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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속 편한 2025 대선을 앞두고

by 혜영

헌재의 탄핵심판결과 날짜를 2말 3초로 예상했는데 오늘 뉴스를 보니 3월 중순이라네. 아쉽다. 4월 말 대선을 기대했는데 이렇게 되면 대선은 5월 중순이 되겠구나. 그래도 뭐 어차피 이재명이 당선될 거라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이렇게 속 편한 대선이라니... 생각해 보니 내 인생에 이런 대선은 처음이다.

정치에 관심을 가진 게 노무현 대통령님이 출마한 2002년 때부터였다. 당시 고등학생이라 투표권은 없었지만 처음 사랑하고 존경한 정치인으로 인해 가진 감정이 정말 강렬했다. 참여정부가 끝나고 민주당 쪽에는 당시의 강력한 후보 이명박을 맞설 이가 없어 처참하게 패했던 대선. 난 정동영이 죽도록 미웠기에 투표조차 포기했다. 이명박의 당선은 너무 쓰라렸는데 그게 노짱님 죽음으로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지...

이후 문재인 대통령님이 박근혜와 맞붙었으나 당시의 민주당은 너무 엉망이었다. 대선은 후보도 중요하지만 결국 세력이 정권을 잡는 거라 당의 결속력도 중요한데 확실히 우리 쪽이 너무 부실했다. 당시의 박근혜는 정말 강했고.(안철수도 큰 변수였고)

2번 연속 정권을 뺏길 줄 몰랐지만 그 기간 동안 문재인대통령님이 민주당을 재정비해서 그다음 대선 땐 정말 잘 싸웠다. 박근혜 탄핵으로 민주당 승리가 거의 확실시되긴 했지만 그래도 정권을 잡으려면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니까.

문재인정권 이후의 대선. 다시 떠올려도 지옥 같다. 2022년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조국가족에 대한 무자비한 사냥, 자신을 검찰총장에 앉힌 문재인대통령에 대항하는 것으로 국힘후보가 된 윤석열. 대선기간에 드러난 온갖 문제점들은 그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이 얼마나 망가질지를 가늠하게 만들었다.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이 썩 마음에 차진 않았지만 그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최선의 대선후보임을 인정했고 어떻게든 윤석열 당선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정덕이지만 지인들에게 선거 때 굳이 연락은 하지 않는 편이었다. 지인들 모두가 내가 지독한 노빠, 유빠, 문빠인걸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2년땐 몇 년 연락을 하지 않았던 지인들에게까지 모두 연락을 돌렸다. 이번대선 후보는 정했는지 묻고 고민 중이라는 이들에게 이재명 공약링크를 보내며 잘 생각해 달라고. 커피쿠폰까지 보내며 말이다. 그 정도로 간절했고 절박했다.

계엄이 성공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정말 끔찍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임기를 모두 채우지 못하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3년 만에 치르는 대선. 민주당후보가 무난하게 당선될 것이고 나는 2002년 이후 처음으로 큰 감정적 동요가 없는 대선기간을 보내게 될 것 같다. 박근혜 탄핵 이후에도 문재인후보의 무난한 승리가 예측되었지만 나는 문대통령님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가장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말들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이재명에겐 별 감정이 없기 때문에 지금 돌아가는 상황들이 재미있기만 하다.

물론 유시민작가님을 좋아하기 때문에 정치평론을 하면서 발생하는 논란과 유작가님을 향한 공격이 불편하긴 하다. 그래도 이 또한 곧 잠잠해질 것이고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대통령이 된 이재명이 뭘 할 건지에 몰릴 것이다. 23년을 정덕으로 살았으니 이젠 과몰입을 멈추고 좀 초연해질 때도 됐다. 오늘 아침 출근길, 민주당 비명 관련 뉴스를 보다 문득 든 생각이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왜 매일 싸우는 거냐고 불평하는 사람들에게 꼭 얘기하고 싶다. 권력을 놓고 옛날엔 총칼로 싸웠던걸 그나마 역사가 진보해서 지금은 말로 싸우는 거랍니다. 적어도 상대를 진짜 죽이는 게 아닌 말로만 싸우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요. 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는 사람에게 더 큰 권력이 주어지는 판. 결국 근거 있고 합리적인 ‘말’을 판단할 줄 아는 시민이 많아질수록 좋은 정치인도 늘어난다는 사실을 부디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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