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IT 기술 쓰기 어려워지나요?
노화가 IT 제품을 쓸 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나이가 들면 정말
IT 기술 쓰기 어려워지나요?
안녕하세요, 5-60대를 위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모두의 경험입니다.
지난 글에서, 앱이나 웹 같은 IT 서비스를 이용할 때 어려움을 겪는 능력 있는 5-60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용감하게(?) 이거, 뭔가가 잘못됐다. 6-60대가 문제가 아니라 화를 돋우는 IT 서비스가 잘못 아니냐!’라는 질문을 던졌는데요
글을 쓰고 나서, ‘사실은 노화 때문에 IT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시작됐어요.
그래서 이번 주는 노화로 인해 생기는 신체적, 인지적 변화들은 무엇이 있고, 그런 것들이 IT 서비스를 활용하는 데 문제를 일으키는지 한번 살펴봤습니다.
제가 살펴본 책을 보시려면 링크를 눌러주세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닙니다!
PARTY PARTY YEAH!
다행히 불편은 있을 수 있지만 노화 현상 때문에 특별하게 IT 기술을 사용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라고 해요.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면 실제 능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컴퓨터를 잘 다룰 수 없다는 느낌, 비인간적이라는 느낌, 불안 때문일 확률이 크다고 합니다. 또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 역시 보수적인 성향 때문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자신의 편의대로 제시한 새로운 기술에 적응할 가지를 크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해요.
어렵다는 느낌과
실제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다르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실험이 있었는데요. IT 서비스를 활용해서 주어진 과제를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는지 연령대별로 측정하는 것이었는데, 연령과 과제 수행 능력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았다고 해요. 그저 좋은 디자인의 웹사이트는 연령과 상관없이 누구나 과제를 잘할 수 있고, 나쁜 디자인의 웹사이트는 누구나 과제를 잘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다른 무엇보다 좋은 디자인이냐 아니냐가 수행 능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나이가 들면 달라지는 것들
물론 신체의 노화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저자는 새로운 기술들이 노령층이 사용하기에는 불편하게 설계된다는 점은 이야기했는데요.
대표적인 예로 든 것이 최근에 나온 소형 IT 디바이스들입니다. 노인들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작다는 건데요(에어 팟, 애플 워치 등을 생각해보면...) 노화의 영향으로 모든 감각 기관이 정교한 처리를 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작게 만들게 되면 예전보다 이용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손가락을
이용한 제스처나 모션 사용 같은?
이 것처럼 사소하더라도 나이가 들면서 IT제품을 사용할 때 달라지는 것들이 있을 텐데요. 이언이 노화의 심리학에서 정리한 노화 현상 중 IT 제품을 사용할 때 달라지는 4가지를 골라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잠깐! 노화의 속도는 개인마다 매우 다르고, 여러 현상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중년에도 이 현상의 일부를 겪을 수가 있고 노년이라고 해서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겪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가 들면
IT 기술을 쓸 때 불편해지는 4가지
1. 감각 체계가 무뎌진다
신체의 노화는 20대 이후부터 시작됩니다. IT 프로덕트를 사용하는 데 중요한 감각 체계 (시각, 청각, 촉각 등)도 마찬가지인데요. 아래와 같은 현상들이 나타납니다.
GUI 관련
노안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을 보기가 힘들다)
이미지의 크기가 차이가 적을수록, 색과 밝기의 대비가 적을수록 알아보기 어렵다
흐린 불빛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흐린 불빛에서는 패턴을 인지하는 능력이 감소한다
VUI 관련
난청
음의 높낮이 구분이 어렵다
음이 어디에서 들려오는지 음원이 잘 파악되지 않는다
이명 (노인의 10% 정도는 이명을 경험한다)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에요. 단순한 기능들이 각각 조금씩 저하되는 것에 가깝다고 합니다. 다만, 보다 복잡한 활동 혹은 정교한 활동을 하기 위해 함께 이용될 때는 기능 저하가 더 커질 수 있겠죠.
예를 들면, 머그컵을 잡거나 커피를 만드는 데에 필요한 활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작은 커피 봉지를 뜯는 것과 같은 정교한 행동을 할 때는 이전보다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는 뜻입니다.
2. 반응 속도가 느려진다
어떤 자극에 반응하는 데 걸린 시간을 반응 시간이라고 하는데요. 질문에 답을 생각하는 속도나 목소리, 얼굴, 친숙한 그림 등을 인식하는 시간 등이 그 예입니다.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이 반응 시간이 길어지는데(Birren and Fisher 1995 : 329, Lindenberger et al. 1993; Rabbitt 1996 참조) 답을 알고 있더라도 제한 시간 안에 맞추기는 어렵다는 거예요.
3. 단기 및 장기 기억이 저하된다
두 종류의 기억 모두 저하됩니다. 다만 기억력을 잃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나빠지는 것이기 때문에 극적인 차이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극적인 차이가 있다면 질병에 의한 것)
그럼에도 단기 기억이 저하된다는 것은 IT 제품을 사용할 때는 중요한데요.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이라고도 부르는 단기 기억은 어떤 종류이든 작업을 할 때 10초에서 15초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만 우리의 기억 속에 저장되는 정보를 말합니다(E.bruce Goldstein, 2017)
인증번호를 기억한다거나, 이전 페이지에서 읽었던 내용을 기억하는 등에 필요한 능력인데, 이런 능력이 조금 저하되는 거죠.
인증번호 기억하기
이전 페이지 내용 기억하기 같은
사소한 것들이 조금 불편해집니다
따라서 한 번에 여러 가지를 하는 것이 점차 힘들어지는데. 우리가 IT 제품이나 서비스를 일상생활에서 걸어가면서, 다른 사람과 말하면서, 급하게 무엇을 하는 도중에 이용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런 현상이 중요해지죠. 실제로 외우는 과정에 걷는 일만 추가하거나, 걸어가는 길이 복잡해질수록 기억 수행이 저하되는 것이 발견되었다고 해요(Lindenverger et al. 2000).
여러가지를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도
더 불편하게 느낄 수 있어요
4.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이미 존재하는 지식(언어, 이미 배웠던 지식)을 기억하는 데에는 문제가 별로 없지만,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저하된다고 합니다. 이런 능력은 주로 숫자와 기호를 이미 정해져 있는 코드에 따라 짝짓거나, 90초 시간제한 동안 가능한 한 많은 숫자를 기호로 바꿔야 하는 등의 수행능력을 검사로 측정하는 것인데요. 시간제한 안에 많은 문제를 풀기가 어려워진다고 하네요.
그러니, 새로운 것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이용해서 디자인한다면 좀 더 편하게 느껴지시겠죠
이런 것들을
고려한 디자인을 해야...
이런 지점들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해서, IT 제품을 아예 이용하지 못하는 건 아닐 겁니다. 그렇지만 사용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작은 짜증들이 모여 크게 불편할 수 있겠죠
실질적으로 디자인을 할 때 고려해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언이 이야기한 것 중에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들 중 적용할만한 게 있어서 몇 가지 기록해봤는데요. 해외 아티클에서 시니어를 위한 디자인 가이드에서 말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들도 꽤 있었습니다
활자 크기를 키워라
복잡한 텍스트를 피해라
단어들을 띄엄띄엄 읽는 경향을 주의해라
문장의 앞만 보고 (뒤는 주의 깊게 읽지 않고) 문장의 뜻을 예측하는 경향이 있음을 기억해라
새로운 단어/ 낯선 단어를 피해라
동시에 해야 하는 작업을 줄여라
좁은 시야에서 시각적 자극을 제시하라
저는 읽다 보니 "아! 그래서 그렇게 행동하셨구나"하는 것들도 있었는데요. 똑같은 UX writing 문장을 읽더라도, 문장을 띄엄띄엄 읽으시는 분들이 많아서 유의사항을 보여줄 때, 유독 힘들었던 경험이 기억나더군요
낯선 단어를 똑같이 보시더라도 3-40대 보다 유추를 잘 못하시는 경우도 있었고, 주의를 집중하고 계시던 영역에서 벗어나 아래나 위쪽에 알람 메시지가 뜨면 젊은 층보다 잘 발견하시지 못했던 에피소드도 기억나네요.
그래서...
글자 키우고, 제한 시간 늘리면
시니어를 위한 디자인이 되나요?
글자 크기 키우기, 제한 시간 늘리기, 손가락으로 정교하게 하는 것들은 피하기. 이런 것만 하면 정말 5060을 화나게 하지 않는 서비스가 되는 걸까요?
이런 것도 분명 중요하지만, 현재 중장년층, 또는 시니어층이 겪는 일들을 모두 설명해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특히 이 분들이 어떤 상징에 익숙하고,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맥락에서 IT 서비스를 사용하는지에 대해서 알아야 왜 어려움을 겪으시는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음 글에서는 신체적 노화로는 설명할 수 없는, 5060 세대의 문화적/사회적 배경에 대해 공부하고, 이것이 IT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미치는 영향이 있는지 공부해서 공유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맥도널드 키오스크에 대한 얘기도 잠시 해볼게요!
다음 글도 기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