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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진 Apr 15. 2024

[교환일기 5] 사랑하는 딸에게

2024.04.09


한울아, 오늘 학교에서 만들어 온 공예품을 동생이 망가뜨려서 많이 속상했지? 아직 동생이 어려서 힘들게 할 때도 많은데 이해해 주고  금방 또 동생이랑 잘 놀고 챙겨줘서 고마워. 그래도 속상한 마음 참지만 말고 엄마나 아빠에게  말해주면 한울이 마음을 더 살펴줄게.  주말에 <위시>는 같이 못 봤지만 다음에 영화 나오면  같이 보러 가자.(그래도 옷장 정리해서 뿌듯!)  


엄마도 한울이랑 천변에 간 것 좋았어. 갑자기 배가  아파서 좀 힘들었지만.. 벚꽃을 보며 돗자리에 누워  있는데 네가 태어나기 한 달 전(그때도 4월이었지) 만삭의 몸으로 여기를 걷던 생각이 났어.  그땐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2년밖에 되지 않아서  마음이 좀 더 무거웠는데 벚꽃을 보고 있는 게  세월호 언니 오빠들에게 미안한 기분이 들어서 그랬어.  그래서 떨어진 벚꽃 잎을 모아서 세월호 리본 모양을  만들고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언니 오빠들이 봐주길 기다렸단다.

2016년 4월, 하늘에 보내는 리본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너를  잃을까 걱정하던 엄마의 모습을 생각하니 18년이나 키우고 같이 산 자식을 떠나보내야 했을  세월호 언니 오빠들의 부모님은 얼마나 슬플까 싶어서  눈물이 저절로 흘렀어. 그러던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러 10년이 되었다니. 뱃속에 있던 네가 아홉 살이 되고  너와 함께 세월호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엄마는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해. 이 세상의 많은 면들을 알아갈 너의 삶이 힘들어지진  않을까 하고. 그런 순간이 오더라도 엄마, 아빠가  늘 곁에 있다는 걸 기억해 주렴.

내일은  엄마, 아빠와 함께 투표하러 가자.

사랑한다.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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