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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진 Apr 05. 2024

교환 일기로 육아를 해볼까?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다면


아홉 살 딸내미가 벌써 사춘기가 오려는 건지, 동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건지, 갈수록 대하기가 쉽지 않다. 쉽게 짜증 내고 늘 불만에 가득 차있는 녀석을 보자니 나도 같이 짜증이 나서 자꾸 다투게 된다.


훈육을 하려 해도 못 들은 척하거나 오히려 아주 빤히 나를 바라보며 사람 속을 뒤집는 기술은 어디서 배웠을까. 말로 가르치다 보면 내가 내 화에 못 이겨 훈육이 아닌 감정 배설이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도저히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서 편지 쓰기 좋아하는 딸아이 취향에 맞춰 교환일기를 떠올리게 되었다.


무려 비밀번호가 있는 일기장(딸아이의 학교 반번호로 비밀번호를 맞췄더니 416이 되었다. 영원히 잊지 못할 그 숫자를 보며 별이 된 아이들도, 아이들을 그리워할 가족들도 생각이나 교환일기를 쓰는 일이 미안하고 귀해진다)을 마련하고, 아빠도 동생도 볼 수 없는 우리 둘만의 비밀이라며 강조하고 건넸더니 대번에 함박웃음을 짓는 딸내미.

 

에게 필요했던 건 자신만을 생각해 주는 순간이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이 일기가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알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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