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몽실 Mar 10. 2022

<소년 심판>

넷플릭스 드라마 리뷰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드라마는 처음부터 자극적인 대사를 던진다.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소년들의 범죄는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미성숙해서 일어난 일회성의 실수 또는 더 큰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예고범죄.

  김혜수가 연기한 심은석 판사는 오버스러울 정도로 소년범들에게 감정을 드러내고 형사처럼 수사에 참여한다. 그는 소년들의 범죄를 일회성의 실수로 그치기 위해서, 소년부 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소년 범죄가 계속해서 재발하고  악랄한 범죄로 진화하는 이유는 법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되어있단  학습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단순히 처분만 내려 절차만 따르게  것이 아니라 법은 우습지 않다는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드라마는 소년 범죄를 다룬 여러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살인, 가정폭력, 시험유출, 성폭행  소년들의 범죄는 예상했던 것보다 심각했고 지능적이었다. 그들이 피해자에게 저지르는 폭력은 보기 힘들 정도로 가혹했고 잔인했다. 그들은 반성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는 내내  괴로웠다. 이렇게 인물들을 학대시키며 감정적으로 힘들게 하는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소년 심판> 달랐다. 현실은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연출과 연기가 좋았다고 생각했다. 드라마는 끔찍한 범죄를 다루고 있음에도 그 안에서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었는데 특히 그것을 표현하는 연출이 좋았다. 감독님은  <디어 마이 프렌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등을 연출한 홍종찬 감독님이었다. 전작을 보니 내가 느낀 바가 이해가 갔다.


촉법소년을 연기한 백성우와 공범이었던 한예은 등 소년범들의 연기도 대단했지만 개인적으로 김무열의 연기가 좋았다. 김무열은 심은석 판사와 다르게 소년범들을 따듯하게 대해주는 차태주 판사로 나온다. 자신도 가정폭력 피해자이며 소년원 출신이기 때문에, 보호받지 못하고 자란 소년범들을 이해하고 보듬어주려고 한다. 워낙 드라마 속 인물들의 연기가 강렬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힘을 쫙 뺀 듯한 김무열의 연기가 밋밋해 보였다. 또 소년범들의 편을 들어주는 모습이 자주 나오면서 답답한 캐릭터로 느껴졌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김무열의 연기가 차태주 판사를 완벽히 이해시켜줬다. 보는 내내 그의 연기에 감탄헀다. 그리고 속으로 몇 번이나 '와 정말 공무원 같다.'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회에서 이정은 배우가 연기한 나근희 판사가 판사석에 앉아 .

"저에게는 법관으로서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내 법정은 감정이 없다.' 그래야지 어떤 편견도 없이 냉철한 처분을 낼 테니깐요. 그러나 너무 뒤늦게나마 이 소년 법정에서만큼은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습니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소년범을 혐오하며 감정을 드러내던 심은석 판사의 행동이 옳았음을 알 수 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소년 범죄는 판결이 전부가 아니다.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뭐가 옳고 그른지를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 감정을 담지 않았던 나근희 판사는 자신이 처분했던 소년범들이 더 큰 범죄로 돌아온 모습을 보며 반성했다.




'법이 원래 그래'


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상식적으로 피해자를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고 난 후, 법은 가해자를 위해 존재하는구나 알게 됐다. '법이 원래 그래.' 원래 그렇다는 말을 제일 싫어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더 싫어졌다. 심은석 판사 같은 사람이 실제로 존재할까. <나의 아저씨>의 박동훈처럼 가장 현실적으로 꾸며낸 판타지 인물 같다.



작가의 이전글 혼자라고 생각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