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시아 썬웨이리조트호텔 로비층에 위치한 식당 고든램지의 입구
말레이시아 썬웨이리조트호텔(Sunway Resort Hotel) 로비층 한편에 마치 성으로 들어가는 듯한 통로가 보였다. 화려한 샹들리에 조명이 대리석 바닥에 비쳐 마치 내부가 금빛으로 가득 찬 듯하다.
그리고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데, 식당 내부에도 반짝이는 샹들리에들이 이어졌다. 마치 내부 공간이 황금으로 가득 찬 듯 노란빛으로 가득 찼다. 안쪽 중앙에는 하얀 옷을 입고 팔짱을 낀 남자의 사진이 걸려있다. 그리고 입구 위에 식당 이름이 쓰여 있다.
'GORDON RAMSAY'
우와! 고든램지다! 내가 고든램지를 다 가보다니!!!
10월 20일(일)~24일(목)까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외곽의 썬웨이 리조트 호텔로 출장을 다녀왔다. 조식이 포함인데 호텔의 뷔페 아니면 고든 램지에서 먹을 수 있다. 첫날에는 뭣도 모르고 뷔페를 이용했다. 하지만 행사 기간 내내 아침과 점심을 뷔페에서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둘째 날과 마지막날 아침은 고든 램지에서 먹기로 했다.
사실 워낙 음식에 관심이 없어 한국에서 조차 고든 램지 식당이 오픈했다는 소식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하지만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흑백요리사를 보고 나니 식당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고든 램지가 유명한 셰프라는 사실을 다시 실감했다.
그래도 관심은 기회가 되면 흑백요리사에 나왔던 요리사들 가게 일부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랬는데, 출장을 갔는데 고든 램지를 들를 기회가 생겼다.
고든 램지에서 내가 고른 메뉴는 '훈제연어 샌드위치'와 '프렌치토스트.' 워낙 훈제연어를 좋아했기에, 훈제 연어 샌드위치를 시켰다.
그래서 나온 훈제 연어 샌드위치! 빵 위에 에그스크램블, 그리고 그 위에 훈제 연어가 얹혔다.
세계적으로 유명산 셰프 이름을 건 식당 음식의 맛은 어떨까?
고든 램지의 훈제연어 샌드위치 기대감을 안고 왼손엔 나이프, 오른손에는 포크를 들고 샌드위치를 잘랐다. 아무래도 자르다 보니 연어와 에그스크램블이 흩어졌다. 예전이라면 연어 따로, 에그스크램블 따로, 빵 따로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뜩 흑백요리사에서 안성재 셰프가 참가자들의 요리를 먹는 모습이 떠올랐다. 나이프로 자르면서 흩어진 재료들을 하나하나씩 차곡차곡 쌓아 먹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나도 따라 해 봤다. 잘라진 빵 위에, 에그스크램블을 올리고, 그 위에 훈제 연어 조각을 올려서 먹었다.
진한 훈제 연어향이 나겠지?
훈제연어 샌드위치가 입안에 들어가자, 샌드위치가 스르르 녹았다. 진한 훈제 연어의 향을 기대했는데, 의외로 맛이 간간했다. 다만 세 재료가 입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져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아쉽게도 오전 시간에 사람이 몰려 그런지, 프렌치토스트 나오는 시간이 길어져서 결국 못 먹고 행사에 참석했다.
다음날, 에그베네딕트와 어제 못 먹었던 프렌치토스트를 주문했다.
고든 램지의 에그베네딕트 에그베네딕트 먼저 나왔다. 계란 반쪽 크기의 잉글리시 머핀 위에 햄과 수란을 얹고, 홀랜다이즈 소스를 올렸다. 나이프로 에그베네딕트를 반으로 잘라 머핀, 햄, 수란, 야채까지 포크에 얹어 한입에 넣었다. 수란의 노른자가 입으로 흘러들어오며 부드럽게 목구멍까지 넘어갔다. 이 요리 역시 간간했다.
그다음은 프렌치토스트. 프렌치토스트는 설탕과 시럽의 맛이지. 구운 식빵에 설탕 가루와 오렌지 등을 올렸다. 그리고 그 위에 시럽을 뿌렸다. 프렌치토스트 특유의 맛이 느껴졌다.
고든 램지의 프렌치토스트. 오른쪽은 시럽을 뿌린 후 모습 전체적으로 고든 램지에서 맛본 요리들은 생각보다는 자극적이지 않았다. 강한 맛과 향을 기대하고 먹었지만, 의외로 간간하고 절제된 맛이었다. 하지만 그 약한 맛이 혀끝에 남아서 그 느낌이 오래 유지됐다.
워낙 입맛이 둔한 탓에 웬만한 요리를 먹어도 맛있게 먹는 편이다. 오히려 고든램지 음식을 논한다는 자체가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 같은 격이다. 하지만, 이 또한 하나의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평상시 맛과 향이 센 훈제 연어 샌드위치, 프렌치토스트만 맛보다가 오히려 간간한 맛의 요리를 맛보고 나서 이렇게 조리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참 희한한 것은 그 심심한 맛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왠지 다시 한번 맛보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