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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영 Nov 18. 2021

그렇게 미국 PROLOUGE

미국 캘리포니아 교환학생

교환학생. 누가 만들어 낸 건지도 모르는 대학의 낭만이 동기이자 희망이자 의미가 되어주었던 고교시절, 그 낭만 속에 꼭 들어가 있던 그런 거. 대학이 현실로 다가오자, 같이 현실이 되어서는 왠지 모를 의무이자 짐이자 무감각으로 변해버린 그런 거. 학부 재학 중에 한 번 다녀오겠거니 싶었던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정신없이 흐르는 시간과 쌓이는 조건 속에서 조금씩 멀어져 가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닥친 코로나 시대. 학기를 등록하는 것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 이어져갔고, 아득하게만 느껴졌던 7학기, 교생실습과 졸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직 나는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는데. 생각할 겨를 하나 없이 몰아쳐 온 날들 끝에서 황급하게 이 카드를 꺼내들었다. "잠깐, 나 아직 교환도 안 다녀왔다고."


로망이 핑계가 될 줄 누가 알았겠나. 최소한 나는 몰랐다. 그렇지만 일단은 인생 계획에 어떻게든 교환학생을 욱여넣기 시작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국에 해외로 나가는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가 무리였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교생실습 기간 동안 은사님들이 바로 졸업하냐고 물으실 때마다, “교환학생은 다녀와보고 나서 더 고민해보려 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어디로? 나라를 정해야 할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늘 그렇듯 아이슬란드였다. 마침 학교에서도 University of Iceland와 교환교를 맺고 있었기에 수강할 만한 과목들을 찾아보며 며칠 밤을 지새웠다. 하지만 언어, 개설 과목 수, 인정 학점 등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들에 채이던 중이었다. 이런 나를 보며 엄마는 흘러가듯 말했다. "네가 더 큰 세상에 다녀오면 좋겠어." 마침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를 봤다. 보다 넓고 깊은 바다의 파도가 마음 속에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느 곳이 지내기 좋고 공부하기 좋은지, 아홉 번째 학기와 스물넷의 절반을 보내기에 좋을지, 아는 거 하나 없는 채로 교환교 목록만을 보고 있던 중이었다. 선발을 위해 제출해야 하는 학업계획서를 무작정 채우다 보니, 운 좋게도 스스로가 무얼 원하는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나는 정말이지 문자 그대로 나를 넓혀주고 깊여줄 어딘가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곳은 아마도 지형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광활하고 다채로운, 그로써 나를 깨워주고 채워주고 쉬게 해줄 그런 곳. 이번에는 그렇게 미국, 캘리포니아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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