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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뼛속까지 지리학과 Jan 10. 2022

케임브리지 한눈에 살펴보기

1편: 사진과 지도로 알아보는 케임브리지

케임브리지에서 산지도 어느덧 6년차가 되었다. 기나긴 박사과정과 이후 포닥 기간까지 살면서 처음보다는 무뎌진 감은 있으나, 여전히 내 마음에 가장 드는 정원 같은 도시임에 틀림없다. 케임브리지를 자랑하자면 밤을 새울 정도로 많은 이야깃거리들이 있는데 소개할 수 있는 정도만 소개하고자 한다.


이 중 첫 편은 내가 사진과 지도로 알아보는 케임브리지라는 주제로 시작해보고 싶다.


평화로운 5월의 아침 09시경. 도시 중심에 연구실이 위치하고 있어서 출근 중에 캠강이 너무 예뻐 보여서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자전거를 잠깐 다리 옆에 세워놓고 잠시 한가한 아침시간을 즐겼다. 물론 커피 한잔도 있으면 좋았을 것을...

캠강의 아침. Punting(펀팅)하는 뱃사공과 관광객들의 모습이 도시의 평화로운 모습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좌측에는 Clare컬리지가 있다 [사진촬영: 글쓴이]

캠강 위에는 뗏목 같은 작은 배들이 다닌다. 수심 150-180cm 밖에 되지 않는 얕은 강물에서 배들이 이동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 철로 만든 긴 봉(punt, 펀트) 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배 모는 행위를 펀팅(punting)이라고 일컫는다. 좌측 담벼락 넘어서는 트리니티 홀 컬리지와 클레어 컬리지가 보인다. 시험이 끝난 6월부터 9월까지는 학생들이 맥주 한잔을 들고 담벼락에 걸터앉거나 주변에 서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어렵잖게 관찰할 수 있다.


분위기를 가을로 돌려보면 정말 고즈넉한 도시의 모습들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로빈슨 컬리지는 1977년 개교하였고 31개 컬리지 중에서 30번째로 탄생한, 막내라인에 속한다. 빨간 벽돌 건물과 낙엽이 예쁘게 어우러진 캠퍼스는 도시 중앙으로부터 1km 서쪽에 위치하고 있고 중앙도서관 (University Library) 바로 옆에 있어서 걸어서 방문하기에 상당히 안성맞춤이다.

10월 로빈슨 컬리지(Robinson College) 건물과 낙엽의 조화를 놓칠 수가 없었다 [사진: 본인촬영]
영국은 일광시간의 차이가 매우 심한 나라이다. 물론 그 사이사이 비가 무지하게 내리므로 마냥 춥다고 느끼겠지만 말이다. 10월부터 12월 사이 사나흘 비가 흐드러지게 내리고 나면, 어느새 낮 길이가 성큼성큼 짧아져서 뼈가 시린 겨울 추위가 찾아온다.


11월의 케임브리지는 서머타임이 종료(3월 막주 일요일-10월 막주 일요일)되어 본격 겨울맞이를 시작한다. 도시에서 3-4마일 정도 떨어져 있는 Granchester(그란체스터) 에서 사과주스, 스콘, 그리고 차 한잔을 곁들이면 최고의 조합이 아닐까 싶다. 차 한잔을 마시고 시간이 되면 앞 공원에서 산책코스를 돌면 어떨까 싶다. 케임브리지 대학이 키워낸 최고의 석학들이 차 한잔 들고 사색하던 그 코스를 거닐면서 기분 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자욱한 안개는 보너스.

캠 강의 작은 배들 옆으로 식당가가 즐비하고 반대편에는 모들린 컬리지가 보인다.

캠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컬리지들은 관광객들을 받느라 사계절이 분주하다. 물론 해당 컬리지들은 1600년 이전에 지어진 것들이다. 이 중에서 모들린 컬리지 (Magdalene College)가 사진 찍기에 가장 예쁜 스팟이라 생각한다. 막달라 마리아(영문으로는 메리 더 막달린이라 발음)의 이름을 모체로 하지만 설립자인 오들리 가문이 주야장천 자기 가문의 이름을 밀어붙인 결과 막달린이 모들린이 되었다는 재미난 후문도 전해진다.


케임브리지의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마켓 플레이스, Great St.Mary Church와 주변 상가건물

시내의 가장 중심가는 당연 마켓 플레이스(Market Place)이다. 뒤 너머로 보이는 Great St.Mary 교회는 대학교회로 케임브리지 대학이 들어선 1208년 이후 강의와 예배를 전담하였다. 교회는 영국 성공회 교단에 소속되어 있고 high chuch이며, 시계탑 투어를 통해서 시내도 한눈에 전망할 수 있다. 이처럼 케임브리지 시내만 둘러보면 마치 동화책 속에 빠져든 듯한 느낌을 주면서 중세와 근대, 그리고 현대가 잘 어우러진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지도로 살펴보는 케임브리지

그렇다면 지도로 살펴본 케임브리지는 어떠한 모습일까? 도시 주요 도로를 지도화한 모습은 마치 자전거 바큇살(hub and spoke)의 모습과 흡사하다. 북서쪽부터 서, 남으로 뻗어있는 도로는 M11고속도로이며 케임브리지와 런던을 잇고 있으며, 북쪽으로 뻗어있는 A10 고속도로 케임브리지와 북부 인근 지역을 연결하는 핵심도로이다. 세부도로들은 도시 중심부를 향해 있으므로 오전 러시아워 교통은 일상이다. 영국 대부분의 도시들이 이와 비슷하게 형성되었기 때문에 교통마비를 줄이기 위해 Park-and-ride 서비스(도시 직통버스) 도입하였다. 그래서 인근 지역 거주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출퇴근이 가능해졌다.

케임브리지의 주요 도로를 GIS로 지도화했더니 마치 자전거 바퀴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 같다. [지도: 저자작성]

케임브리지 대학 하면 13세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신부님들의 컬리지 제도가 꽃일 것이다. 문득 궁금했다. 우리가 홈페이지, SNS에서 보고 들은 컬리지들은 다 어디인가? 그렇다. 지도의 동심원에서 1km 이내의 컬리지들이다 (케임브리지 한인교회를 도시 중심으로 봐도 무방하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그렇다, 31개 컬리지 중 29개의 컬리지가 동심원 2km 내에 위치하고 있는 반면, 2개의 컬리지는 그밖에 위치한다. 3km 반경에 걸치고 있는 호머튼 컬리지는 그나마 대로(hills road)가 남으로 뻗어 있어 시내와의 접근성이 우수한 편이지만 4km 밖의 거튼 컬리지의 첫 이미지는 유배지에 가깝다. 거튼 컬리지 당첨자들은 눈문을 흘릴 수도 있겠지만 또 거리만으로 알 수 없는 무지막지한 장점들이 있다(고 주변에서 말한다).

시내 컬리지들을 조금 확대해 보았다. 캠강 물줄기 주변으로 뻗어있는 전통 컬리지들은 갈색으로 표시되어 있고 1600년대 이전에 건립되었다. 한 세기를 건너뛰고 1700년대 이후로부터 도시가 확장되고 입학생들도 늘면서 컬리지들이 많이 생겨났는데, 도심 서쪽과 북서쪽에 상당수가 생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녹색 컬리지). 북서쪽에 위치한 컬리지들을 우리가 Hill College라고 한다. 


케임브리지는 자전거 도시로 상당히 유명하다. 아래 지도에서 알 수 있듯, 검정으로 표시된 지역 대부분이 학생들이 어렵잖게 사이클링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다만 모들린 컬리지에서 Fitzwilliam 컬리지로 향하는 구간에 나름 2-3도가 되는 급경사 지역이 있는데 여기서 많은 자전거인들의 허벅지가 터져나가는 구간이다! 과연 Hill college라는 이유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전동스쿠터/ebike만 있다면 육신의 모든 고통은 기계한테 부과하면 된다.

케임브리지의 경사지를 표현했다. 검정이 평지 (0도), 빨강이 약간 경사 (0.3-1도), 하양이 나름 급경사지 (1-3)로 분류되었다. 한 격자는 30m이다.

이상 사진과 지도로 케임브리지를 잠깐 둘러봤는데 재미있고 신기하고 더 알고 싶은 것들이 많아진다. 다음 편에서는 본격적으로 도시 곳곳에 관한 이야기를 작성해서 재미를 공유하고 싶다.



혹시 수정사항이나 제안사항이 있으시면 주저 말고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반영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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