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혹독한 훈련을 통해서만 몸에 새겨집니다.
날카로운 것만 무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정한 말 한마디, 따뜻한 글귀 하나가 역경을 이기고 새로운 길을 여는 무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2년 전, 인스타를 시작할 무렵 끈기 프로젝트_독서 편으로 예쁜 사진과 글을 올리던 SNS 친구가 있었습니다.
어린 아기를 키우며 둘째를 임신한 맘씨 고운 엄마였어요. 내게 내적 동기를 일으켜 주던 그분이 점점 성장하여 인플루언서로 어엿한 대표가 되었습니다. 야리야리한 모습과 다르게 가슴에 엄청난 에너지를 품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모든 변화는 책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뒤돌아서면 변화하는 세상에서 나는 어떤 무기로 헤쳐나갈 것인가?, 배우고 힘써 갈고닦아서 나를 단단히 지켜줄 수 있는 무기는 무엇일까?...
좋은 기회로 글쓰기 책 한 권을 읽었습니다. 삶의 무기로 삼고 싶은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저자는 인생의 주인으로서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글쓰기라고 합니다. 공감되는 내용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 안에 힘겨운 일들을 이기고 다시 일어나도록 하는 동력이 있어야 하죠. 누군가는 사람으로부터 누군가는 물건으로부터 누군가는 음주 가무로 어려운 일들을 견뎌냅니다. 힘든 일들은 스스로 혹은 타인에게 위로받고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억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다가 심신이 약해지면 다시 불쑥 나타납니다. 힘들었던 과거의 나와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내게 글쓰기는 카타르시스였습니다. 마음이 답답하거나 일이 잘 안 풀린 날엔 글을 썼습니다. 차분히 내면을 들여다보면 지금 느끼는 감정의 모양과 색을 알 수 있었습니다. 수치심, 분노, 시기심 조급함... 언제나 나를 불안하게 했던 가장 커다란 감정은 두려움이었습니다. 하나하나 나열하기만 해도 마음은 어느새 평정심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감정을 받아들이면 어느새 훌훌 털고 일어나 다시 하루를 맞이하고 잇었습니다. 이것이 글을 쓰는 이유였습니다. 나의 마음과 생각의 근력을 키우는 방법이었습니다. 나를 위로하고 치유하던 글쓰기를 더 의식적으로 노력하려 합니다. 더 힘 있는 글로 많은 독자들과 만나려고 합니다.
첫 번째, 많이 읽어야 합니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글쓰기를 목적으로 읽습니다. [대통령의 글쓰기]의 강원국 작가는 독서는 글쓰기의 역순이라고 했습니다. 독서를 할 때는 요약하는 작업을 하고 글을 쓸 때는 하나의 주제에 살을 붙이는 작업을 하기 때문입니다. 독서와 글쓰기는 뗄 수 없는 사이입니다.
두 번째, 기교를 부리지 말고 무엇을 쓸 것인지 전달할 의미를 생각합니다. 글쓰기에는 정석이 없습니다. 결국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 있는 내용, 즉 쓸 거리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삶은 훌륭한 글감이 됩니다.
세 번째, 사물을 관찰하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합니다. 마치 눈앞에 그림이 그려지듯 말입니다. 이것을 묘사라고 합니다. 어떤 신나는 일을 경험했다면 추상적인 느낌보다 있었던 일을 생생하게 친구에게 말하듯 씁니다.
네 번째, 지나가는 기억과 사소한 아이디어도 메모합니다. 아무리 자세하게 보아도 그 순간이 지나면 잊힙니다. 머릿속 어딘가에 있는 기억을 꺼내기엔 너무 많은 감정과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들이 밀고 들어오기 전에 놓치고 싶지 않은 소중한 경험을 기록하세요.
다섯 번째, 잘 쓴 글을 따라 써 봅니다. 글의 내용은 적절한 어휘를 쓸 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뜻인 것 같지만 문맥 안에서 적절한 표현은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내 글에 재료가 풍부하지 않다면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글을 필사합니다.
여섯 번째,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를 충분히 준비합니다. 내 생각과 주장이 타당한지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독자와의 신뢰 관계를 형성합니다. 독자가 나를 믿고 글을 읽을 때 내 글은 완성됩니다.
일곱 번째, 창의성입니다. 기존의 것을 비틀고 뒤집어 보고 연결하고, 통합해 봅니다. 그때 새로운 것이 탄생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창의적인 행위입니다.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언어로 글을 쓸 때 고유의 창작물이 나옵니다.
무엇을 쓰든 짧게 쓰라. 그러면 읽힐 것이다. 명료하게 쓰라. 그러면 이해될 것이다. 그림같이 쓰라. 그러면 기억 속에 머물 것이다. - 퓰리처 -
글쓰기는 처음 배우는 운동과 같습니다. 호기심과 흥미로 가득합니다. 호락호락하지도 않습니다. 의욕 있게 해 보지만 우스꽝스러운 내 모습에 민망할 때가 많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써 내려간 문장은 어색하기 짝이 없고 내용은 오류투성이입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부끄럽습니다. 어느 운동이나 초급에서 중급으로 중급에서 상급으로 올라가기가 힘듭니다. 처음 배운 것이 몸에 베일 때까지 같은 동작을 반복해야 합니다. 지루하고 힘든 과정을 끈기와 인내로 이겨내야 합니다. 어떻게든 잘 해보려고 애쓰다가 어느 순간 욕심을 버리게 됩니다. 과욕을 내려놓으면 몸에 힘이 빠지고 수없이 반복했던 동작이 저절로 나옵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몇 년이 거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배움의 자세로 잘 못 된 것을 고치고 매일 꾸준히 쓰다 보면 긴장하던 몸과 마음의 힘이 조금씩 빠질 것이고 어느새 나만의 언어로 나의 이야기를 길어 올리고 있을 것입니다. 진심을 담은 글은 독자와 만나고 있을 겁니다. 글쓰기는 제게 있어 건강하고 단단한 삶을 위해 체화해야 할 인생의 한 종목이고 무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