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의로운 민트초코 Aug 19. 2024

울지도 않고 오늘을 버텨낸 직장인입니다

오전에 외근을 다녀오니 점심을 먹기 애매한 시간이었다. 식당에 가긴 짧은 시간이고 굶자니 오후 일정을 소화하기 어려울 거 같았다. 회사 근처에서 브리또 하나를 포장해 회사 라운지로 갔다. 라운지에서 브리또를 먹는데,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러 온 동료들을 만났다.

외근 다녀와요? 그 붕어빵 만한 게 점심이에요?

일을 하며 가장 자주 느끼는 감정은 다름 아닌 외로움이다. 미팅을 하기 전과 후,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전과 후. 나는 종종 연극에서 긴 독백을 앞둔 배우처럼 긴장하고, 연극이 끝난 후 빈 객석을 바라보는 배우처럼 공허하다.

팀원이 생기면 좀 나아질까 했지만, 떠날 날이 정해져 있는 인턴사원 한 명은, 없는 것 보다야 나은 건 분명 하나 성과와 실적에 대한 압박에 고민을 함께할 파트너는 분명 아니다.

그날은 일대 다 미팅을 다녀온 후라 외로움이 더욱 크던 참이다. 오후엔 미팅 한 건이 더 있고, 내일 오전에도, 오후에도, 그리고 그다음 날도, 모레도 미팅과 프레젠테이션이 줄지어 있던 시기다. 동료들을 보니 괜스레 기분이 좋고 애틋했다.

나보다 한 살 많은 동료가 말했다.

"울지도 않고 잘하고 있어요. 항상 '해야죠 뭐', 하면서."

그날 집에 돌아가 분리수거를 하는데, 어느 집인지 아기가 빽빽 우는 소리가 들렸다. 분리수거를 하고 돌아가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옆 동 애기가 엄청 울더라. 나는 울지도 않고 회사도 다녀오고 분리수거도 했어."

엄마는 깔깔 웃는다. "어유 장하다. 이제 음쓰(음식물 쓰레기)도 버리고 와."

지독하게 외롭다. 한 조직의 구성원으로 책임을 지고 월급을 받고 살아가는 삶은 내가 선택한 것이다. 주말을 기다리고, 다가올 내일이 막막하고, 매 순간 두렵고 싫은 일 투성이고. 그럼에도 울지 않고 오늘을 살아냈다. 아마 내일도 난 살아가겠지. 힘든 순간도 견뎌내고 돌파하겠지. 장하다, 직장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