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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진 Oct 03. 2024

잠깐의 기분으로 하루를 망치지 말 것.


글을 쓰고 나를 되돌아보면서 그동안 몰랐던 나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잠깐의 기분으로 하루를 자주 망친다는 것.


유리멘털인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떨어지는 낙엽처럼 쉽사리 흔들렸다. 감정적으로.

부정적인 대화들, 불편한 사람과의 어색했던 순간들, 그리고 가시 돋친 눈빛과 말들이 오갔던 시간들.

일상 또한 파도처럼 행복과 슬픔과 평온과 갈등의 시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거친 감정의 날들을 나는 잘 이겨내지 못했다.

상처를 받거나 기 빨린 잠깐의 시간들이 하루를 온전히 지배해서 스스로를 널브러뜨렸다. 상처에 갇힌 마음과 시간들이 머릿속에서 무한재생되며 나의 가장 중요한 것들을 밀어내버렸다. 그러면서 그렇게 내가 망가져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그럴 때면 반사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나를 발견했다. 감정의 묵은 때를 글로 빡빡 지워버리고 싶어서인지,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생존본능인지 모르겠다.

다행인 건, 글쓰기로 망가지는 나를 바라보고 붙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나를 되돌아보고 느껴주고 글을 통해 해방시켜 준다. 그리고 남은 시간들은 다시 나의 소중한 일들로 채워나가고자 노력한다.


물론 글쓰기가 모든 것들의 해결사는 아니다. 반쯤만 치유돼 아직 너덜너덜한 심장 한쪽이 자주 보이지만 괜찮다. 적어도 나의 상처를, 아픔을, 감정을 똑바로 직시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스스로 망가짐을 멈출 순 있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상처받은 내 마음을 달래주고 싶어서이다. 이유가 무엇이되었든, 소중한 나를 내가 지켜주고 싶어서.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말과 행동과 상처받은 순간들로 나에게 중요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그 누구도, 무엇도 나와 나의 소중한 것들을 망칠수 없다.

오늘 하루도 글쓰기로 나를  보듬고 소중한 시간을 지켜낼 수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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