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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영민 Jan 10. 2021

가리고, 가두어 두다

우리는 우리가 잘 모르는 것을 믿는다

"엄마, 내 친구들이 그러는데, 이거 좋데! 내 친구들도 이거 다한데~"

이런 말을 들어봤거나, 이렇게 말을 해본 적이 있다.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꼭 해야 할 것만 같은 당위 감에 휩싸이고, 행여나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

그곳에서 오는 소외감이 계속해서 나를 괴롭힌다






몇 해 전 왜 이곳, 저곳에서 "소통"이라는 키워드가 만연했는지,

요즘 뼈저리게 깨닫는다.

소통이 누군가와 대화를 잘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과거에,

소통능력 부재로 오해를 사고, 어떤 사람에게는 상처를 주고, 좋은 관계가 나빠지기도 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단어의 정의는 제각각 다르고, 어떤 상태에서 대화를 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의미도 현저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 지인의 추천으로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을 해본 적 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설득이라기보다, 누군가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고, 컨설팅을 해주는 일이다.

그동안 내가 했던 컨설팅 분야와 달라서 처음에 많이 고생을 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들.

사람들은 바둑판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각자 자신만의 바둑을 두고, 어떤 형세인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예측하지 못한다.

누군가에게 어떤 말이라도 듣고 싶을 때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공감되는 이야기는

본인만의 철학으로 조금씩 쌓여간다.








다원적 무지(pluralistic ignorance)

소수의 의견을 다수의 의견이라고 착각하고 믿는 것 혹은 그 반대.


친구 4명이 있다. 그 친구들 중 3명은 검은색을 보고 붉은색이라고 이야기한다.

친구 3명에 대한 신뢰관계가 두터웠던 나머지 친구 한 명은 그 이유를 묻지도 않고 그대로 믿어버린다.

어느 집단에서 형성된 생각은 그 집단내의 다른 사람들에게 까지 영향을 끼친다.

횡단보도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여러 명이 초록불을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 빨간불이다.

그들 중 대다수가 갑자기 출발을 하면, 나도 모르게 함께 출발을 하곤 한다.


우리의 생각은 이렇듯, 주변의 사람들의 생각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정치적인 큰 이슈가 있을 때, 연예의 다른 이슈를 통해 정보를 차단한다.

법과 경제에 무지한 국민들을 상대로 여러 가지 형태의 사기가 만연한다.


우리나라 교육 커리큘럼에는 많은 배워야 할 것들이 빠져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작 공부는 세상에 나와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깨달은 많은 성인들은 서점에서 책을 보거나 강연을 듣거나,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 세상에서 알아야 할

지혜를 스스로 공부한다.



다시 소통의 이야기로 가보겠다.

한 지역에서 오래 살던 사람은 자신의 지역에 대한 정보가 확실하다고 착각한다.

그 지역에 갯벌 개발될 수 있다는 정보를 듣고, 다른 지역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

그 소식을 접한 그는 본인은 이곳의 토박이고 20년 넘게 살아왔다며 그 정보를 지나쳐버렸다.


사람의 뇌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버리는 필터의 역할을 한다.

우리가 보고 들었던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이 필터 때문이다.

우리는 본 것을 모두 머릿속에 집어넣는다면 우리 뇌는 과부하가 걸리거나 폭발할지도 모른다.

뇌에 가기 전 우리는 우리의 통찰력으로 넣어야 할 것과 흘려버릴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잘못되고 정확하지 않은 커다란 바위 때문에 빠르게 갈 수 있는 길을 때론 돌아가야 한다.


몇 년 뒤 그 갯벌은 실제로 개발이 진행되었고,

그 정보를 미리 알고 헐값에 갯벌을 샀던 사람들은 큰돈을 벌었다.

정보의 분별력, 그전에 본인을 과신하고,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알아야 할 많은 것들은 얼마든지 가릴 수 있다.

누군가를 그것들을 가리고, 그들만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은 커다란 가림막 속에서 그 가림막이 움직일 수 없는 커다란 산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기꾼들은 순수한 국민들을 상대로 쉽게 일을 한다.

크고 작은 사기사건이 끊이지 않는 건, 심리적으로 이를 약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여전히 계속 속아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노트북으로 글을 많이 써 본 사람이라면, 키보드의 위치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안다.

팔꿈치보다 높은 책상의 높이에서 타자를 치면, 얼마 못가 팔이 뻐근해질 것이다.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것을 믿는다.

알려고 하지 않고, 호기심을 갖지 않고, 안주하려고 하고, 현재가 미래가 비슷할 것이라 착각한다.

진짜 공부는,

세상에서 하는 것이다.


내가 가진 잘못된 바위를 치우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다.


무언가에 궁금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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