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를 캐릭터화한다는 것은 큰 영광이다
"여기서 겹치는 캐릭터 아무도 없어요."
회사에서 A매니저님과 함께 야근하던 날. 함께 구운 계란을 까먹고 있는데 A매니저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A매니저님이 이 말을 하게 된 배경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리는 같이 '뒷칭찬'을 하고 있었다. 특히 일잘러로 소문난 B매니저님에 대해. B매니저님이라면 어떤 말투로, 어떤 단어를 쓰며, 어떤 손 모션으로 어떻게 행동했을 것이다 - 라고 성대모사까지 해가며 뒷칭찬을 하던 중이었다.
서로 느끼는 것이 똑같아서 박수치며 웃고, B님의 매력에 한 번 더 수긍하게 되었다. 이렇게 연예인처럼 성대모사까지 불러올 정도로 그의 개성이 확실하다는 것을 느꼈다.
"B매니저님 진짜 캐릭터 확실해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A님이 아까 위와 같은 말을 했다.
"맞아요. 여기 사람들 다 그래요. 여기 캐릭터 겹치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진짜? 나도 포함되는 말일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캐릭터'일까? 나는 타인에게 어떤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을까? 타인의 시선을 신경쓴다기보다는, 정말 궁금하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정말 많이 했던 것이 바로 심리테스트였다. MBTI, 에니어그램, TCI부터 보통 연예 잡지들 뒤에 자리하는 오락성 테스트까지.
이런 것을 선택하면, 당신은 이런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명쾌한 결과가 나오는 심리테스트. 늘 나의 머릿속은 온갖 페르소나로 복잡한데, 심리검사 결과는 하나의 유형으로 나를 정의해주는 것이 참 좋았다. 최근 몇 년 사이 MBTI가 유행한 것도 비슷한 이유 아닐까?
특히나 내가 해본 중 가장 기분 좋은 심리테스트 결과는, 당연히 오락성 테스트지만, <해리포터> 시리즈의 헤르미온느와 닮았다는 결과가 나왔을 때였다. 내심 듣고 싶었던 칭찬을 들은 기분이었다.
나는 이런 테스트들을 좋아했다.
"나와 닮은 영화 속 캐릭터는?" "나와 닮은 디즈니 프린세스는?" 따위와 같은 나와 닮은 캐릭터들을 찾아주는 (특히 Buzzfeed나 푸망에서 유행했던) 오락성 테스트들을, MBTI나 TCI같은 나름의 정확도가 높은 심리검사들보다 더 좋아했다.
그 이유는 내게 '캐릭터화'된다는 것에 대한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A매니저님과 함께 B매니저님의 성대모사를 할 수 있는 것처럼, 나는 누군가에게 그렇게 '캐릭터화'될만큼의 개성을 지니고 싶다.
캐릭터화된다는 것은, 단순히 흉내내기 쉬운 특징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다. 나의 사소한 습관과 생각들이 누군가에게 기억될 만큼의 매력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볼 때 특정 이미지나 느낌이 어떤 시그니처로 상징화된다는 건 그래서 굉장히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어떨 때는 나도 몰랐던 나의 특징들을 눈치채주고, 인정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나만의 매력을 발견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너무나 익숙하게 여겨 나의 개성과 매력을 간과한다. 그렇지만 타인의 눈에는 나의 사소한 습관도 특별하게 보인다. 그래서, 누군가 나를 캐릭터화해서 기억한다는 건 사실 나의 존재가 얼마나 가치있는지 증명되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관 '시현하다'는 이 '캐릭터화'의 욕망에 적극적으로 귀기울인 브랜드이다. 나를 표현하는 형용사 3개를 고른 후, 원하는 배경색에 대한 상담을 거친다. 최대한 나의 개성을 돋보일 방법으로 배경, 의상, 표정, 포즈가 선정된다. 1:1 보정 과정, 출력 스타일과 패키징까지 모든 과정을 한 명의 작가가 직접 담당하며, 진정 나를 '증명'하는 증명사진을 만들어준다.
시현하다의 슬로건은 '누구나 고유의 색이 있다'. 당연히 나를 오직 한 가지의 무엇으로만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나를 떠올리면 어떠한 색과 형용사가 생각난다는 건, 내가 그러한 빛깔로 누구에게 분명 아름답게 존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으로는, 내가 지금까지 했던 심리테스트들을 살펴보며, 헤르미온느와 비슷하다는 결과에 유독 더 신났던 이유는 무엇이었을지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것은 일종의 안도감이었다. 그 동안 내가 생각했던 나의 성격과 타인에게 비춰질 내 모습이 같다고 생각하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나 자신에 대해 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도달가능미가 추구미까지 닿은 느낌이랄까?
그러나, 무엇보다... 누가 나를 보고, 내가 헤르미온느를 볼 때 갖는 느낌을 받으면 참 기분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살고, 자기 기준이 확고하고, 클래식한 것들을 좋아하는 호그와트 학생 같은 느낌.
헤르미온느는 멋진 캐릭터다.
그러니, 내가 멋진 캐릭터로 누군가에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헤르미온느를 닮고 싶어하듯이, 누군가가 나를 닮고 싶어했으면 좋겠다. 내가 그만큼 괜찮은 '캐릭터'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요즘, 내가 자주 듣는 말은 뭔지 귀를 더 기울이고 있다. (그러니 '앞칭찬'해주세요.)
심심하면 해보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