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프리미어리그 디펜딩 챔피언의 경기력
최근 리그 5경기 무승, 그중 4경기 연속 무득점, 최근 리그 5경기 1득점, FA컵 32강 탈락. 프리미어리그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의 이야기다.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리그 14라운드에서 7득점을 몰아친 뒤 15라운드부터 19라운드까지 단 1득점에 그치고 있다. 1-1 무승부로 그친 뉴캐슬과의 리그 15라운드를 제외하면 최근 리그 4경기에서 득점이 없는데, 이는 2000년 5월 이후 2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슈팅이 적은 것도 아니다. 89개의 슈팅 중 1골만이 득점으로 인정되었다. 득점 전환율 1.1%라는 최악의 기록을 보여주었다. 특히 리그 18라운드 번리전에서 보여준 리버풀 공격진의 모습은 디펜딩 챔피언의 모습이 아니었다. 총 27번의 슈팅을 날렸고, 그중 유효슈팅은 6개였다. 전반전 42분 번리 수비수 벤 미의 실수로 디보크 오리기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왔지만, 그마저도 크로스바를 맞추며 득점에 실패했다. 오리기뿐만 아니라 리버풀 공격진 모두의 슈팅 감각이 현저히 떨어져 보였다.
월드 클래스 풀백으로 인정받던 알렉산더 아놀드는 부상 복귀 후 폼 저하가 심각하다. 데이비드 베컴과 비교되던 킥은 그 위력을 잃었다. 번리전 크로스를 22번 시도해 단 1회밖에 성공시키지 못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킥은 영점이 전혀 잡혀있지 않았다. 공격적인 장점이 사라지자 지적받던 수비력이 부각되었다. 17라운드 사우스햄튼전 77분간 공 소유권을 38번 잃어버리며 제임스 밀너와 교체되었고, 번리전에서는 소유권을 39회 헌납했다.
FA컵 32강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다시 만났다. 지긋지긋하던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승리가 필요했다. FA컵이라는 토너먼트 무대에서 클럽 최대 라이벌을 상대로 반드시 승리해야 했다.
결과는 3-2 패배. 전반 18분 살라의 감각적인 칩슛으로 앞서나갔지만 역전당했다. 전반 26분 래시포드의 장거리 로빙패스를 받은 그린우드의 슈팅으로 동점이 만들어졌고 후반전 48분, 이번엔 래시포드가 직접 해결하며 2-1 역전을 만들어냈다. 후반 58분경 살라의 두 번째 골이 터지며 다시 균형을 맞췄지만, 교체투입 된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프리킥 골이 들어가며 경기는 3-2로 마무리되었다.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 노스웨스트 더비에서 리버풀은 좋은 기운을 가져오는 데 다시 한번 실패했다. 오랜만에 득점에 성공하기는 했으나 14번의 크로스를 올려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살라의 2골에 힘입어 분위기 반전을 이뤄내는가 싶었지만, 수비에서 문제가 두드러지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이날 선발로 나와 파비뉴와 호흡을 맞췄던 리스 윌리엄스는 잦은 실수와 좋지 못한 판단으로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발이 느리기 때문에 뒷공간을 커버하는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래시포드의 2번째 득점 장면에서 실점의 직접적인 빌미를 제공했다. 파비뉴 또한 후반전 위험 지역에서 골로 이어진 결정적인 프리킥을 허용했다. 이번 시즌 리그 전 경기에서 선발출전을 하며 엄청난 출전 시간을 소화하던 로버트슨 또한 지쳐 보였다. 알렉산더 아놀드 역시 부진을 이어갔다.
반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리그 12경기에서 무패를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순위표 맨 꼭대기에 서 있다. 오늘 노스웨스트 더비를 통해 이러한 상승세를 더욱 확실히 했다. 올 시즌 29경기에서 16골과 10도움을 기록 중인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선발에서 빠졌음에도 2골을 만들어내며 페르난데스 없이 득점하는 방법을 찾았다. 페르난데스 대신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반 더 비크가 다소 부진했지만 폴 포그바가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래시포드-카바니-그린우드로 이어지는 공격 라인은 맨유가 원맨팀이 아님을 증명했다. 저조한 활동량과 게을러 보이는 플레이로 지적받던 앙토니 마시알이 빠진 공격진은 빠르고 역동적이었다. 한동안 이 팀의 상승세를 막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리버풀은 리그 다음 경기에서 토트넘을 만난다. 토트넘은 최근 리그 3경기에서 2승 1무를 기록하며 다시금 순위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리버풀보다 한 경기 덜 치렀지만 승점 차는 1점밖에 나지 않는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목표로 남은 시즌을 보내게 될 수도 있다. 사우스햄튼, 번리와의 경기에서 리버풀은 상대에게 득점 패턴을 간파당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클롭 감독의 축구의 파훼법을 직접 보여준 사우스햄튼과 번리를 보며 무리뉴 감독 또한 맞춤 전술을 준비할 것이다. 런던으로 가는 원정길을 무거운 발걸음으로 떠나게 되었다. 클롭 감독의 리버풀은 새로운 전술과 득점 패턴이 필요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리그 최하위 셰필드 유나이티드를 만난다. 이번 시즌 1승밖에 기록하지 못한 셰필드를 올드 트래퍼드로 불러들인다.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무난한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틀밖에 쉬지 못한다는 변수 역시 존재한다.
리버풀은 과연 부진의 늪을 탈출할 수 있을지, 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상승세는 어디까지일지 주목해보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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