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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ve Mar 03. 2021

간헐적 백수, 완전 백수 되다!

2021년 마침내 백수가 된 나의 이야기

 나는 이전에 종종 나를 ‘간헐적 백수’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내가 일하는 곳은 손님이 한산한 카페였다. 그래서 혼자서 온종일 일을 하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곳이었다. 나는 그래서 종종 시간을 죽이기 위해 내가 내린 커피와 함께 공부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모든 것이 완벽한 것 같았다. 월급 꼬박꼬박 나오고, 공부할 시간이 있을 정도로 여유롭고, 직원 복지로 아메리카노 정도는 그냥 마실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


 그런 나의 불행은 ‘코로나 19 사태’라고 불리는 현 시국에 휩쓸려버린 것이다.

 내가 일하던 카페는 약간 특수성을 지니고 있었는데, 공기관 내부에 있는 카페였기 때문에 그 공기관이 문을 닫으면 자연스럽게 닫을 수밖에 없는 형식이었다. 나라가 관리하는 곳이니 누구보다 발 빠르게 여닫음을 조정하는 곳이란 소리였다. 나는 그래서 종종 나도 모르게 갑자기 가게 문을 닫을 때가 많았다. 어떤 날은 일하고 있다가 문을 닫을 것이니 당분간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 어떨 때는 전날 밤에 연락이 와서 아침에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확인할 때도 있었다. 이 오락가락한 출근 때문에 나는 간헐적 백수였다. 내가 나를 간헐적 백수라고 하면 친구들은 어이없어하면서도 재미있는 말이라고 했다.


 물론 나도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내가 정말로 백수가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안 그래도 한산한 카페였는데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니 매출이 제대로 나올 리가 없었다. 버티지 못한 카페는 정리하게 되었고, 나는 그렇게 ‘완전한 백수’가 되었다.


 거의 2년 정도 일을 했다. 경력이 없는 건 아닌데 카페 같은 곳은 정직원을 뽑는 경우가 정말 드물다. 기껏해야 아르바이트할 사람을 뽑을 텐데, 면접을 볼 생각을 하면 벌써 아찔하다. 분명 “지금 취업 준비하실 것 같은데 오래 일 못 하시겠죠?” 같은 소리를 들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카페 일 말고 다른 일에 취업하려고 해도 어디에 어떻게 취업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갑자기 덜컥 세상에 버려진 기분이었다. 그런 나에게 세상은 ‘시간’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 시간. 너무 아무것도 없어서 막막하게만 보이는 시간. 그러는 동안에도 야속하게 흘러갈 시간.

 한참을 생각하다가 일단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을 이곳에 기록처럼 담으려고 한다. 나중에 다시 일자리를 구했을 때, 내가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는 증거를 남기는 것이다. 그리고 일을 하다 너무 힘들어지면 비상식량처럼 야금야금 이 글을 꺼내 읽으려고 한다. 이 일은 내가 이런 시간을 거쳐서 얻은 소중한 것이지만, 일이 없어도 나는 잘 살 수 있다고. 그렇게 가벼운 마음이 되기 위한 안전장치가 될 것이다.


 글은 앞으로 아마 두서없을 것 같다.

 일기처럼 보이기도 할 것이고, 에세이처럼 보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시국에 휩쓸린 20대의 발악일 것이다. 그러니 당당히 말하겠다. 비정기적으로 올라갈 이 글을 예쁘게 봐달라고. 서툴고 못난 부분이 많을 것이 분명하지만 울퉁불퉁하게 어린아이가 만든 도자기 컵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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