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를 졸업할때즘, 당시에는 그때가 인생의 가장 고민이 많을때인줄 알았다. 진로에 대한 고민, 취업에 대한 고민, 많은 준비를 한것 같지만, 몸만커진 어른 같은 느낌.
모두가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찾는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사람들과 술마시는걸 좋아하는 사람,운동을 좋아하는 사람.
난 이들중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초등학교때부터 농구.야구.배구 등 구기종목을 좋아했고, 대학을 가서도 공강시간에는 친구들과 당구장을 찾았다. 공을 가지고 노는것에 대한 즐거움이 가득했지만,
애석하게도 30대가 가까워지면서 함께 운동을 할수있는 사람들이 점점 사라져갔다.
각자의 직업때문에 다른지역으로 이사가기도 했고, 그 많던 친구들인 점점 만나기가 쉽지 않아져갔다.
난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무언가 궁금한게 생기면 주저하지 않고 찾아보고, 깊게 생각해보고, 책을 사서 읽어보고, 내가 원하는 수준이 될때까지 집중해서 알아보기도 한다. 영어회화 공부하던 시절, 난 버스를 타고 다니며, 길거리에 있는 모든 단어를 한영사전을 통해 찾아보기도 했다. 몇달동안 그짓(?!)을 하고 다니니, 생각보다 알게되는 영어단어의 갯수도 많아지게됐다.
우연히 지인으로 부터 골프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고, 처음으로 가본 스크린골프.
클럽을 잡는 방법부터 치는 방법까지 전혀 모르던 내게, 골프는 신선함을 주었고, 난 주저없이 혼자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보통은 레슨을 받아서 골프연습을 시작하는데, 난 처음부터 내맘대로 쳐보고 싶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처음에 제안했던 연습방법을 왜 해야하는지, 설명을 해주지 않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또 그 연습방법(빗자루질)이 매우 지루해서 내가 가진 골프에 흥미를 떨어뜨릴것만 같았다.
이제 골프를 친지 햇수로 9년째. 꽤 많은 골프장을 다녀보고, 이제 제법 탓수도 안정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30살때 시작한 골프의 바람이 지금 내주변 친구들에게도 불고 있다. 다들 클럽을 사고, 라운딩을 다니고, 연습장을 다니고있다. 얼마전 만들었던 골프동호회에는 굉장히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이 가입을 했다.
골프를 치지 않으면 대화가 되지 않을만큼 골프의 전파력은 굉장하다.
내가 생각하는 사람들이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 5가지는 아래와 같다.
1. 어른들의 놀이터
- 김밥을 싸고, 소풍가기 전날의 설렘
휴대폰으로 찍은 골프장 사진. 구니cc
필자의 첫 라운딩(첫번째 라운딩을 머리올린다고 표현한다)은 정말 형편없었다.
제대로 레슨을 받지도 않고, 연습을 하지도 않아서 공도 못맞추는 정도의 실력이었는데, 골프가방과 골프채도 없어서 지인에게 빌려서 라운딩을 나갔다. 당시에 골프장에 간다는 건, 무언가 새로운 도전이었기때문에 난 하루라도 빨리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설레임반 두려움반. 스크린골프와 필드는 너무나 다르다.
그 이후로 골프장을 가기전날이 되면, 밤에 잠이 안오고 소풍가기 전날의 어린아이 같은 심정이 들었다.
골프장을 간다는건, 지친 일상속에서 벗어날수있는 해방감과 함께 맘껏 놀수있는 어른들의 놀이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골프를 치는 지인들 몇명에게도 이와 같은 이야기를 종종 들을수있었다.
골프라는 운동은 단순히 공을 치는것만이 아닌, 웃고 떠들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풍경을 볼수있는 좋은 놀이터라는 생각이 든다.
2.주변사람들이 골프를 치자고 하는 이유
- 마작할때 네명이 되어야 할수있다
신의 한수라는 영화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마작할때 뭐가 제일 어려운지 압니까? 빌어먹을 네명의 사람이 모이지 못해서 못합니다"
골프 역시 4명이서 하는 운동이다. 물론 2인플레이나, 3인플레이를 해도 되지만, 공동으로 부담해야하는 카트비용과 캐디 비용때문 4명씩 맞춰서 라운딩을 나가곤 한다. 골프를 치기 시작하면,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라운딩을 다니게 되는데, 이때 한명이 모자라서 라운딩을 못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골프는 자연스레 지인들을 통해 함께 하자는 권유를 받곤하는데, 나중에 모임에 가보면 골프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골프를 모르면 대화에 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골프를 치기 시작하면, 주변에 친한사람과 함께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친한 사람과 새로운 공간에서 함께 골프를 즐기고, 함께 놀고싶은 마음이 생기곤한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골프는 엄청난 마케팅을 가지고 있는 요소가 많은 운동이다.
3.잘될것 같은데,
-실수를 줄이는 운동
많은 운동을 해봤지만, 골프만큼 어려운 운동은 처음이었다. 야구선수들은 이렇게 이야기하곤 한다고 한다. 야구선수들은 날라오는 공도 잘치는데, 가만히 있는 공을 왜 못마추냐며, 골프를 무시했다가 큰코를 당하곤 한다.
골프공은 매우 작은데, 탁구를 해본사람이라면 공이 작을수록 치기 어렵다는 걸 알수있다.
공이 작기때문에 아주 조금만 잘못맞아도 엉뚱한 곳으로 공이 날아간다.
골프의 자세,스윙의 매커니즘을 배우고 수없이 연습을 하고, 필드를 가면 또다른 변수들이 너무나 많다.
바람.경사.잔디.벙커.러프 등등 연습장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에 빠지게 된다.
앞에 물을 건너가야하는 상황이 생기면 몸에 힘이 들어가고, 공이 제대로 맞지 않는다.
오랫동안 골프를 한사람들도 실수하기 마련이다.
연습한대로 그대로만 칠수있다면 골프가 정말 쉬울테지만,
필드에서 라운딩을 나가보면, 골프는 결코 쉽지가 않다.
9년동안 골프장을 수없이 다녔지만, 원하는 스윙대로 골프를 쳐본적이 몇번 없다.
실수를 줄이는 운동.
사람은 실수를 끊임없이하고, 마음과 생각이 바뀜에 따라 몸이 변화함을 느낀다.
모든것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마음먹느냐가 매우 중요함을 깨닫는다.
쉽게 잘칠수있고, 잘할수있는 운동이 골프라면 아마 흥미가 일찍 떨어졌을것이다.
4. 배려와 매너,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는
- 골프를 함께 쳐보지 않고는 비지니스를 할수없다.
영화에서 이런 대사가 나오곤한다. " 이번에 사업관련해서 미팅전에 운동한번 하시죠. " 골프를 치기전에는 이말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비지니스와 골프가 무슨 관계일까.
골프는 우리 스스로 룰을 지키면서 상대도 배려해야하는 운동이다.
경기의 진행속도와 대화. 그리고 룰을 지키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4~5시간 가량,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매 상황마다 상대방의 모습을 주시한다.
골프는 스윙보다 매너를 먼저 배워야하는 운동이다.
상대가 룰을 알던 알지 못하던, 상대로 부터 나오는 태도와 행동은 그사람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골프를 함께 쳐보면 상대방의 성격을 어느정도 가늠을 할수있다.
캐디를 어떻게 대하는지, 어떤 단어를 쓰는지, 무시하는지 존중하는지도 여실히 보인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얼마든지 본인의 모습을 숨길수있다.
하지만 골프는 치면서는, 그 오랫동안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는 쉽지 않다.
5. 그럼에도 골프를 치는 이유
- 만남과 만남, 그리고 사람
골프를 치는 이유는 엄청나게 많다. 골프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고, 골프의 연령은 점점 더 어려지고 있다. 골프동호회, 사적인 골프모임, 비지니스 모임을 가보면 골프모임이 꼭 함께 있고,
어떤 사람은 골프모임에서만 보기도 한다. 골프를 친다는건, 골프장에 간다는건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즐거움을 함께 한다는 의미이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배우고, 성장한다.
골프를 치면서 오가는 사소한 대화에서도, 상대방의 스윙과 공략을 보면서도 배운다.
좋아하는 선배님을 모시고, 처음으로 가는 라운딩.
그 설레임은 여느 다른 놀이보다 즐겁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
그게 골프를 치는 가장 큰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필자는 골프장에서 멀리 날아가는 공을 보면서, 여러가지 스트레스와 답답함을 가끔 날려보내곤한다.
휴대폰 벨소리도 진동으로 해놓고, 온전히 즐길수있는 시간이 바로 골프장에서의 시간이 아닌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