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와의 연말 정산
2025라는 숫자가 곳곳에 보이기 시작하는 요즘이다. 1년간 익숙하게 지냈던 숫자와 이별하고 새 해를 맞으려는 본능이 일렁거리는 때다. 2024년과의 작별을 준비한 장소는 동네 카페였다. 공책을 펼치고 숨을 한 번 가다듬은 뒤 올해의 정산 작업을 시작했다. 올 해 나는 얼마나 목표를 이뤘으며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떠한 변화를 겪었는지를 적기 시작했다. 서른네 살의 나는 철학이라는 세계를 알게 되어 나라는 존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동시에 나아지지 않는 나의 사업과 수입에 대한 고민들로 골머리를 앓았던 해이기도 하다. 아직도 이 고민들의 해답을 찾지 못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에 등이 굽어지고 자연스레 시선은 바닥을 향했다.
생각에 잠겨 있는 그때 문득 어린 왕자의 말소리가 들렸다. ”어른들은 숫자를 참 좋아해. “ <어린 왕자>에서 읽고 마음에 새겼던 문장이다. 다시 허리를 펴고 시선을 들며 이 문장을 곱씹었다. 나이, 경력, 수입과 같이 물질적이거나 객관적인 수치에 따라 서로를 파악하고 판단하는 어른들을 보고 어린 왕자가 한 말이다. 책을 읽었던 지난여름의 나도 그런 어른 중 한 명이라는 생각에 부끄러웠다. 그때 나는 겉으로 드러나는 기준보다 내면의 세상에 집중하자고 굳게 다짐했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서른다섯이라는 나이의 의미, 사업 매출, 나의 수입으로 나를 판단하고 있었다. 다시금 어린 왕자의 교훈을 떠올리고 있는데 문득 엉뚱한 질문이 떠올랐다.
’1월 1일이 왜 1월 1일이지?’
1월 1일은 왜 꽃이 피어나는 봄 날도 아니고, 낙엽이 찬란히 빛나는 가을도 아닌 겨울 날인 걸까?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1월 1일이 1월 1일 된 배경은 기원전 로마 시대의 황제 율리어스 카이사르의 결정이었다. 로마 신화의 야누스(Janus) 신을 기리기 위해서라는 명분과 정치적인 이유로 새 해의 첫날을 1월 1일로 정했다고 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달력이 되었지만 태국에서는 4월이 새 해고 이슬람권에서의 1년은 354일이다.
신년 맞이 계획을 세우려던 나에게 선택의 시간이었다. 1월 1일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어린 왕자의 말과 함께 이 질문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했다. 중요한 점은 시간도 결국 숫자라는 것이었다. 1월 1일도 하나의 숫자이자 선택에 불과했다. 이는 나도 모르게 숫자에 매여 있던 나에게 필요했던 깨달음이었다. 1월 1일, 나이, 수입 같은 숫자들로 나를 재단하는 대신 수치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보는 눈. 매일을 새 해처럼 살고자 하는 의지. 어린 왕자가 내게 전하고 싶었던 지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