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익명의 J Sep 12. 2022

꿈 일지 1

이런 꿈을 포스팅해도 될까 싶어

나의 꿈들은 때로 정말 강렬하고, 역동적이며, 나를 감정적으로 몰아간다. 투명하게 나의 생각과 감정을 그대로 담아내서 깨고 나서는 민망할 정도다. 저번에 내가 꾸는 꿈의 유형을 정리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 밤에 꾼 꿈은 정확히는 그 꿈의 분류에 들어가지 않는 것 같다. 항상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부터 기억나는 인상적인 꿈은 조금 적어볼까 한다. 


9/12 오늘 밤의 꿈은 아빠와 싸우는 꿈이었다. 아빠는 어릴 적 내가 가장 듣기 싫어하던 말투로 엄마에게 시도 때도 없는 시비를 걸었다. 나와 동생이 교회 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던 아빠가 무슨 일인지 엄마와 기도를 하려는 상황이었는데, 꿈 속에서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와 구원을 바라는 걸까하면서. 성경 구절을 소리내어 읽는 엄마의 목소리에 속도와 말투 모든 것을 트집 잡으며 성질 부리는 그 목소리에 동생이 먼저 아빠, 그만하세요 나섰고 그 말에 나도 방문을 열고 나와 양아치처럼 구는 것을 그만두라고 말했다. 곧 아빠가 우리를 돌아봤고 한 번 내지르고 나니 더욱 화가 나서 아빠를 비난했다. 그러자 아빠는 어 그런식이야? 하는 특유의 협박성 목소리로 몇 번 윽박지르더니 내 노트북이 든 가방을 들고 방에 들어가 마구 때려부수기 시작했다. 아빠가 가방을 들었을 때는 나를 때릴 것 같아 무서웠는데 노트북을 부수는 동안에는 머리가 다 멍했다. 내가 백업을 했나 하고 고민하는 사이 아빠가 나왔고 그때부터 웃긴 것은 내가 아빠를 미친듯이 때리기 시작했다. 나는 보통 꿈에서 원하는대로 못 움직이는 쪽인데 역시나 잘 나가지도 않는 주먹을 막 휘둘렀고, 있는 힘껏 발차기를 내질렀다. 그리고 동시에 나도 많이 맞았다. 


부모님을 때리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난 이런 꿈이 처음이 아니었다. 저번 꿈에서 나는 엄마에게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며 때리기도 했다. 그 날 꿈의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절대 내 말을 듣지 않는 엄마한테 머리 끝까지 울화가 치밀어서 가슴이 터지는 것 같았고 짜증과 분노를 표출하지 않으면 내가 고혈압으로 죽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이러한 꿈을 꾸고 일어나면 나는 깊은 내면 속에 숨겨왔던 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분노, 혐오가 꿈에 투영되어 나타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이렇게 노골적인 꿈을 꾸는지 부끄럽다. 아빠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 해 그게 마음 속에 쌓여서 꿈에서라도 아빠를 때리는 것일텐데 막상 꿈에서 깬 현실의 아빠는 이제 힘 없고, 아프고, 내 눈치를 보는 중년의 아저씨일 뿐이다. 더 이상 내가 분노하는 아빠는 없다. 그러니 더이상 분노할 대상도 없이 내 감정만 남아 가슴 언저리에서 방황할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우울의 일지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