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회고 – w05, 1월 마지막 주
쓰면서도 갸우뚱, 2-3초 정도 생각한다. 바지런? 부지런? 이건 사투리인가? 그래도 ‘바지런’이 훨씬글 맛이 있는데… 그래서 난생 처음으로 이 단어를 검색 해봤다. 이것도 글쓰기의 장점일까. 평소에는 몇 초 생각하다 그대로 날려버렸을 것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글로 남긴다고 생각하니까, 한번 더 보게 된다. 좋은 검열이랄까.
오, 의외로 표준어였다!
#바지런하다 와 #부지런하다
비교해봐도 다른 점을 딱히 못 찾겠다.
둘 다 꾸준히 열심히라는데, 중요한 포인트는 ‘놀지 않는다’일까?
그렇다면 나는 바지런해보이는 부지런한 사람인 것 같다.
중간에 틈틈이 (아니 많이) 놀고, 짜잔-하고 빛나는 순간만 SNS에 전시하니까. 사람들은 내가 뭔가를 열심히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물리적인 시간으로 본다면 인스타나 유튜브로 시간 죽이는게 훨씬 많은데…^^;;
#주간회고
이번주 일요일은 매거진 컨셉진에서 운영하는 #해피워커캠프 의 마지막 날이었다. 5주 과정의 마지막 날, 새해를 이 프로그램으로 시작하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자기 일에 열정적인 16명의 참가자를 만났다. 업종도 연차도 다 달랐지만,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직장생활의 아쉬움을 토로하고, 때로는 꿀팁을 나누었다. 모두가 각자의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또 들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나’를 되돌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 속에서 일을 진정으로 대하는 태도, ‘내 인생’을 귀이 여기는 마음이 온전히 느겼다. (미드에서 보던 그 동그랗게 앉아서 하는 알코올중독 치료모임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이야기의 힘이 이토록 대단하구나!)
그래, 우리는 그렇게 잘 살고 싶어서 일요일 아침 10시마다 모였었다.
무엇보다 건강하고 진취적인 사람들을 알게되어 너무 든든하다.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나갈 딴짓도 너무 기대되고! :D
월요일부터는 정신이 좀 없었다.
수요일에 갑자기 우리회사 사장님과 클라이언트 대표 미팅이 잡혔다. 내 위에 팀장이 최종 자료를 만들긴 하지만, 그 동안 취합하고 의견조율해나가는 건 내 일이었다. 이정도 레벨 미팅은 1년에 많아야 한 두 번이라, 나에겐 루틴을 벗어난 일이었다. 평소에 팀장이랑 다이렉트로 일을 거의 안한다. 평소에는 1주일에 한번 통화할까 말까라면, 이 미팅 때문에 하루에만 4-5번은 전화연락을 했던 것 같다. 무튼, 그렇게 자료 취합을 기다리고 조율해 나가는 중에… 월요일 오후에 내가 신청해 놓은 온라인 특강이 한다는 알람을 받았다. <종이 잡지의 균열과 변화>
제목은 엄청나게 거창한데… 내가 그 정도까지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신청한건 아니고, 그냥 종이잡지계에 있으니까 신청했다. 익숙히 알고 있는 연사가 나와서 듣고 싶기도 했고. <서울의 3년이하~ 가게들> 시리즈를 낸 ‘브로드컬리’와 한 호에 한 영화만 담는 ‘프리즘오브’, 그리고 MC는 ‘종이잡지클럽’.
이미 이 분들의 이야기를 강의나 책으로 접했어서, 최근의 그들이 궁금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집중해서 듣진 못했지만 (회사일하면서 틀어놓았는데, 나의 집중력이 왔다갔다 하는건 어쩔수 없더라. 그래도 이게 코로나 시대의 장점이라면 장점이겠지.)
기억나는 건,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는 거다. 브로드컬리나 프리즘오브나. 매거진을 만드는 사람은, 독자가 궁금해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중요한데, 결국은 그것도 ‘내’가 재미있어서 시작한 주제 중 하나여야 하고, 시작은 ‘나’로부터 간다는 것. 이미 수년간 본인들만의 매거진, 컨텐츠를 만들어오는 사람들이여서 그런지 이 부분에 대해 꽤 명확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남이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 내 나름의 결론을 낸 적이 있다. 내 결론은 ‘교집합’ 이었다. 나와 남의 교집합. 그런데 우선순위는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 교집합도 결국은 내가 있어야 시작할 수 있는 거니까, 두 분의 이야기에서 무릎을 탁 쳤다! 업계의 성공한 사람이 이야기한거니 무엇보다 나도 이제는 마음 놓고 이 길로 마음 놓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좀 더 확실하게 ‘나’로부터 이야기를 끄집어 내야겠다.
아, 그리고 오후에 잠깐 #그린먼데이망원 이라는 독서모임을 했구나. 첫날이라서 가볍게 수다회 정도. (그래서 회사일에 집중을 잘 못했다ㅜ.ㅜ 벌린 일이 넘 많네ㅜ.ㅜ)
화요일은 회사일로 계속 바쁘다가 지난주에 정한 인터뷰를 했다.
내가 인터뷰를 당한 인터뷰이 였는데, 프리랜서 기사님이라고 했다. 어느어느 매체에 실린다고 했는데, 오랜만의 인터뷰 요청이기도 하고 나는 흔쾌히 응했다. (오랜만인 것 같았는데, 생각하고 보니, 온라인 매체에서 인터뷰 당하는 건 2번째 밖에 안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저기에서 같은 말을 많이 하고 다녀서 나도 좀 헷갈린다 이제…)
칼퇴를 하고, 약속 장소로 가서 늘 하던 질문에 늘 하던 대답을 했다. 그래도 SNS에서 나의 행보를 보시던 분이라, 최근의 질문도 해주셨는데 그 점이 고마웠다. 비록 기자님의 예상과 달랐던 답변도 있겠지만. (로컬이 떠서 로컬을 시작한게 아닌데, 지금 로컬이 유행?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보냐고 물으면… 흐음, 사실 잘 모르겠다. 나는 그냥 내가 좋아서, 내 필요에 의해서 시작한 거니까.)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저녁 8시부터는 또 내가 만든 수업을 진행했다. 이번주는 정말 다행히도 특별강사를 모셔와서 그분이 대신 2시간을 채워주셔서 얼마나 마음 편하고 든든했던지..!! 로컬매거진 수업을 1월부터 시작했는데 #안녕로컬 출판/인쇄 쪽은 내가 약한 분야라 전문가를 모셨다. 역시 전문가가 최고야… 짜릿해…! 그리고 이 분을 모신 나 자신도 칭찬해…ㅎ 혼자 다하려고 내 손에만 꽉 움켜지지 말고 좀 놓을 필요가 있다. 확실히.
수요일은 오전 병원진료 – 오후 출근/미팅, 다행이 다 잘 풀렸다. 자료준비까지 내용 조정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했는데, 막상 align 이 다 된 상태라, 미팅에선 그 내용을 보고하고 현황 check 하는 수준이었다. 무튼… 한국 중국 싱가폴 zoom 미팅이었는데, 간만에 회사 다니는 기분 좀 났다.
목요일, 쉰 것 같은데 또 뭔가 이것저것 많이 한 것 같은 날.
오전엔 분명히 쉬었고, 점심 때는 친구와 약속… 그렇게 친구가 일하는 책방에 가서 책방 운영 프로그램 이야기를 했다. #남의집 이라고, 소셜미팅? 특정 주제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야기하는 서비스인데, 이번에 여기서 동네마다 발전시키려고 각 동네에 ‘로컬큐레이터’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나는 당연하게도 망원동 큐레이터로 초대받았고 (다른 분들은 지웠하셨다ㅎ), 슬슬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데…ㅠ.ㅠ 뭔가 또다른 일을 벌리는 것 같아서 살짝 부담…그래도 해야지.) 그런데 미팅 중에, 책방에 다른 손님 작가님들이 오셔서, 친구와 책방 사장님은 다시 이야기를 하고…. 나는 그 와중에 그제 인터뷰 나온거 release 하고, 기부금 정리하고, 중간중간 연락오는 회사일 쳐내고… 암튼, 뭔가 딱 output을 짜잔-하고 만든 건 없지만, 바빴던 날.
목요일 저녁이 대박이었다.
김키미님의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정말정말 재밌고 유익하게 읽었던 책이라, 키미님을 쭈욱-팔로우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 Yes24에서 북클럽을 만들고 키미님과 함께 한다길래 바로 신청. 그리고 목요일 저녁 첫 모임이 되었다.
그런데… 여기 분위기 이상하다. 회원들이 다 장난 아니다. 이미 출간 작가도 2분 계셨고,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몇 천, 1만이신 분도 있었다. ‘퍼스널 브랜딩’ 관련 모임이니까 다들 자기 자랑 (a.k.a 퍼스널 브랜딩)을 너무너무 잘 하시더라. 부담 20%에 재미와 자극 80% 정도로 의욕이 충만했다. 다들 스스럼없이 자기이야기, 자기 자랑을 술술 늘어놓는 걸 보면서.. 아아, 나도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SNS에는 올려도, 막상 판을 깔아주면 ‘말’은 잘 못하는 I 45% E 55%의 MBTI이니까…ㅋ
그리고 오늘 금요일.
드디어 #금요글방
어제 오후에는 이 글쓰기 방을 열고, 모집하고, 공지하고 등등 조금 바빴지만, 어찌되었든 했다. 그리고 나도 30분간은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썼다. 일단 시작하고 썼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
뭔가 많이 한 것 같은 일주일이었는데, 쓰고보니 진짜 많네…
뭔가 꾸준히 한 건 없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많이 했다. 앞으로 할 것도 많이 쌓여있지만, 이 주의 나는 나름의 최선으로 이런것들을 쳐내었다. (물론 틈틈이 놀았지만, 사람이 계속 일 만 할 수 없으니까.)
일을 미루면서 그때그때 닥치는 일들을 해나가고 있는 나에게 ‘부지런’이나 ‘바지런’이라는 형용사는 딱히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나는 부지런도 바지런도 아닌, 그냥 되는대로, 닥치는대로 하는 사람이구나.
이얏호- 아무튼, 이제 연휴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