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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안 Aug 26. 2023

독기를 품을 때 영어 실력이 더 많이 느는 이유 3가지

영어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독기라도 품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 일에 "미쳐라", 그 일을 "즐겨라", 그 일을 "사랑하라".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하기 위해서 언제나 등장하는 진심 어린 조언이 있다. 인생에서 한 번쯤은 깊고 진지하게 생각해 볼 정도로 훌륭한 조언이다. 하지만, 그 일에 미칠 수 있고, 그 일을 즐길 수 있고, 그 일을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의 여정은 사실 결코 쉽고 편하지 만은 않다. 매 순간이 어렵고, 힘들고, 지금이라도 당장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순간들을 버티고, 버티고, 또 버티고 나서야 비로소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 일에 미치고 있구나, 이 일을 즐기고 있구나, 이 일을 사랑하고 있구나.


그렇다면 우리가 버티고, 버티고, 또 버틸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물론, 성공이라는 최종 목표 달성을 생각하면서 어렵고,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을 버텨낼 수도 있다. 하지만, 가끔은 성공이라는 최종 목표가 너무 멀게만 느껴져서 현실적으로 크게 와닿지 않는 순간들도 있다. 개인마다 버티고 이겨내는 방법들이 모두 다르겠지만, 내가 활용한 방법은 바로 독기를 품는 것이었다. 독기를 다양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내게 독기란 주위에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무언가에 미친 듯이 열중하고 비로소 성공해 낼 수 있는 힘이었다.


독기에는 2가지 종류가 있다. 남들과 비교 또는 경쟁에서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여 생기는 나쁜 독기와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여 생기는 착한 독기가 있다. 나쁜 독기의 경우에는 최종 목표의 성공이 바로 남들보다 조금 더 높은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성장은 할 수 있겠지만, 계속되는 남들과의 비교와 경쟁에서 점점 더 스스로를 잃어갈 수 있다. 반면에 착한 독기의 경우에는 최종 목표의 성공이 바로 더 나은 자신이다. "내가 왜 이것밖에 못하지? 더 잘할 수 있는데?!" 어제 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스스로가 성장하고, 동시에 자존감과 자신감 또한 함께 올라갈 수 있다.


"나는 더 잘할 수 있는데? 더 노력해 보자!"라는 착한 독기 덕분에 나는 과거의 어렵고,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을 모두 잘 버텨낼 수 있었다. 물론, 가족, 친구, 그리고 주변의 좋은 사람들의 도움도 컸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나 스스로가 강해져야지만 이러한 순간들을 오롯이 버텨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려운 시간마다 독기를 품고 헤쳐나가자 그렇게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들은 어느덧 나의 소중한 경험과 추억이 되었고, 이를 통해서 나는 더 성장한 자존감과 더 확신에 찬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What is your 착한 독기?


10년을 넘게 많은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매번 느낀다. 모든 사람들이 영어에 흥미와 관심을 느끼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영어를 재밌게 즐기는 것도 아니다. 그저 당장 영어 시험 성적이 필요하니까, 기초적인 영어 회화 실력이 필요하니까, 해외여행 가서 필요한 영어 표현 정도는 알아야 하니까 정도의 이유로 억지로 영어 공부를 시작한다. 이유가 어쨌든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커다란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사람들이 처음 가졌던 목표를 잃어버리고 결국 영어 공부를 포기하기 시작한다.


아무리 영어 공부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고 해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분들은 한 귀로 듣고 그저 멍하니 너무 자연스럽게 다른 한 귀로 흘러 보낸다. 반면에 준비가 되어있는 분들은 일단 나를 바라보는 눈빛부터가 다르다. 하나라도 더 확실하게 알기 위해서 질문하고 또 질문하면서 열심히 필기하고 온몸으로 영어를 흡수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분들을 만나면 나 또한 정말 많은 영감과 동기 부여를 받는다. 나도 모르게 더욱 힘이 나서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내가 아는 영어와 모르는 영어까지 모두 다 쓸어 담아 더 많은 정성을 쏟아붓는다. 분명 그들도 속 안에 그들만의 독기 하나쯤은 품고 있을게 분명하다.


물론, 영어를 쉽고 재밌게 배울 수 있는 방법들은 많다. 어렸을 때 나는 팝송을 통해서 영어를 쉽고 재밌게 접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후에는 더 이상 영어를 쉽고 재밌게 배울 수 없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시험을 위한 영어는 암기하는 것 빼고는 도무지 잘 따라가지 못했다. 그렇게 수능을 실패하고, 원하던 대학 진학을 실패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쓰나미처럼 몰려오던 갓 20대 시절에 우연히 미국 대학원 진학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남들은 군대를 전역하고 복학하기 전까지 놀기 바쁠 때, 나는 10월 31일 전역하고 다음 날인 11월 1일에 GRE 학원을 등록했다. 미친 실행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지독한 독기를 품고 영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독하게 영어를 공부하더니 되더라!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가슴 한켠에 품고 있던 독기라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Be ready for the opportunity that is coming your way.


독기를 품을 때 영어가 더 많이 느는 이유 3가지

 

1. 반드시 해내야만 한다는 의지가 생긴다.

You have the determination to get it done.


영어 공부에 독기를 품은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아닐 수 있지만, 내겐 영어 자격시험이 그중에 하나였다. 운이 좋게 대학생 신입생 시절에 토익 만점을 받고 영어 과외를 시작했다. 주변에서 "너 영어 잘한다"라고 말해주니 나 또한 사람인지라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그런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시절은 군대를 전역하고 와장창 깨져버렸다.


전역을 하자마자 미국 대학원 진학을 위해서 가장 먼저 준비했던 것이 바로 토플과 GRE 영어 자격시험을 공부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토플 시험도 그렇고 GRE 시험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았다. 이러한 시험을 가르치는 학원 또한 거의 모두 강남, 종로, 신촌 등의 서울의 유명 영어 학원들이 밀집한 곳에만 위치해 있었다. 물론, 학원비 또한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너무 비쌌다. 하지만, 시험에 대한 정보도 부족했고, 당장 공부를 시작해야 했었던 내게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당시 거주하던 경기도 고양에서 서울 종로까지는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1시간이나 걸렸다. 다행히 갓 전역한지라 충만했던 군인 정신 덕분에 버스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언제나 영어 단어장을 보고 또 보았다. 토플 시험과 GRE 시험을 하루빨리 끝내고 싶다는 일념으로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모든 것을 영어 공부에 쏟아부었다. 중간의 자투리 시간도 아까워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GRE 단어를 외우고, 지하철에서는 토플 리스닝 Conversation 파트를 쉐도잉 하고, Lecture 파트를 계속 반복해서 들었다.


"크리스님은 어떻게 그렇게 꾸준하세요?"


당시 나를 포함한 수강생이 2명이었던 GRE Verbal를 담당했던 선생님이 내게 조심스레 물었다. 이른 아침 9시에 시작하는 수업에 단 한 번도 지각이나 결석을 하지 않고 매번 GRE 단어 시험도 다 맞았던 내가 신기하듯 바라보며 물었다. 처음으로 무언가를 꾸준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의 질문을 통해서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중학교 시절 때부터 학교와 학원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지만, 언제나 지각을 자주 했고 수업을 통해서 무언가를 배운다는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반드시 영어를 정복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조용히 가슴 한켠에 독기를 품고 영어 공부에 매달렸다. 밥 먹듯이 수업 시간에 지각하고, 복습하기는 싫어했던 나 스스로를 내가 누구보다 제일 잘 알았기 때문에 토플과 GRE 시험공부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다짐했던 것이 바로 수업 시간에 지각하지 않기와 그날 배운 것은 반드시 그날 복습하기 단 2가지였다. 그렇게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릴 때는 평소보다 더 일찍 집에서 나오면서 지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수업 시간 중간에 비워진 시간에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배운 내용을 복습하면서 또 노력했다.


가끔 점심을 먹기 위해서 학원 근처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먹을 때도 언제나 GRE 영어 단어를 손에서 놓치지 않았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나와 같은 또래의 친구들이 신나게 웃고 떠들면서 걸어가는 모습을 볼 때면 조금은 내가 안쓰럽다고 생각한 적도 사실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 말했다. "나에게는 반드시 이뤄야만 하는 목표가 있다고" 아무도 내게 공부하라고, 영어 잘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과거의 어느 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내가 하고 싶었고, 잘하고 싶어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20대라는 어린 나이에 미래에 대한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그저 미국 대학원에 가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막무가내로 시작했던 토플과 GRE 시험공부. 그렇게 매 학기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을 모두 서울의 영어 학원에서 지내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다. 당시 함께했던 선생님들 또한 언제나 친절하게 대해주셨기 때문에 훨씬 더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마침내 목표했던 점수를 획득했을 때, 과거의 기억들이 순간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선명하게 지나갔다. 어린 시절에 이러한 독기가 없었더라면 반드시 해내야만 한다는 의지 또한 어느 순간에 또 한 번 처참히 꺾이고 말았을 것이다.


Use your spare time well.


2. 계속 몰아붙이는 힘이 생긴다.

You have the drive to keep going.


호주 워킹홀리데이 시절, 영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키친 핸드, 요리사, 하우스 키핑, 타일, 단열재 등의 잡을 경험 했다. 하지만, 이후에 호주까지 왔는데 미국 대학원 학비를 위해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왕이면 영어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고 싶다는 욕심도 커졌다. 그렇게 또 영어를 반드시 사용해야만 하는 다양한 잡에 지원하던 중에 마침 모바일 세일즈/테크니션 구인 공고를 보았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고장 난 휴대폰 또는 태블릿을 수리하는 업무가 조금은 편하게 보였다. 다음 날, 바로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고 이틀 날 이후에 면접을 볼 수 있었다. 다행히 면접은 괜찮았지만 테크니션 업무 이외에 세일즈 업무 또한 배워야 한다고 공지를 받았다. "얼마나 어렵겠어?"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YES! 를 외쳤다. 하지만, 첫날부터 세일즈가 그리 쉽지 만은 않은 업무라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손님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파는 세일즈 업무를 한국말로 해도 쉽지 않은데 영어로 해야 한다니 처음부터 막막했다. 하지만, 나름 손님을 대하는 매뉴얼이 있었기 때문에 숙련된 매니저의 시범을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았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미소 짓고 떠들면서 제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다. 반면에, 구석에서 조용히 고장 난 핸드폰과 태블릿을 수리하고 있는 테크니션의 모습은 조금 쓸쓸해 보였다. 나름 영어에 자신 있다고 생각하고 "한번 해보겠어요?"라는 매니저의 질문에 망설이지 않고 "해보겠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크리스: Hi mate, how are you today?

손님: I'm good! How are you? I'm just browsing now.

크리스: It's all good! Which phone are you using?

손님: Cheers. Oh! I just got a new iPhone 6!

크리스: Really? That's good for you! Are you looking for the case then?

손님: Yeah. I think I need a new case for this.

크리스: Sure, what kind of cases are you looking for?

손님: I don't know.. like I said, I'm just browsing around..

크리스: No worries at all. You can take your time.

손님: Cheers, mate!


첫 외국인 손님과의 나름 유쾌한 대화를 마치고 이후에 호출을 기다렸지만, 아쉽게도 손님은 조용히 사라졌다. "저는 처음에는 너무 떨려서 영어로 말하지도 못했어요. 크리스님은 너무 잘하셨어요!" 첫 시도에서 칭찬과 격려를 아낌없이 건네준 매니저에게 조금은 부끄러웠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조금은 잘 보이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다. 그리고 매니저는 조용히 조언을 건네주었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여유롭게 손님과 대화를 이어나가세요.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는 것보다 손님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주세요" 조언을 듣고 나서 조용히 손님의 말을 경청하고 격하게 공감해 주던 매니저의 모습이 기억났다.


이후에 다양한 손님들을 대하면서 "세상에는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 많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친절한 사람, 불쾌한 사람, 상냥한 사람, 심지어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무례한 사람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많은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 어느 순간 세일즈 업무가 지치기 시작했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 이렇게나 힘든 일인지를 호주 워킹홀리데이 경험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테크니션 업무를 주로 하면서 세일즈 업무에 소홀해지기 시작했다.


근무지가 바뀌면서 새로운 스토어 매니저를 만났다. 그녀는 호텔에서나 볼법한 친절함과 상냥함으로 손님을 고객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마침 세일즈 업무에 흥미를 잃어버린 내게는 너무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먼저 물어보았다. "매니저님은 어떻게 그렇게 밝게 고객들을 맞이할 수 있나요?" 그녀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물론, 쉽지 않죠. 하지만, 제가 더 친절하면 손님들도 자연스럽게 저에게 친절하게 다가오더라고요." 그저 영어라는 언어로써 넘을 수 없는 장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녀는 훌륭한 영어 실력과 멋진 태도로 그 장애물을 보란 듯이 뛰어넘어버렸다.


"더 나은 영어 실력과 더 멋진 태도를 위해서 나도 해보자! 나도 못 할게 뭐가 있겠냐?!" 퇴근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조용히 소리쳤다. 그렇게 그녀가 보여주는 모습을 자세하게 관찰하고 따라 하고 연습하면서 정말 온몸으로 흡수하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친절하게 건네는 영어 인사말에 따뜻한 미소가 더해지고, 손님이 말하는 고민과 걱정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손님을 도와주려는 태도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단골손님들이 생기고 그들이 매장을 지나칠 때마다 이웃과 인사하듯 서로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시절에 이러한 독기가 없었더라면 스스로를 계속 밀어붙이지 못하고 중간에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포기하거나 그만두었을 것이다.


Thank you, Jua!


3.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는 끈기가 생긴다.

You have the tenacity to try again, even if you fail.


우리가 품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독기는 바로 나 보다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환경에서 제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물론, 위에서 말한 다른 남들과 비교 또는 경쟁에서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나쁜 독기를 가질 확률 또한 생각보다 높다. 하지만, 이럴 경우에는 스스로가 부족하고 모자란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 않고 딱딱한 자존심만 내세운다면 결국 이후에 뚝하고 부러져 스스로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환경에서는 자신의 모자람과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나은 내가 되도록 착한 독기를 품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대학원 시절, 하루라도 빨리 학비를 해결하려는 욕심에 첫 학기 때부터 일할 연구소를 찾았다. 몇 군데의 연구소를 방문하고 담당 교수님과 상담을 한 이후에 한 연구소에 조인할 수 있었다. 그 연구소에는 박사생 4명과 이제 막 조인한 석사생인 내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들의 연구 성과와 논문 실적은 대단했다. 이미 박사생 1명은 인텔에 취직을 한 상태이고, 또 다른 박사생은 NASA에 지원할 계획이었다. 책이나 TV에서만 보았던 장면들이 바로 눈앞에서 일어나니 한참 부족했던 나는 그저 모든 것이 신기했다.


지도 교수님과 4명의 박사생들이 함께 하는 회의에 참여할 수 있었다. 각자가 맡은 프로젝트에 대해서 현황을 공유하고 발견한 문제점 또는 돌파구 등의 의견을 함께 나누는 내게는 너무나도 생산적인 시간이었다. 그렇게 그들의 발표 모습을 보고 있자면 모든 것이 완벽하고 깔끔하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교수님과 다른 박사생들이 던지는 질문들을 바라보면 또 그 깊이가 다름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날은 회의가 끝나고 교수님께서 내게도 학부 때 연구했던 프로젝트에 대해서 다음 시간에 발표해 보라고 제안을 주셨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터라 많이 잊어버렸지만, 여기서도 또 "알겠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연구실 책상으로 돌아와 부랴부랴 학부 때 연구했던 수중 안테나 프로젝트에 대한 PPT 자료와 논문 자료를 찾았다. 다행히 노트북에 그대로 저장되어 있어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날 이후 교실, 연구실, 그리고 기숙사에서 밤새도록 회의 자료를 만들고 발표 대본을 써가면서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박사생들보다 더 잘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쪽팔리지는 말자!"라고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발표 당일, 열심히 외웠던 발표 대본을 틀리지 않고 그대로 잘 영어로 말은 했지만, 문제는 바로 발표 발표 이후에 등장하는 Q&A 시간이었다.


교수님의 너그러움 덕분에 그날 발표에는 학부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었다. 같은 연구실의 박사생들의 질문을 필두로 발표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이곳저곳에서 질문들이 쏟아졌다. 물론, 어느 정도 예상 질문은 준비했지만,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거라는 생각은 아니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질문 하나하나에 온 정성을 쏟아부으면서 대답을 하니 점점 눈앞이 흐려졌다. 거의 기절하기 직전에 천사처럼 등장한 교수님 덕분에 발표를 잘 마칠 수 있었다. 교수님은 첫 발표치고는 잘했다면서 칭찬을 해주셨다. 그리고 학부생 중에서 내가 쓴 논문을 감명 깊게 읽었다고 꼭 한번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면서 응원을 해준 미국인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그저 너무 신기했다.


역시 초심자의 행운이었을까? 이후에 나는 회의 때마다 진행하는 발표에 자신감을 완전히 상실해 버렸다. 화살 같이 날카롭게 날아오는 질문들에 나름 열심히 답변을 하지만 그 답변들은 그들의 질문을 해소하기에 매번 충분하지가 않았다. 모르는 것은 끝까지 물고 늘어나야 직성이 풀리는 연구원들의 특성상 나는 그들의 직성을 풀어줄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그렇게 매번 회의 이후에는 잔뜩 풀이 죽어서 연구실 자리로 돌아갈 때면 언제나 책상에 모든 것을 내려놓은 체 쓰러져 버렸다.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저녁 9시가 땡 하면 언제나 연구실을 순찰하는 교수님께서는 조용히 나를 불러 차에 태우고 함께 햄버거 집으로 향했다.


또 꼴에 자존심은 있었는지 괜히 약한 모습 보이기 싫어서 교수님께 힘든 소리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교수님은 내게 "힘들지?"라고 먼저 물어보셨다. 순간, 눈물쌤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눈앞에 있는 콜라를 마시면서 그 순간을 모면할 수 있었다. "괜찮습니다" 조금은 덤덤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지금도 너무 잘하고 있으니까" 교수님의 그 한마디가 왠지 모르게 마음속 깊이 박혔다. 그제야 나의 실력이 많이 모자라고 부족하다는 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렇게 자존심을 내려놓고 다음 날 박사생들 옆으로 다가가서 이것저것 질문하기 시작했다.


착한 독기를 품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서 여러 개의 작은 성공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런 순간마다 자존감과 자신감이 올라가는 것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계속 올라가는 것은 아니었다. 또 다른 경험을 통해서 잠깐 점검해야 하는 시간들이 찾아온다. 미국 대학원 시절의 경험이 내게 딱 그런 경험이었다. 대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했고,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열심히 경험했고, "이제는 무적이야!"라고 생각했던 것이 미국 대학원에 오면서 산산이 깨져버렸다.


대학교에서는 시험을 위한 영어,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는 생활을 위한 영어, 그리고 이번 미국 대학원에서는 실무 실력을 위한 영어라는 또 새로운 영역을 경험할 수 있었다. 똑같은 영어지만, 언제나 새로운 영역에서 새롭게 배우고 다르게 활용하는 영어를 경험할 때는 언제나 "이번에도 잘해서 또 다른 능력을 키워봐야지"라는 착한 독기를 품는다. 그렇지 않으면 꾸준하게 해낼 수 없다는 나 스스로를 내가 제일 잘 알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원 시절에 이러한 독기가 없었더라면 실패하하고 나서 매번 나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좌절하면서 결국 후회하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미국 대학원 시절에 배고픔을 달래던 학교 근처 미국 분식집


오랜 기간 동안 영어에 대한 글을 써오면서  번쯤은 "제가 영어를 배운 여정은 처절하게 힘들었고 너무 어려웠어요"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10년이 넘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사람들이 영어를 쉽고 편하게 접할  있도록 언제나 영어는 재밌고 즐거운 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야만  많은 사람들이 영어에  많은 흥미와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어를 배우는 여정은 사실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만큼 언제나 쉽고 편한 것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 정복의 목표를 가지고 매일 영어를 공부하는 것은 중요하다. 영어를 정복하고 싶은 자신만의 이유와 함께 가슴 한켠에 품은 착한 독기만 있다면 사실 누구든지 영어를 정복하는 것은 그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착한 독기가 결국 영어를 오래 그리고 꾸준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원동력이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영어에 관심 있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무엇보다 영어 능력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면 영어에 흥미나 관심을 느끼는데 에너지를 쓰는 대신에 착한 독기를 품어보자.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구체적인 목표와 착한 독기만 품는다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믿는다. 나 또한 어린 시절 여러 차례 실패를 통해서 "나는 해도 안되는구나.."라고만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에 나는 착한 독기를 품어낼 구체적인 목표가 없었다. 다행히 이후에 이루고 싶은 나만의 구체적인 목표를 찾아냈고, 자연스럽게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착한 독기를 품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목표들을 하나씩 차례대로 이뤄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스스로를 믿고 조용히 가슴 한편에 착한 독기를 품고 실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내 인생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남들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독기를 품을 때 영어 실력이 더 많이 느는 이유 3가지

1. 반드시 해내야만 한다는 의지가 생긴다.
2. 계속 몰아붙이는 힘이 생긴다.
3.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는 끈기가 생긴다.

 



You need a little bit of insanity to do great things.

훌륭한 일을 하려면 조금은 미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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