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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명자 Aug 12. 2024

우리 부부는 매일 백허그를 합니다

-예전에 미리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

    

저는 요즘 매일 남편과 백허그를 합니다. “매일 백허그 하는 부부라니 금술이 어지간히도 좋은가보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네요. 사실 신혼 초 몇 번 말고는 백허그를 한 적이 없습니다. 결혼하고 33년을 살면서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알콩달콩 살기 보다는 “내 말이 맞네 네 말이 맞네.”하며 아웅다웅 살았습니다. 일이 잘 안 풀리거나 감정의 소용돌이가 치면 늘 서로에게 탓을 하고 미워하기 일쑤였죠. 화가 나면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며 자신을 보호하려고 한 적이 많았습니다. 물론 사이좋게 행복한 시간을 보낸 적도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런 남편이 갑자기 시한부 희귀병에 걸려 중환자가 되었습니다. 몸을 움직일 수도 없고 사람을 알아볼 수도 말을 할 수도 음식을 입으로 먹을 수도 없게 되었어요.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지낸 시간이 벌써 1년이 넘었네요. 진단을 받고 처음에 3개월을 살지 6개월 살지 눈앞이 깜깜한 지경이었는데, 청천벽력 같은 불행도 적응이 되나 봅니다. 온 가족과 도와주시는 선생님들께서 사랑과 정성으로 애써주셔서인지 아주 조금씩 호전이 되어가고 있어요. 시한부 판정을 받고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만도 기적인데 아주 작은 기적들이 남편에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퇴근하고 나면 매일 전동침대를 작동시켜 남편을 꽂꽂하게 앉힙니다. 그리고 제가 남편의 등 뒤에 앉아 목과 등, 팔 스트레칭을 시켜주고 마사지를 해 줍니다. 하루 종일 누워있는 남편의 혈액 순환을 돕고 굳어가는 몸을 조금이라도 예방하기 위해서예요. 그런 다음 등 뒤에서 남편을 꼬옥 안아줍니다. 부드러운 남편의 살결과 온기가 제게 전해지면 온 시름이 다 사라지고 그저 이 순간은 행복하기만 합니다. 


이렇게 남편이 살아서 우리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됩니다. 백허그를 하고 남편에게 마사지를 해 주는 이 시간엔 음악을 틀어놓고 은은한 조명도 켜 놓습니다. 남편이 말을 하거나 표현을 할 수 없지만 이 시간은 온전히 우리 부부가 하나 되어 사랑의 교감을 하는 시간입니다. 불행이 닥쳤다고 해서 모든 것이 불행한 것은 아니더군요. 어둠 속에 빛이 더 빛나듯 힘든 시간 속의 사랑은 더 행복한 법입니다.     

남편이 아프기 전에 지금처럼 이렇게 절실한 마음으로 남편을 사랑하고 귀하게 대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저 언제나 내 옆에서 있어주는 사람, 나를 위해 무엇이든 다 해주어야 하는 사람으로만 생각했지 어느 한 순간에 우리 곁을 떠날 사람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남편이 우리 가족을 위해 애쓰고 베푼 사랑, 그 것을 잃어보니 알겠더라구요. 이제 제가 남편을 위해 온 힘을 다해 베풀고 나눌 시간입니다. 매일 간병을 하다보면 지치고 힘들 때도 많지만, 지금 이 순간이 우리에겐 가장 행복하고 귀한 시간임을 알기에 허투루 보낼 수가 없습니다. 오늘도 퇴근 후 남편과 백허그를 할 생각에 행복이 차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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