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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영 Jul 28. 2022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며 빈센조가 떠오른 이유

사랑스럽지만 불편한 이 드라마가 가진 '이상함'의 힘에 관하여 

나에게 2021년 최고의 드라마는 <빈센조>다. 정말 깊이 몰입하며 즐겁게 시청했다. 하지만 마냥 좋기만 한 드라마는 아니었다. 현재 방영 중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볼 때 내 마음이 그때와 좀 비슷하다. 두 드라마 모두 참 좋은데 혼란스럽고 불편하다. 


<빈센조>를 보는 내내 송중기가 연기하는 빈센조 캐릭터가 미치게 좋아서 정말 간절히 그가 행복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빈센조는 행복해선 안된다. 살인자니까. 죽어 마땅한 놈을 몇 죽이긴 했지만 사적 복수가 개인에게 허용되어선 안 되는 거고, 마피아 시절엔 자기 이익을 위해서도 사람을 많이 죽였다. 드라마도 분명히 빈센조가 '악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빈센조를 너무 사랑해서 자연스럽게 그가 행복하길 바라게 되더라. 그 마음이 참 혼란스러웠다. 


작가는 이 문제를 종교로 풀었다. 극 중 스님 캐릭터를 통해 빈센조가 깨달음에 이르진 못하더라도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더 악랄한 놈들과 싸워 물리치면 그 공 정도는 부처님이 인정해줄 거라고 말함으로써. 그게 작가가 빈센조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위로이자 구원이었다. 드라마에서 여주인공과 끝내 함께하지 못한 것도 납득이 되었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우영우란 인물이 가진 강점과 약점만큼이나 드라마 자체에 강점과 약점이 많다. 어딘가 분명히 있긴 하겠지만 매우 찾기 어려운 천재 자폐인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대중들에게 자폐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 캐릭터 우영우의 사랑스러움이 미숙하고 아기 같고 귀여운 모습을 표현하는데서 나와 장애인들을 자칫 미숙하고 귀엽기만 한 존재로 인식하게 만든다는 점. 그리고 극 중 우영우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길 간절히 바라는 모습을 통해 결국 장애인도 그 쓸모를 증명해야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줄 수 있다는 인식을 공고히 한다는 점. 드라마의 약점이다. 


강점은 이미 이 드라마를 사랑하는 이들이 모두 알고 있는 것들이다. 캐릭터의 매력, 드라마의 완성도, 주인공 주변 인물들이 가진 무해함, 인상적이면서 의미 있는 매 회차의 짧은 에피소드들. 내가 큰 강점으로 꼽고 싶은 것은 드라마 속 대한민국 1, 2위 로펌 대표가 모두 여자라는 점, 미혼모가 아닌 미혼부가 영우를 키웠다는 점, 출생의 비밀이라는 소재를 진부하게 다루지 않았다는 점,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로 다뤄진 천재 자폐인 캐릭터는 대부분이 남자인데 매우 드물게 여자 캐릭터를 주연으로 내세웠다는 점. 그리고 남주가 여주의 조력자로 나온다는 점이다. 


사랑하면 그 대상의 모든 것을 옹호하고 싶어 진다. 완벽하다고 말하고 싶어 진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고 그런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에 그런 작품도 없다. 그래서 어쩌면 이 드라마가 가진 약점이 오히려 드라마의 주제를 더 선명히 드러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모두가 불완전한 존재이듯 자폐인도 그중 하나일 뿐이라는 그 주제. 드라마의 약점을 고민하며 보는 일은 이 드라마를 더욱 잘 이해하고 사랑하는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든다. 



‘이상한’이란 단어가 캐릭터 설명에 적절한 단어라고 생각했다. ‘이상한’은 낯설고 이질적으로 피하고 싶은 부정적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이상하기에 할 수 있는 창의적 생각이나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영우를 설명하는데 매우 적절한 단어라고 생각했다.

- 2022.07.26. 문지원 작가 한겨레 인터뷰 中 -



내게 놀라움과 행복감, 씁쓸함과 걱정거리를 동시에 안겨주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한 현재의 복잡한 심정은 드라마가 끝이 나야 비로소 선명하게 정리될 것 같다. 그 과정에서 기대하는 것은 작가님이 말한 ‘이상함’이 가진 힘이다. 드라마가 작품을 둘러싼 수많은 의견과 비판, 응원과 지지를 끌어안고 사람들의 마음에 ‘이상함’이 가진 가능성의 씨앗을 심어줄 수 있기를. 우리 모두는 조금씩 이상하고 약하고 또한 강해서 서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기를. 드라마를 보는 내내 우리가 느끼는 행복감이 만들어진 이야기 속에서만 머물지 않도록 당신과 내가 조금 더 노력하고 싶어 지기를. 그래서 <빈센조>만큼이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내게 잊을 수 없는 작품으로 남게 되기를 나는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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