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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민트초코
Aug 19. 2024
오전에 외근을 다녀오니 점심을 먹기 애매한 시간이었다. 식당에 가긴 짧은 시간이고 굶자니 오후 일정을 소화하기 어려울 거 같았다. 회사 근처에서 브리또 하나를 포장해 회사 라운지로 갔다. 라운지에서 브리또를 먹는데,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러 온 동료들을 만났다.
외근 다녀와요? 그 붕어빵 만한 게 점심이에요?
일을 하며 가장 자주 느끼는 감정은 다름 아닌 외로움이다. 미팅을 하기 전과 후,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전과 후. 나는 종종 연극에서 긴 독백을 앞둔 배우처럼 긴장하고, 연극이 끝난 후 빈 객석을 바라보는 배우처럼 공허하다.
팀원이 생기면 좀 나아질까 했지만, 떠날 날이 정해져 있는 인턴사원 한 명은, 없는 것 보다야 나은 건 분명 하나 성과와 실적에 대한 압박에 고민을 함께할 파트너는 분명 아니다.
그날은 일대 다 미팅을 다녀온 후라 외로움이 더욱 크던 참이다. 오후엔 미팅 한 건이 더 있고, 내일 오전에도, 오후에도, 그리고 그다음 날도, 모레도 미팅과 프레젠테이션이 줄지어 있던 시기다. 동료들을 보니 괜스레 기분이 좋고 애틋했다.
나보다 한 살 많은 동료가 말했다.
"울지도 않고 잘하고 있어요. 항상 '해야죠 뭐', 하면서."
그날 집에 돌아가 분리수거를 하는데, 어느 집인지 아기가 빽빽 우는 소리가 들렸다. 분리수거를 하고 돌아가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옆 동 애기가 엄청 울더라. 나는 울지도 않고 회사도 다녀오고 분리수거도 했어."
엄마는 깔깔 웃는다. "어유 장하다. 이제 음쓰(음식물 쓰레기)도 버리고 와."
지독하게 외롭다. 한 조직의 구성원으로 책임을 지고 월급을 받고 살아가는 삶은 내가 선택한 것이다. 주말을 기다리고, 다가올 내일이 막막하고, 매 순간 두렵고 싫은 일 투성이고. 그럼에도 울지 않고 오늘을 살아냈다. 아마 내일도 난 살아가겠지. 힘든 순간도 견뎌내고 돌파하겠지. 장하다, 직장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