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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견뚜기 Sep 14. 2024

저 섬에도 가보고 싶다.

이야기

※ 전라남도 여수 인근 돌산도의 향일암에서 바라본 남해 바다의 모습. 


전라남도 여수를 다녀오고 나서 임철우 작가의 장편소설 '그 섬에 가고 싶다'가 떠올랐다. 하도 오래전에 읽어서 내용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 제목은 잊히지 않았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초등학교 시절 여름방학에 부모님과 함께 남해로 여행을 다녀온 이후, 남해는 처음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갔던 곳이 여수인지 남해인지 긴가민가 하다. 다만 한려해상국립공원 쪽이었던 것만 어렴풋이 기억났다. 장마였는지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 강인지 바다인지는 흙탕물로 가득했다. 비를 뚫고 도착한 곳이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명소였고, 거기서 거북선이 그려진 손수건을 선물 받은 기억이 난다. 그런데 정작 그곳이 어딘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막연하게나마 여수로 짐작했었다. 하지만 여수 여행을 앞두고 지도를 보니 아무래도 여수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면 이번 여수 여행이 나에게는 초행길, 남해 지역은 두 번째인가 보다. 내가 바닷가를 좋아하는 편이라 바닷가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나라의 동해 바다, 서해 바다, 부산 앞바다, 그리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근처의 산타모니카 비치, 베니스 비치, 라구나 비치 등 여러 바다를 보았지만, 남해 바다는 인상적이었다.


해안가 주변으로 크고 작은 섬이 많았다. 이번에 방문한 여수만 해도 돌산, 오동도, 금오도 등 많은 섬들이 여수를 둘러싸고 있었다. 같은 남해라도 부산 앞바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풍경이었다. 이래서 임진왜란 당시에 왜군들 지형을 적재적소로 이용한 이순신 장군의 전략이 속수무책으로 당했구나 싶다. 섬이 많으니 배들의 이동이 제약이 많아 보였다. 바닷가에 서서 멀리 바다를 바라보는데 홀로 외롭게 서 있는 섬들을 보니 운치가 있다. 그리고 다리로 이 섬들이 서로 연결이 되어 있어,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든다.


전라남도 여수시 인근의 오동도를 방파제로 연결해, 산책로를 만들었다.


여수시에서 방파제로 연결된 오동도도 인상적이었지만, 장도도 기억에 남는다. 장도까지 방파제를 연결해 예술의 공원인 여수장도근린공원으로 꾸며놨다. 그리고 맞은편 육지에는 웅천친수해수욕장이 있었다. 해변길에 나있는 방파제 길을 따라 장도까지 천천히 걸어가, 장도를 둘러봤다. 산책하기 참 좋았다. 시간만 더 있었으면, 아니 날씨만 조금 더 선선했으면 여유 있게 산책을 했을 텐데, 저녁나절인데도 덥고 습했다. 크기는 오동도보다 커 보였다. 장도도 러닝 코스로 좋아 보였다.


전라남도 여수시 장도에서 바라본 여수 시내 모습.


장도를 돌고 나와 해변으로 가서 바닷물이 발을 담가봤다. 

"이래서 사람들이 물에 발을 담그는구나!"

의외로 시원했다. 발만 시원한데도 온몸의 열기가 줄어드는 것 같았다. 어두컴컴한 밤인데, 바닷물에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장도를 가기보다는 바닷물에 발부터 담글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저녁 시간이라 장도 방문시간이 끝날 것 같아 장도를 먼저 들렸다.


나에게 여수 밤바다는 장도 앞바다였다. 여수 도착한 첫날 저녁 방문한 곳이 장도였다. 고요하면서도 두런두런 사람들이 모여 더위를 식히는 어두운 밤바다였다. 가수 장범준의 애절하고도 아련한 멜로디가 잘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조명 없이 어두컴컴한, 파도 소리만 들리는 바닷가를 거니니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았다.


그다음은 여수 주변 대표적인 섬인 돌산도다. 여수시에서 가장 큰 섬이자, 대한민국에서 10번째로 큰 섬이다. 여수반도에서 동남쪽으로 450m 정도 떨어져 있으며, 돌산대교와 거북선대교로 육지인 여수시와 이어져 있다. 돌산도는 섬에 여덟 개의 큰 산이 있다는 뜻에서 한자로 팔(八) 자와 대(大) 자를 합한 돌(突)과 산(山)이 합쳐져 만들어진 이름이다. 사실 나는 돌산이라고 해서 섬이 돌로 된 산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돌산이 안 보여서 의아해했다. 


돌산도에서는 향일암이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꼽혔다. 돌산도 남쪽 금오산에 위치한 사찰로 금오산의 기암절벽 사이에 울창한 동백이 남해의 일출과 어우러져 절경을 빚는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친구 K가 향일암을 꼭 가보라 했다. 현지인 추천 명소니 꼭 가봐야겠다 싶었다. 둘째 날 오전에 여수시내 '꽃돌 게장 1번가'에서 게장을 든든히 먹고 향일암을 향해 출발했다. 여수시에서 차로 40분 정도 걸린다. 그런데 가는 내내 도로에 차가 없어서 운전이 편했다. 말 그대로 한 번의 막힘 없이 40분 내내 드라이브를 했다.


그렇게 향일암 밑 임포마을에 도착해, 주차장에 차를 대고 향일암을 향했다.

아차! 향일암에 오기 전에 향일암에 대해 잘 알아보고 올 걸 그랬다. 향일암 가는 길이 생각보다 난코스였다. 그냥 숲을 지나 가면 절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랬었는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주차장에서 향일암으로 향하는 입구까지 가파른 경사 길이었다. 


경사길을 힘들게 올라 향일암 입구에 도착하니, 끝이 없는 계단길이 나왔다. 끙끙거리면서 향일암에 올라 대웅전에 도착했을 때, 이미 티셔츠는 땀범벅, 얼굴과 머리까지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나마 계단을 지나 대웅전으로 향하는 길에 좁은 바위틈으로 난 길이 있었는데, 바위틈이라 그런지 시원했다. 대웅전 옆에 약수터가 있어 약수를 마셨다. 시원할 줄 알았더니, 웬걸. 미지근했다. 


돌산도의 명소 향일암을 향해 올라가는 계단길. 끝이 안 보이는 이 계단길을 어떻게 올라갔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정신을 차리고 향일암을 둘러보니 와 볼만 하긴 했다. 다만 날이 좀 선선할 때 왔으면 좋았을걸. 향일암에서 바라본 남쪽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했다. 광활한 바다, 그리고 바다의 파란색이 주는 시원함이 좋았다.


왼쪽은 향일암 대웅전, 오른쪽은 원효대사 좌선대다. 광활한 바다를 보며 사색에 잠기면 마음의 평온함을 자연스럽게 찾을 것 같다.


여수를 다녀와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챗GPT로 여수 러닝코스를 검색했다. 그중에 오동도, 돌산공원과 함께 향일암 오르는 길이 떡하니 포함되었다. 그 글을 읽으면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내가 아무리 달리기를 좋아하지만, 향일암 오르는 길을 달려보고 싶진 않았다. 러닝코스라기보다는 등반코스에 가까웠다.


그리고 다시 돌산도 초입구 소마산 인근으로 돌아왔다. 소마산 인근 여수 예술랜드에 있는 '카페 라피끄'를 방문했다. 뷰 맛집이었다. 카페에 앉아 멀리 바다를 보았다. 확실히 시원한 카페에 앉아 바다를 보니, 한결 마음이 여유롭고 편안했다. 


멀리 창밖 바다에 어선들이 바쁘게 지나가는 모습을 보자니, "세월아~ 네월아~"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싶다.


여수시에서 돌산도로 들어가는 초입, 소마산의 '카페 라피크'는 뷰 맛집이다.


여수를 다녀오고 나니, 기억 속에 여수 시내보다는 돌산도, 오동도, 장도 등 여수시 주변 섬들이 기억에 남는다. 


"다음에 여수에 오게 된다면 돌산도를 제대로 구경해야지."

"다음에는 금오도를 방문해 다도해상국립공원은 어떤 모습일까?"

"그 외에도 골프장이 있는 대경도는 어떤 모습일까?"

"아니면 여수시에서 시작해 돌산도를 지나 화태도까지 드리이브를 해볼까? 아니 뛰어볼까?"


구글맵을 보면 여수 주변의 돌산도 인근 섬들이 연결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여수를 다시 올 궁리를 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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