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난임진단을 받던 날

by 재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진료 날이 드디어 왔다. 우리 부부는 아침 일찍 난임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깜짝 놀랐다. 대기실이 사람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낮다면서, 이렇게 아기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 많다니...' 마음 한편에 묘한 무게가 내려앉았다.


난임병원 방문이 처음이었던 우리는 긴장한 채로 접수하고, 곧이어 의사 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여러 가지 난임검사를 시작했다. 병원은 생각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바빴다. 각종 서류를 작성하고, 상담실로 들어가니 의사 선생님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선은 남편분과 아내분 모두 기본적인 검사를 해볼게요. 여성 호르몬 수치, 자궁 상태, 난소 기능, 나팔관 검사 등이 있고, 남편분은 정액 검사를 진행합니다."


생소한 단어들이 쏟아졌지만, 그보다 먼저 마음에 와닿은 건 '양쪽 모두 검사가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나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구나...' 그 말 한마디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첫날은 주로 혈액 검사와 초음파 검사 위주였고, 남편은 별도의 검사실로 들어갔다. 검사가 끝난 후, 우리는 대기실에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괜히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다른 부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저마다의 이유로 이곳을 찾았을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 하나한 바라보게 되었다.


그제야 조금 실감이 났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구나' 이 길을 걷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위로가 되었다.


며칠 후,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다시 병원을 찾았다. 기다리는 동안 손에 땀이 맺히고, 괜히 심장이 빨리 뛰었다.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차라리 원인을 알게 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마음이 뒤섞여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검사지를 보며 조심스럽게 설명을 시작했다.

"프로락틴 수치가 정상보다 조금 높고, 다낭성 난소증후군 소견이 보여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치 누군가 마음속에 돌 하나를 툭 던져놓고 간 것 같았다.

' 역시... 뭔가 문제가 있었구나.' 의사 선생님은 차분하게 이어서 설명을 해주셨다.

"프로락틴은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데, 수치가 높으면 배란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다낭성은 호르몬 불균형으로 배란이 불규칙하거나 잘 되지 않을 수 있고요. 조금 복합적인 원인이긴 하지만, 치료가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치료가 가능하다는 말에도, 마음은 쉽게 가벼워지지 않았다. 눈앞이 흐릿해지면서,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불안, 안도, 슬픔, 그리고 묘한 죄책감 같은 것들. 괜찮은 척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의사실을 나오고 대기실에 앉아있는 순간, 괜히 남편의 눈을 피하게 됐다.


'더 일찍 알아봤으면 달라졌을까?' 스스로를 책망하는 마음이 자꾸만 밀려왔다. 남편은 조용히 나를 안아주었다. 그 작은 온기에 조금씩 마음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 이제 시작이야 알게 됐으니까, 하나씩 해보자." 그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지만, 괜찮다고 정말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계속 말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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