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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나 Mar 04. 2021

멘토링이 주는 즐거움

독서 모임을 나가면 엄마를 따라온 중학생부터, 퇴직을 하고 자기 사업을 준비하는 중장년층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진로 걱정이 많은 대학생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중 어떤 여학생이 내 직업이 패션 MD인걸 알고 인터뷰 요청을 한 적이 있다.


그땐 겨우 4년 차 밖에 안된 미생 시절이라 내가 이 아이에게 무얼 알려줄 수 있을까 스스로 의문을 품었지만, 패션 MD가 꿈이라며 눈을 반짝이며 다가오는 그 아이를 거절할 수 없었다. 업무적인 질문들과 개인적인 질문들을 준비해 왔는데, 모든 질문이 하나 같이 깊이가 있었다. 정성 들여 준비해 온 게 느껴졌다. 나는 성심껏 답변해 주었고, 그 아이는 내 이야기를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다 받아 적었다. 



그 아이의 질문을 통해 나 자신과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뒤돌아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독서모임을 주체하시던 김형환 교수님께 더 많은 친구들을 돕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교수님은 내게 주기적으로 멘토링이 필요한 친구들을 소개해 주셨다. 강동구 진로멘토단에도 지원하여 더 적극적으로 직업멘토링을 시작 하게 되었다.



별것 아닌 내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열정 넘치는 후배들에게 오히려 내가 더 많은 자극과 에너지를 받았다. 어릴 적부터 내 단점을 가리기 위해 남들보다 옷에 관심도 많았고, 친구들에게 옷을 골라주었던 기억이 좋게 남아 있다는 이유로 선택했던 진로였고, 원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일에 대한 열정과 목표가 점점 사라져 가던 시기였다. 그런 내게 멘토링은 내가 하는 일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게 해 주었다.



내가 하는 일이 단순한 "일"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는 "꿈"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그리고 내가 하찮게 여겼던 나의 일상과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는 순간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부터는 내가 하는 일을 더 사랑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아이들에게 더 좋은 멘토가 되어 주고 싶었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스펀지 같아서 무섭도록 빨리 배우고, 항상 놀라운 결과를 보여 주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더 좋은걸 알려 주고 싶어 나도 참 많이 준비하고, 공부했다. 그렇다고 내게 멘토링을 받은 모든 아이들이 내가 하는 일을 하길 바라질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은 직업체험과 멘토링을 통해 각자 자신 안에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들이 가질 수 있는 꿈의 크기를 넓혔으면 하는 것이다.



멘티들에게 좋은 멘토로 남고 싶었던 목적이 있었기에 10년 동안 패션 MD로 견디며 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직도 가끔 연락하고 찾아와 주는 아이들을 보면 감사하게도 모두 자신에게 꼭 맞는 길을 잘 찾아 걸어가고 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작은 씨앗을 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씨앗 중에 어떤 것이 싹이 나고 열매를 맺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씨앗을 품어준 땅과 비를 내려줄 하늘에 달린 일이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매일매일 작은 씨를 뿌리고 기다리고 그것을 반복하는 것뿐이다.


지금은 대면활동이 어려워 멘토링 활동이 불가능 한 상황이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아이들을 위해 더 많이 공부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갖으려 한다. 빨리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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