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
어제 업로드 예정이었던 바디프로필 시리즈 연재 대신 써봅니다.
저의 지난 일주일을 통으로 가져간, 요즘 가장 핫한 서비스, 클럽하우스에 대한 이야기.
클럽하우스가 뭔가요?
클럽하우스 Clubhouse라는 애플리케이션이자 SNS 가 있습니다.
오디오 기반 소셜 미디어인데, 그냥 가입한다고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누군가가 나를 추천하거나, 초대장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죠!
(그리고 그 초청/추천한 사람의 이름이 내 프로필 바이오에 적혀있답니다. 계속. 쭉.)
연락처 기반이므로 아무래도 실명을 적길 요구하고 있고, 대부분이 본인의 사진과 실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가이드라인에 실명으로 활동해달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여차저차 가입을 하면 나에게도 기본 초청장이 2개 생깁니다. (더 많이 생긴다는 분들도 있어요!)
활동을 열심히 하다 보면 추가로 초청장이 생기는데, 저에게는 처음 2개 + 추가로 8개가 더 생겨서 일주일간 총 10개의 초대장이 생겼습니다. (정말 열심히 사용했던 헤비 유저....)
하지만 지금까지 딱 하나의 초대장밖에 사용하지 않았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초청은 신중하게
invitation 초대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가입 후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waitlist) ‘내가 아는 사람’을 추천해 가입시킬 수가 있습니다.
역시 노미네이트, 즉 추천한 사람의 이름이 상대방의 바이오에 나타납니다.
아무래도 누구에게 초대를 받고 가입했는지가 다 보이므로 조금은 조심하게 되는데, 거기에 더해 더욱 신중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거나 해서 클럽에서 ‘강퇴’를 당할 경우, 그 사람을 추천한 사람 역시 (마치 연대보증처럼) 함께 퇴장당한다는 커뮤니티 룰이 있거든요.
그리고 그 ‘강퇴’의 조건 중 하나는 클럽하우스에서 일어나는 대화를 녹취해 다른 곳에 배포하는 일이 포함됩니다.
그렇습니다.
클럽하우스에서 일어나는 대화는 모두 ‘실시간’이며, 캡처, 녹음, 재가공, 기록이 불가하죠.
심지어는 디엠 보내기 기능도 없고, 채팅 기능도 없습니다.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다면 내 프로필 사진을 변경하는 수밖에 없지요.
재가공이 불가능한 실시간 SNS
어떤 이들에겐 불편할 부분일 테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아주 매력적입니다.
집에서 아무거나 입고 누워서 이야기해도 되고, 유튜브처럼 미리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할 필요가 없으므로 ‘품’ 이 들지 않거든요.
그럼 라이브 방송과 다르지 않냐고요?
한 사람이 이야기하고 나머지는 채팅이라는 텍스트로 의사를 표현하는 라이브 방송과 다르게, 클럽하우스에서는 모두가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야기 하나요?
호스트인 모더레이터가 방을 만들고, 참여자 중 손을 드는 (정말로 손을 드는 버튼이 있습니다.) 사람을 스피커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손을 들지 않아도 모더레이터는 누군가를 스피커로 초청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참여자는 청중으로 남아 있을지, 스피커가 될지 선택할 수 있죠.
스피커로 ‘올라온’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며 대화를 듣거나, 또 다른 방을 찾아 떠납니다.
토론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여기저기 원하는 곳에 가서 이야기를 듣다가 말하고 싶으면 발언을 하고, 아는 사람이 있는 방에 들어가면 의사와 상관없이 스피커가 되어 말을 하게 되기도 하고, 자유롭게 옮겨 다니는 포맷이 마치 파티 같기도 합니다.
게다가 방을 떠나는 버튼의 내용이 'Leave quietly 조용히 떠납니다' 여서 조금 더 편하게 들락날락할 수 있지요.
하지만 아무래도 이러한 사교 파티 같은 점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보니, 기사에서는 인싸들의 ‘은밀한 랜선 파티’라는 이야기도 나오더라고요.
(내가 인싸 라니....?)
라디오 같기도, 음악방송 같기도, 컨퍼런스 같기도 한
하지만 한 명이 주로 이야기하는 방, 혹은 호스트가 정해진 게스트를 초청하는 방식으로 이용하면 마치 라디오 같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냥 라디오처럼 쭉 틀어놓고 듣기만 한다는 분들도 꽤 있어요.
전 마치 옛날 옛적 세이클럽 음악방송 같다고 느끼기도 했는데, 실제로 많은 뮤지션들이 ‘녹음이 불가능하고 실시간인’ 점에 호감을 가지고 라이브를 하거나 DJ들이 음악을 트는 등, 실시간 오디오 기반 SNS의 매력을 살린 음악 방이 꽤 눈에 띄었습니다.
새벽에 신청곡을 이야기하고, 함께 음악을 들으며, 작은 아이폰 너머로 연결되어 있는 기분은, 마치 십 대 시절로 돌아간 듯 특별했지요.
정해진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때엔 컨퍼런스 같기도 합니다.
장혜영 국회의원 의정보고서를 읽고 이야기 나누는 주제로 열린 방에서는 장혜영 의원이 ‘본인 등판’ 해서 함께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아무래도 IT 업계에서 발 빠르게 유입된 분들이 많다 보니 매일 밤 스타트업과 투자 관련해서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가기도 합니다.
엘론 머스크, 마크 주커버그에 더해 전 세계의 다양한 창업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제가 가입한 2월 1일이 엘론 머스크가 등장했던 날이었는데, 이후에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며 서버가 불안정해지거나 초대장을 돈 주고 거래하는 사람이 생겨나는 등 이슈몰이를 했습니다.
초대장을 돈 주고 산다고?
아직은 아이폰에서만, 그러니까 IOS 체제에서만 작동이 가능하기에 아이폰 유저가 아닌 이들의 원성도 자자합니다.
그래서 중고 아이폰과 클럽하우스 초대장을 묶어 판매하는 이들도 생겼고요.
지인이 며칠 전 당근 마켓에서 아이폰 6+ 와 초대장 1장을 묶어 백만 원에 판매하는 글을 보았다고 알려주었는데, 제가 본 건 15000원 정도였어요.
클럽하우스 어플이 이미 많이 사용되고 있는 미국과 일본에서는 초대장 하나에 한화 10-20만 원 정도로 거래가가 안정된 (?) 상황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점점 이용자가 늘어나며 초대장 역시 늘어나고 있으니 아마 가격 역시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지 않을까요? 언젠가는 가입을 완전히 오픈할 수도 있겠고요.
그럼 이렇게 ‘돈을 주고’ ‘초대장을 구해서 사용할 정도로
클럽하우스가 매력이 있을까요?
일단 ‘유명인’과 한 공간에 있고, 나아가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는 점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큰 매력이지요.
오늘부로 ‘뉴비’를 뜻하는 폭죽 딱지가 없어진, 8일 차 유저인 제가 (네, 처음 가입하면 일주일간 폭죽 딱지가 붙어 다닙니다. 지난 일주일간 마주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달고 있던 바로 그것.)
일주일간 마주친 유명인들만 해도 수없이 많은데, 국내외의 많은 CEO 뿐 아니라 장혜영, 박영선 등 정계인사에 더해 호란, 윤덕원, 장근석 등 연예인/아티스트들, 그리고 정재승 교수님, 이소연 우주인 등 정말로 다양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페이스북에 댓글을 남기거나 인스타그램에 좋아요를 남기는 것과 달리,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클럽하우스는 특별합니다.
그들이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고, 아는 사람과 인사하고, 타로나 사주를 봐주고, 고민 상담을 하는 일상의 대화를 엿듣거나 참여할 수 있는 셈이니까요.
물론 저도 CEO이니 말하자면, 제 입장에서도 클럽하우스는 부담이 없어요.
유튜브는 정제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고, 조회수나 좋아요에 압박을 받게 되고, 수익활동을 하기도 좀 부담스럽고, 다양한 생각이 드는 반면 클럽하우스는 그런 면이 없거든요.
외국어가 가능하다면 해외에서 일어나는 대화를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입니다.
아직 중국에서 앱이 막히지 않아서 중국계 창업자들과 유명인사들의 유입도 많고, 미국의 블랙 커뮤니티 중심으로 부흥하고 IT 테크 업계에서 퍼져나간 서비스라 아직까지 주로 스타트업, 창업, 테크 씬 - 투자자 - 아티스트, 뮤지션 위주로 사용자들이 분포되어 있다 보니 관심 분야가 이쪽이라면 24시간 전 세계의 흥미로운 대화가 지속적으로 생중계되는 셈이지요.
정말이지 코로나 시대에 특화된 서비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연결감’ 이 엄청납니다.
즉석에서 업무 제안이 오가기도 하고, 이름만 알던 분들과 실제로 대화를 나누며 괜히 더 친근감을 느끼기도 하며, 지인들을 서로 소개해주기도 하고, 완전히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을 알리는 기회가 늘어나게 되고, 심지어 스타트업 대표들이 IR 피칭을 연습하고 VC들이 피드백을 주는 방까지 있으니, 비즈니스 기회로 연결될 가능성 역시 무궁무진한 셈입니다.
정말 비즈니스로 연결될까?
물론 이 점에 대해서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벌써부터 유튜버분들과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은 컨셉과 수익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요, 많은 사람들이 이 서비스가 코로나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지요.
저는 7일간 매일 밤마다 ‘신나는 한밤의 찻집’이라는 방을 만들어 몇 시간씩 대화를 나눴습니다.
함께 사는 친구이자 디자인 이노베이션 컨설턴트인 김보름 님과 둘이서 모더레이터로 매일 진행하다 보니 현재 팔로워가 500명이 되었고, 수많은 ‘새로운 사람’ 들과 연결되었으며, 클하를 통해 절 알게 되어 제품을 사서 드셔 보신 분도 꽤 생겨났습니다.
물론 애초에 비즈니스 목적으로 클럽하우스에 가입하고 이야기를 나눈 건 아니기에, 당장 클하가 ‘일’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매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과 연결된다는 것만은 분명하니, 그 연결이 무엇으로 다시 연결될지는 모르는 셈이지요.
실명 기반이다 보니 브랜드/회사가 얼마나 활동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고, 아직 수익 모델이 없다 보니 인플루언서들도 조금 고민하는 것 같은데, 24시간 내내 자체 트루먼쇼처럼 활용하거나 개인 라디오 방송국처럼 이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이용자가 많지는 않은 만큼 청중/청취자에 대한 고민은 있겠지만요.
또 한 가지, 개인적으로는 유튜브를 뒤늦게 시작하면서 ‘다음에 핫한 SNS 가 생겨나면 그땐 누구보다 빨리 사용해봐야지’라는 생각을 내내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야말로 드디어 초기 유저가 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일은 스스로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치명적 단점, 클라 밸런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클럽하우스를 이용하신 분들은 모두 공감할 문제인데,
중독성이 엄청나다는 점입니다.
클럽하우스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저의 스크린 타임은 클럽하우스가 장악해서, 인스타그램도, 유튜브도, 웹소설 웹툰도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보다 더한 분들은 스크린 타임이 거의 20시간에 달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클럽하우스-라이프 밸런스를 줄인 ‘클라밸’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로, 사람들과 연결되어 느끼는 고양감, 그리고 실시간으로 계속 체크하지 않으면 무언가 중요한 걸 놓치지 않을까 하는 FOMO (fear of missing out)가 엄청납니다.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누군가는 ‘주종 바꿔가며 달리는 기분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정말로 그래요. 심지어 앱을 종료하고 나서도 한동안 잠들 수 없을 정도로 아드레날린이 엄청나게 쏟아져, 지난 7일간 모더레이터를 하면서 매일 피곤하고 힘들었답니다.
그러면서도 밤마다 방을 연 결과 이제는 조금 괜찮아졌지만, 초기의 중독성이 정-말 강합니다.
이 글을 보고 클럽하우스에 가입하실 분들이 있으시다면, 꼭 주의하세요.
당신의 일주일이 날아가버릴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소소한 팁 몇 가지
* 가입 초기에 팔로잉을 많이 해두면 더 많은 대화방이 보입니다. 관심사 기반으로 적극적으로 팔로우해보세요!
* 생각보다 커뮤니티 룰이 대단히 많습니다. 혐오표현이나 저작권에 관련된 내용도 있고요.
한 번쯤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아무래도 댓글이나 채팅보다 ‘대화’ 기반이다 보니 불편한 대화가 오고 갈 수도 있는데, 룰을 상기하면 모두 조금 더 예의 있고 편안한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디엠 발송도, 채팅도, 이미지와 링크 전송도 불가능하지만, 인스타그램 연동은 가능합니다. 미리 연동할 인스타그램을 따로 만들거나 가입 시 바로 인스타그램을 연동해두면 좋아요.
* 대화방에서 오른쪽 상단의 본인 프로필을 꾸-욱 누르면 바로 프로필 사진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프로필 사진 변경으로 이미지 전송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아요. (성대모사 방처럼 이 특징을 이용한 재미있는 방도 생겨나고 있지요!)
제 클럽하우스 아이디는 @euniceunbinlee 입니다. 누구나 함께 이야기 나눠요!
제가 아는 분이라면 초대장도 드릴 수 있으니 편하게 한 번 시작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