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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향 Apr 08. 2024

[위미동백나무 군락지]의 사연

(제주올레 5코스)

  오늘은 4월 8일 월요일 제주살이 8일 차다. 두부, 감자샌드위치로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고 전복 미역국으로 아침 식사를 챙겼다. 눈꺼풀이 조금 무겁고 오른쪽 새끼발가락이 약간 아렸지만 남편과 함께 오늘도 나섰다. 우리 숙소에서 차로 30분가량 움직여 제주올레 5코스 시작점인 남원포구에 주차를 했다. 오늘은 종점지인 쇠소깍다리까지 13킬로, 소요시간은 5시간쯤 예정했다. 날씨가 또 꾸무리한 것이 아무래도 비가 올 것 같았다. 주차를 하고 뒤따라 걸으니 용암해수욕장이 보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라 하였다. 큰엉경승지 산책로는 제주 남해안을 걷는 것이다. ‘큰엉’은 큰 바위가 바다를 향해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언덕이라 하여 붙여진 제주어다. 바로 옆이 바다 위 절벽이라는 것을 잊게 할 만큼 숲이 빼곡하였고 생김새에 따라 이름 붙은 바위들은 경이로운 풍경을 선사하였다. 여기는 아열대 북방한계선으로 주변 여러 나무 들은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거센 바닷바람으로 인하여 정말 누워있는 모습이 특이했다. 가끔은 나무 터널로 들어가다가 또다시 검은 바닷돌로 이루어진 산책로를 걸었다. 군데군데 기이한 바위로 이루어진 장관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대한민국의 지도처럼 생긴 나무 터널도 지났다. 미동백나무군락지를 지날 때는 어머어마한 규모에 놀랄 뿐이었다. 공사 중이라는 표지판이 서 있어서 안으로는 더 들어가지 못하였다. 제주올레 5코스를 걸으며 만나는 위미동백나무 군락은 수령이 100년을 훌쩍 넘는 키 큰 동백 600여 그루가 숲을 이룬 곳이다. 동백숲에는 애틋한 사연이 내려온다고 하였다. 17살의 나이에 이 마을로 시집와서 해초를 캐고 품팔이를 하면서 모은 돈으로 버득이라는 황무지를 사들여서 개간을 했지만 바닷바람에 농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자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동백나무의 씨앗을 한섬사서 이곳에 뿌려 울창한 동백나무숲을 만들고 그 숲이 방풍림의 역할을 하여 이 지역에서 식물이 자라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 마을을 '버득할망돔박숲이라고 부른다고 하였다. 가장 기억에 남은 사연이었다. 위미동백나무 군락을 지나 여정을 이어가다 보면 예쁜 글귀를 담은 액자가 눈길을 끌었다. 액자들은 푸른 바다를 배경 삼아 쌓아 올린 돌담을 장식하고 있었다. 조금 더 걷다 보니 영화 <건축학개론>에 등장했던 ‘서연의 집’이 자리하고 있었다. 카페로 거듭난 이곳에서 우리는 커피와 바나나라테를 주문하여 마시고는 한참을 쉬었다. 정면 바다를 배경으로 우리가 주인공인 양 폼을 잡고 사진도 찍었다. 해안선을 따라 걷다 보니 약한 빗줄기가 시작되었으나 우리는 개의치 않고 걸었다. 위미항을 지나자 한라산의 정기가 모여든다는 조배머들코지를 지났다. 이곳은 연못으로 제주에서 탄생된 기암괴석들이 모여 있는 장소로, 신기하게 생긴 바위들이 장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이다. 위미항과 해안도로와 어우러져 전형적인 제주의 어촌마을을 볼 수도 있었다. 이러한 곳을 지나면 용천수가 솟아오르는 넙빌레를 만날 수 있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으로 소가 누워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  쇠소깍 다리를 건너자 종점 인증 스탬프가 나왔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었다. 우리도 기분 좋게 스탬프를 찍었다. 이곳에서 만나는 효돈천은 한라산 정상에서 발원해 서귀포시 하효동과 남원읍 하례리 경계지점에 이르러 바다로 흘러드는 강이다. 효돈천을 포함해 약 13km에 이르는 구간은 국가지정문화재이자 천연기념물 제182호로 지정되었다. 조금 더 걷다가 택시를 타고 우리 차가 있는 곳으로 다시 되돌아왔다. 우리 차에 오르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오후 2시 30분, 늦은 점심시간이었지만 차 안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숙소로 오니 온몸이 피곤하였다. 오늘은 축 늘어진 다리와 몸으로 인하여 머리도 아프고 오른쪽 새끼발가락이 아파서 빨리 숙소로 오고 싶었다. 너무 무리하는 것 같았지만 할 수 있다를 외치며 오늘도 무사히 5코스를 성공적으로 걸었다. 발가락을 살펴보니 티눈이 생겨있다. 아, 내일은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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