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서론
이 공간 정말 오랜만이다. 2016년 초에 마지막으로 글을 쓰고 한 번도 들어오지 않았다. 한 번 안 들어오기 시작하니 브런치라는 공간은 머릿속에서 점점 사라져갔고, 학교 공부를 하느라 글 자체도 쓸 생각을 안 했다.
그러다 최근 유튜브에서 글 쓰는 법에 관한 영상을 보고 나도 글을 잘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글을 어느 공간에 써야 할까 생각을 하다 떠올린 공간이 이곳이었다
사실 글을 아예 안 쓰고 살지 않았다. 지난 1년 동안 인스타 부계정에 일기를 썼다. 처음 부계정을 만든 건 친한 사람, 덜 친한 사람, 아예 안 친한 사람들까지 다 내 글과 사진을 볼 수 있는 인스타 본계가 부담스러워서였다. 나도 내 하루와 생각들을 기록하고 싶은데 내가 원치 않는 사람까지 글을 볼 수 있다는 게 싫었다. 그래서 정말 친한 친구들만 팔로우 할 수 있는 비공개 계정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일상글로 시작을 했다. 그러다 3수를 하게 되면서 글의 주제가 달라졌다. 매일매일 일상이 똑같았기 때문에 점점 일상글보단 내 생각을 많이 쓰게 되었다.
난 생각이 정말 많고 하고 싶은 말도 정말 많다. 내 머릿속을 마인드맵으로 정리한다면 아마 우리나라를 다 덮을 만한 도화지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 생각들을 정리하는데 일기 쓰는 것이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 물론 일기를 쓰다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생각이 이어지기도 하고, 한 주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면서 생각이 더 많아지게 되기도 한다. 그치만 중구난방으로 펼쳐있던 내 생각들을 한데 엮어 모아두고 나면 어질러졌던 물건이 책상서랍으로 들어가듯 정리가 되었다.
평소에 답을 내리지 못했던 생각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다 답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럴 때마다 '유레카'를 외치고 싶을 정도로 뿌듯했다. 물론 그런 생각들은 대개 철학적인 생각이라 답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나만의 답'을 찾은 느낌이라 더 이상 그 질문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글은 말과 다르다. 독백이라면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으려나. 그러나 글은 문자로 작성하는 독백이다. 누군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몇 시간 동안 구구절절 나열한다면 청자는 상대방의 말을 끊는 예의없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그 말을 다 들어야만 한다. 그러나 글은 그렇지 않다. 글을 읽는 건 독자들에게 달려있다. 아무리 호소력 짙은 글을 쓰고 글을 봐달라고 사정을 해봐야 쳐다보지 않으면 그만이다. (말도 안 들으면 그만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귀를 감을 수는 없지 않는가?) 난 이러한 글의 '독자에게 책임 전가하기' 특성이 마음에 들었다. 난 관심받기를 좋아하지만 억지로 끌어내는 관심은 원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내 글을 봐달라고 사정을 한다든지..) 글은 자발적으로 독자들이 관심을 주러 찾아와준다. 내가 글을 작성하기만 하면 알아서 독자들이 선정이 된다. 그 독자들이 내 글을 읽는 이유는 각자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읽으라고 시켜서' 읽는 독자는 한 명도 없다. 그래서 글은 말에 비해 부담이 적다. 읽는 도중 그만두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다 읽고 댓글을 달아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두가 독자라는 위치에서 자유롭다.
지금까지 내가 쓴 글보다 읽은 글이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나 지난 3년간 수능 공부를 하며 읽은 활자의 양은 어마어마 했다. (내 눈과 손과 뇌를 거쳐간 국어 문제집이 몇 십권은 될 것이다.) 그치만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수능 출제 지문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산문이나 에세이를 쓰기 위해선 다양한 장르의 글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 요즘은 소설도 읽고 시도 읽고 산문집도 읽고 있다.
인풋도 중요하지만 목표는 아웃풋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을 써봐야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잡히고 내 부족한 부분도 보인다.
그래서 오늘부터 많은 글을 써보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이 글이 앞으로의 나의 글에 대한 서론이 될 것 같다. 아직은 작가가 된다거나 하는 거대한 꿈은 없지만 사람들이 읽고 싶어지는 글을 쓰고 싶다는 작은 목표가 있다. 어쩌면 이 목표는 모든 작가들의 큰 꿈이 아닐까 싶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