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기사가 불편하다

-이춘재 살인사건의 윤성여 국가폭력 피해자님의 사건에서-

by kuyper

며칠 전 다음 포털에 오랜 시간 걸린 기사 헤드라인을 보고 나는 불편했다. 이건 정치적 견해와 상관이 없다. 단지 그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인간적 자질과 평소 그가 가진 타자성에 화가 났다. 그리고 동시에 그런 기사를 메인에 오랜 시간 걸어주는 Daum의 AI 알고리즘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었다. 나를 불편하게 그리고 화나게 만든 기사의 제목은 이렇다.


'20년 누명' 윤성여씨가 받을 보상은…형사보상금만 17억원 추산


이 기사를 작성한 권준우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 가까이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3) 씨가 17일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그가 받게 될 형사보상금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나는 그 기자에게 이렇게 질문하고 싶다. 20년 가까이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연쇄살인 사건의 살인자로 누명을 쓰고 20년 가까이 옥살이를 해야 했던 국가폭력 피해자 사건에서 왜 당신의 첫 번째 관심은 형사 보상금이냐고. 그리고 당신이 윤성여님과 무슨 관계이기에 그 형사보상금에 관심을 가지는지 묻고 싶다. 기자 스스로 표현한 것처럼 범인으로 몰려 20년 가까이 살았던 옥살이를 ‘억울’하다고 생각한다면, 왜 그 억울한 일이 일어났고, 그 억울함의 가해자는 누구였으며, 나아가 이러한 분들의 억울함을 해결하는데 지금의 법 체계에서 한계가 있다면 정치권에서는 어떤 법적 제도가 마련되어야 다음에는 이런 억울한 한 개인이 나타나지 않을지 이야기하는 것이 더 옳은 것 아닌가?


나는 이런 기사가 너무 불편하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연합뉴스의 기자라고 앞으로도 다양한 시민들을 취재할 그 기자의 관점 때문이다. 이러한 국가폭력 피해자가 20년 만에 자신의 억울함이 무죄로 해방되는 날, 그 기자의 관심은 돈에 있다. 형사보상금이 17억이니, 손해배상까지 하면 20~40억까지 받을 수 있다느니 이따위 소리를 하는 그 기자의 약자에 대한 몰상식한 관점 때문에 불편하다. 이 기자가 앞으로 다양한 사회 이슈를 취재하고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을 인터뷰하게 될 텐데, 타자성이 결여된 질문으로 혹여라도 상처 받을 다른 사회적 약자들의 상처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다른 하나는 모든 문제가 돈으로 치환되는 이 사고방식이다. 20여 년 간 억울하게 한 개인의 청춘이 감옥에 갇혀 있었는데, 그리고 동시에 끔찍한 연쇄살인범으로 몰려 그 개인은 물론 그 가족은 이 사회에서 따가운 시선 속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살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면 그런 억울함이 풀리는 날 마이크를 갖다 대며 계산할 수 없는 아닌 계산해서는 안 되는 상처의 무게와 크기를 돈으로 치환하는 그 작태가 무지 못마땅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다. 그리고 그 말들은 주로 날 것들의 향연이라 참아야겠다. 마지막으로 기자에게 그리고 그 기사를 받아서 쓴 다른 기자와 데스크에도 묻고 싶다. 당신들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존재하느냐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 날리고 싶다. 다른 사람들의 삶에 지나치게 참견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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