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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다임 Jul 04. 2024

사업일기: 어쩌다 보니 호스트가 되었네

아이를 출산하고 무기력에 빠져 다이어트, 운동, 사업 등 모든 게 흐지부지 되는 것에 익숙해지니 새해에 목표를 세우는 것조차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2024년은 어떤 것이든 결과를 내어보자 라는 마음으로 [다임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런데 6개월 후...


다임프로젝트에 없던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지금까지 해오던 일이 아닌 전혀 다른 일 말이다.


나는 호스트가 되었다.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러했다.

유튜브와 인스타를 깔짝대던 그때, 눈에 띄는 창업 광고를 보았다. 

원래 부동산에 관심이 많았기에 경매 수업은 들어보았으나 에어비앤비 창업과정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 클릭했다. 내 집을 외국인들에게 빌려주고 돈을 받는다? 솔깃


수강료가 얼마인가 살펴보니 무려 백 만 원! (할인해서 99만원)

이렇게 비싼 강의는 들어본 적이 없던 터라 망설였다. 원래 계획하던 일도 아니고 말이다.

한 달을 고민 끝에 새로운 기수가 오픈하자마자 코칭까지 해주는 백만 원짜리 비싼 강의를 결제했다.

이런 비싼 강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은 한마디 했다.


"이거 듣고 실제로 시작할 거면 듣고 아니면 듣지 마"


꽤 냉철한 한마디에 진짜 시작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강했지만 큰소리치며 외쳤다


"오케이 시작할 거거든?"


워낙 창업, 자기 계발, 부업 뭐 그런 잡다한 영상을 많이 봤던 터라 엄청나게 새롭진 않았다.

그러나 백만 원의 가치를 하는 강의인가라는 점에서 봤을 때, 부동산 매물을 소개해준다 정도?

그 외에는 내가 궁금한 질문들을 편하게 질문할 수 있다는 점? 그러나 이것도 매물을 계약했을 경우에 해당한다.


2월..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3월 실제 부동산 매물을 탐색하며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원래 계획하던 일은 안 하고 일단 이거부터 마인드로 달렸다.) 


몇십 군데 전화를 돌려도 돌아오는 대답은 NO!

내가 임대인이라도 허락해 주는 게 쉽지 않을 터인데 쉽게 구할 리가 없지..

심지어 가계약금을 쏘고 정식 계약을 앞두고 엎어지는 일까지 생기면서 점점 오기가 생겼다.

여기서 포기해야 하나 어쩌나 고민을 하던 찰나

사람은 역시 죽으란 법이 없다.


부동산을 돌던 중 참 좋은 중개사님을 만났다.

어렵사리 매물 계약까지 성사시킬 수 있게 도와주셨다.

주변 동의서까지 척척..

생각보다 준비해야 할 사항이 정말 많다.

건물의 조건, 집의 컨디션, 주변의 동의 등등

그 조건을 맞춰서 찾는 게 한편으로 힘들면서 한편으로는 재밌는 과정이었다.

(지났으니 이런 말이 나오지 싶다)


썩 - 좋은 컨디션은 아니었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웠던 집이라 냄새와 털, 곰팡이 등으로 뒤덮인 집이었다.

물론 매물을 구할 당시엔 짐을 꽉 차 있고 사람이 있어 꼼꼼히 보지 못했다. 

처음이라 생각지 못했던 나는 임차인의 짐이 다 빠진 후 꽤나 당황했다.


결국 예산에 없던 도배, 장판 비용이 추가됐다.

아, 원래 인테리어 좋아해서 셀프로 하고 싶었으나 이건 대공사였기에 전문가를 섭외했다.

(마감재 들뜸, 곰팡이, 벽구멍, 몰딩파손 등)

셀프로 하면 오픈 날짜가 너무 미뤄질 것 같아 돈을 쓰기로 했다.

남편 눈치가 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단 오픈을 하는 게 시급했으니까.

이때가 4월 말이었다. 

다임프로젝트는 잊힌 지 오래였다.

아무래도 하반기부터는 다임프로젝트에 에어비앤비를 넣어야 하지 않을까..


결국 준비 예산 300만 원이었으나 500만 원이 넘게 들었다.

도배, 장판, 화장실공사, 가전, 가구 등 구입비 모두 합쳐서 말이다.

아끼고 아꼈는데... 누가 300만 원으로 된다고 그랬냐 (집 컨디션이 좋으면 가능하다)

그러나 나는 월세가 아주 저렴한 29년 차 빌라이므로 수리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리하고 가전, 가구 세팅하고 허가받기까지 약 한 달 정도 걸렸다.

중간중간 불안과 좌절과 걱정의 쓰나미가 덮쳤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포기 할수가 없었다.

사진을 찍고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업로드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남들처럼 화려하고 예쁘게 사진찍는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나름 블로거라 사진 잘 찍는다 생각했는데 이건 또 다른 영역임을 깨달았다.

전문 사진작가에게 맡기고 싶었으나 예산 초과로 꾸역꾸역 내가 찍었다.

(사이트에서 다른 집들이랑 비교해보니 나 분명 손으로 찍었는데 발로 찍은 것 같네..)



그래서 업로드하고 매출은 어땠을까.......

강의 광고를 너무 믿지 마시라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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