한 순간들이 생각나서
지금에서야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특별하지 않다는 건 때로는 공허해져요.
무언가 더 있어야 한다고, 더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하곤 하죠.
하지만 가끔은 그저 당신 속에서 숨을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이제야 조금씩 깨닫고 있는 듯합니다.
그 안에 머물면서 당신이 제게 주는 그 작은 순간들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합니다.
비록 그것들이 나중에 기억에 오래 남지 않더라도, 당신이 있었기에 오늘 하루를 살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려고요.
당신은 무난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엔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있지 않나요?
보통인 나날들 속에 얼마나 수많은 감정과 저 자신이 채워져 있을까요..
새삼 당신에게 감사드리게 되네요.
이것만은 알아주세요.
당신은 생각보다도 우리 모두에게 훨씬 소중한 존재예요.
특별함과 특별하지 않음의 사이에서,
당신이 우리를 지탱해주고 있다는 걸 우리는 너무 자주 잊곤 합니다.
이제는 당신을 좀 더 바라보겠습니다.
당신이 주는 평범함 속에서 편안함을 찾고,
당신 속에 담긴 작은 기쁨들 그리고 제 순간들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할게요.
늘 알게 모르게 곁에 있어줘서 고맙습니다.
2024년 10월 보통의 존재 신규철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