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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시즌3 리뷰

서바이벌게임 드라마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

by 혜영

오징어게임 시즌3에 대한 혹평이 넘쳐나고 있다. 나 또한 사람들이 지적하는 부분에 동의하는부분이 많고 아쉬운점도 물론 있지만 모든 시즌을 재미있게 봤고 시즌3에서 감독이 전하려 애쓴 메시지가 마음에 들었기에 넘쳐나는 혹평에 마음이 아프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사람들이 원한 결말은 뭐였을까? 성기훈이 두 번째 게임에서도 우승하는 것? 위하준이 이병헌을 만나 그의 진실을 알게되고 성기훈과 함께 게임을 중단시키는 것? 노을이가 게임의 판을 뒤흔들고 성기훈을 돕는 것? 혹평하는 이들 대부분 나름 자신이 원한 결말이 있었을 것이고 성기훈의 죽음은 허무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주인공 성기훈


시즌1은 공개 후 추석연휴때 멈추지않고 쭉 몰아 봤는데 몰입감이 대단했다. 다음회차가 궁금해 도저히 멈출수가 없었다. 모든 이야기가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미덕 1순위는 ‘재미’라고 생각하기에 시즌1이 마음에 들었고 서바이벌게임 소재 드라마가 가진 냉혹함, 드라마에 등장하는 게임들이 가지는 신선함, 성기훈이라는 캐릭터가 찌질함에도 불구하고 미약한 정의감과 인간적인 모습을 가진게 좋았다. 그냥 재미있는 드라마 하나가 나왔네 싶었는데 전세계적으로 너무 큰 흥행을 해버려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은 걷잡을 수 없었고, 감독은 엄청난 부담감속에서 시즌2와 3를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시즌2와 3에서의 성기훈은 스케일이 어디까지인지도 모를 이 엄청난 게임판 자체와 싸울 결심을 한다. 애초부터 실패가 예정된 도전이었다. 찌질하고 못난사람이지만 최소한의 인간성을 지키려는 의지가 성기훈이 가진 캐릭터의 가장 큰 힘이고 성기훈이라는 사람을 규정하는 조건이다. 그는 455명의 목숨값을 자기 자신을 위해서 쓸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 돈을 가지고 남은 인생을 견디기 위해서는 게임판으로 다시 들어가 게임을 멈추는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시즌3는 그의 쿠데타가 실패한 후 함께한 이들 대부분이 죽은 가운데 살아남은 성기훈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죄책감으로 짓눌리던 그에겐 원망의 대상이 필요했을것이고 그래서 강하늘을 죽이는걸 스스로 정당화한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내면 깊은곳에서는 강하늘의 잘못이 자신보다 크지 않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자살하려 했을 것이고.


아기의 탄생


시즌3 초반에 결국 아이가 태어나버렸는데 드라마가 진행되는 내내 이 잔혹한 살인게임장에 약하디 약한 신생아가 함께 있는게 너무 마음이 불편했다. 모유를 먹인다고 쳐도, 진행요원들이 기저귀는 제공해주나? 애 엄마가 아무리 젊어도 출산 후 저정도로 움직이는게 가능은 한가? 신생아는 시도때도없이 밥달라고, 기저귀 갈아달라고 우는데 저 아기는 왜저렇게 얌전한가... 출산경험자로서 좀처럼 몰입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런 무리수의 설정을 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영화 칠드런오브맨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감독인터뷰를 보니 역시 그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아기를 등장시킨것이라고 한다. 스스로의 선택으로 오징어게임에 참가했지만 자신이 게임의 말이 아닌 인간임을 증명하고 싶었던 성기훈은 아기를 살리고 죽음을 택한다. 애초에 이 게임판 자체와의 싸움을 시작한 성기훈이기에 당연한 선택으로 느껴졌다.


생존과 의미


드라마의 결말이 불편한 사람들을 보며 유시민작가님이 인간의 유형을 생존과 의미 두가지중 어느 것을 우선순위로 두냐에 따라 나눈게 생각났다. 생존은 인간의 가장 큰 욕구지만 의미가 더 중요해 때론 자신의 목숨을 던져 그 의미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 보수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대체로 생존이라는 가치가 제일 중요해 돈을 많이벌고, 삶을 더욱 풍요롭게 사는데 관심이 많다. 진보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의미가 가장 중요해 사는게 좀 고달프더라도 자신이 지키고자하는 가치에 힘을 더욱 쏟는다.


평범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 생존과 의미사이에서 흔들리고 방황하며 살아간다. 성기훈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건 그만큼 생존을 제 1의 가치로 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고, 황동혁감독은 그런 사람들에게 우리가 최소한의 인간성을 지키지 않으면 이 거대한 세상의 생존게임 속 말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생존이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조유리를 죽이려는 양동근을 칼로 찌른 엄마의 선택 또한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이라도 자신이 살겠다고 가장 약한 존재(엄마와 아기)를 죽이려드는 모습을 보고 엄마로서 막지 않을 수 있을까. 나 또한 양동근 엄마처럼 자식이 그런 악한짓을 저지르는걸 눈앞에서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성향의 엄마이기에 충분히 이해가 되는 장면이었다.(물론 그게 나였다면? 이라는걸 상상하는것만으로도 너무 고통스럽다.) 내가 죽든, 같이 죽든 사랑하는 사람이 인간이길 포기하고 선을 넘는걸 지켜보는게 가장 힘들 것 같다.


하지만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나또한 그런 게임속에 던져지면 살려고 온갖 쓰레기같은 짓을 하며 눈이 돌아버릴지도 모르지. 내가 추구하는 삶은 가치를 지키는 삶이지만 내 안의 생존본능이 나를 어떻게 변하게 만들지는 모를 일이다. 오징어게임 참가자들의 모습은 슬프고, 불쾌하고, 밉고, 안쓰럽지만 그 모든 모습들은 사실 우리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들이겠지.


감독이 결말을 바꾼 이유


다수의 사람들이 원하는 서바이벌게임소재 드라마의 결말은 그래서 어쩌면 끝까지 인간성을 지키는 강인하고 능력있는 인물이 악의 무리와 싸우고 살아남아 행복해지는 비현실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원래 감독이 계획한 결말은 성기훈이 살아남아 딸을 만나는것이었지만 세상이 더욱 더 살아가기 힘들어지고 있는데 그렇게 결론을 내는게 맞는지 고민하다가 결국 성기훈이 다음세대를 위해 희생하는 것으로 수정했다고 한다.


서사에 구멍이 많고 위하준 캐릭터는 그냥 소모만 된 것 같아 아쉽고 프론트맨의 이야기도 짧고... 혹평하는 이들의 지적에 동의하는바가 많지만 감독이 가진 문제의식과 간절히 전하고싶은 그 메시지에 나는 납득을 했다. 엄청난 성공을 거둔 드라마의 시즌2와 3를 만들면서 그는 전 세계에 어떤 얘기를 해야할지 고민했을 것이다. 단순히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이야기를 만드는 안전함을 택하지 않고 뚝심있게 하고싶은말을 밀어붙인 그의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생존하는 것, 물론 중요하지. 나도 오래오래 가능한 잘 살고싶고 내가 아무리 의미와 가치를 부르짓어도 내가 편하고 내 가족이 행복해지는 길 앞에서 그런 가치같은걸 내팽게칠수도 있는 나약한 인간임을 잘 안다. 그래서 그렇게 살지 말자고 말하는 작품이 좋다. 인간이 되기위해 우리가 지켜야하는 최소한의 선을 이야기하는 이 소중한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는것도, 내 나라에서 만들어진 작품인것도 너무 좋다. 작품이 가진 단점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너그럽게 이 드라마를 보며 캐릭터들을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분명 많은것들을 느끼게 해줄 드라마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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