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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오묘 Jun 29. 2023

(책추천) 1. 설득의 논리학, 털 없는 원숭이

누군가 나에게 비문학 책 추천을 부탁한다면 나는 가장 먼저 아래의 두 권의 책을 추천할 것이다.


1. 설득의 논리학

2. 털 없는 원숭이


책을 구분하는 기준 중에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문학과 비문학으로 나누는 것이다. 문학은 소설, 시, 수필 같은 것들이고 비문학은 문학을 제외한 전부이다. 나는 요즘 문학을 즐겨 읽는 편이지만, 한 때는 비문학 책만 읽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 문학 책만 읽는 사람은 오로지 문학 책만 읽고 비문학 책은 잘 읽지 않는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독서 편식이 발생하는 이유는 책을 읽는 목적과 관련이 있다. 비문학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정보를 얻고 지식을 쌓기 위함이다. 위에 언급한 두 권의 책은 비문학 책을 읽는 목적을 충분히 충족시켜 줄 것이라 확신한다.


사실 베스트셀러나 그 이상을 넘어선 스테디셀러들 중에서도 읽을만한 책들이 수두룩하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다. 너무 많은 탓에 선택 장애가 오는 것이다. 시간만 허락된다면 총균쇠, 사피엔스, 이기적 유전자, 코스모스, 정의란 무엇인가, 지대넓얕 1편(0, 2편은 제외) 등등 순서대로 한 권씩 다 읽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책들이 한결같이 두껍고, 한 번에 이해되지 않는 내용들도 있다. 백수가 아닌 이상 한 달에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으면 선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내가 추천한 책들은 쉽게 읽을 수 있고 소주제로 나뉘어 원하는 주제부터 토막 읽기가 가능하다. 그리고 독서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미 위에 열거한 베스트셀러 책들을 모두 읽었을 확률이 높다.


내가 추천하는 두 권의 책은 분명 잘 쓴 책이다. 잘 쓴 책에 대한 내 기준은 아래와 같다.


1. 흥미로운 주제인가?

2. 잘 읽히는가?

3. 새로운 정보가 있는가?

4. 현학적이지 않은가?   


3번까지는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4번은 좀 난해하다. 현학적이란 단어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다지 학식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대중서를 읽고 취미로 소설이나 에세이를 쓰는 일반 대중이지 학자층이 아니다. 그래서 현학적인 대중서는 불편하다

전문가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논문이 아닌 대중서를 쓰는 경우에도 종종 자신들의 지식을 너무 과시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작가는 별것도 아닌 내용을 포장하기 위해 잔뜩 폼을 잡은 채로 글을 쓰기도 한다. 지식의 저주인 걸 알면서도 어렵게 쓸수록 자신의 품위가 올라간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나는 그럴 때마다 작가의 이름보다 출판사가 어디고 편집자가 누구인지를 먼저 살핀다. 작가만 나무라는 것은 도의가 아닌 것 같다. 현실 감각 없는 작가가 뭘 알겠는가? 안목 없는 출판자가 더 반성해야 한다.

참고로 글 쓰기의 원칙 중 하나는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쓰는 것이다. 내가 추천하는 두 책은 이 원칙을 잘 지켰다.



<설득의 논리학>은 우연한 계기로 읽게 됐다. 책을 고르는 기준 중에 제목이 9할이라고 했던가? <설득의 심리학>을 잘못 입력한 탓에 이 책을 검색해 버렸다. 처음엔 이 책이 설득의 심리학의 유명세를 빌려 제목으로 독자를 낚으려는 불순한 의도의 책인 줄 알았다. 그래도 논리라는 단어에 이끌려 집어 들었고 몇 페이지를 읽어보니 흥미로웠다. (참고로 설득의 심리학이 더 재밌다.)

내가 유치원생 때였을 것이다. 그 당시 <반갑다 논리야>라는 책이 굉장히 유명세를 탔고 우리 집에도 한 권 꽂혀 있었다. 그 시절부터였던 것 같다. 사람들은 논리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으면서 논리에 대해서 쉽게 떠들어 댄다. '논리 있게 말해라.', '논리가 부족한 보고서다.', '논리에 어긋난 행동이다.' (어디서든 왕왕 듣는 말들이다.) 논리가 도대체 뭐길래?

이 책은 한마디로 논리 실전서다. 책의 제목처럼 누군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내용이 간결하고 정리가 잘되어 있어 가전제품 설명서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소크라테스나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역사적 인물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이 책 한 권만 제대로 읽어도 논리가 무엇인지, 논리가 왜 중요한지, 어떻게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글을 써야 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시중에 팔리는 글쓰기 방법론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을 빠에 이 책 한 권 읽는 게 낫다.(경험이다.) 글을 잘 쓰려면 논리적으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글은 논리가 전부다(라고 주장하고 싶다). 글에 논리가 없으면 저자의 취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글이거나 아무 말 대잔치나 다름없다.

글은 생각을 문자로 옮긴 것이므로 논리적인 글을 잘 쓰려면 항상 논리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논리력이 더 높아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털 없는 원숭이>라는 책을 처음 알게 된 건 굉장히 오래전이었다. 하지만, 읽은 건 몇 년 전이다. 아마도 <사피엔스>를 읽지 않았더라면, 이 책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사피엔스>를 너무 재밌게 읽은 덕에 <이기적 유전자>도 읽었고 마침내 이 책까지 도달했다. 역설적인 것은 이 책이 나온 덕에 <이기적 유전자>가 출간될 수 있었고 <사피엔스>까지 영향이 미쳤을 것이라 생각한다.(사실 <사피엔스>는 <총균쇠>의 영향이 더 크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바로 읽고 싶을 만큼 끌리지 않았다. 주제도 관심사 밖이었고, 표지에서 부터 전해져 오는 오래된 책의 느낌이 막연한 거부감을 일으켰고, 고전 소설의 참을 수 없는 지루함 같은 게 잔뜩 묻어 있을 거란 편견도 있었다. 과학계는 나날이 새로운 연구 자료들을 쏟아내는 데 오래전에 쓴 과학 책을 읽는 게 못마땅했을 수도 있다. 아마도 '윈도우95' 설치 CD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결국 읽었다. <이기적 유전자>를 다 읽고 비슷한 책들을 찾아보다가 이 책을 다시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바로 읽은 것은 아니다. 이미 <이기적 유전자>를 읽기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들의 목록이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은 후 순위 어딘가에 저장해 두었다. 그러다가 웹소설(19금)을 쓰기 시작하면서 급하게 읽기 시작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 대해서 먼저 이해를 해야지 내가 원하는 원초적인 글이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책 덕분인지 19금 웹소설은 한동안 랭킹 1위도 찍었고 성왕리에 완결 지었다.)

이 책은 호모 사피엔스(우리)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설명한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호모 사피엔스는 원숭이(동물)라고 정의하는 것부터 굉장히 도발적이고 흥미롭다. 요즘 사람들은 고등 교육을 잘 받은 덕에 진화와 관련된 정보들을 받아들이는 데 별 거부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처음 출간 된 1967년도에는 그렇지 못했다. 그 당시 종교계는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이견이 많았다.(따로 조사한 건 아니고 서평에 그렇게 적혀 있다.)

진화라는 주제로 종교계의 공분을 산 책의 시초 격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있다. 바로 그 유명한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다. '진화론'이 시작이라면 <이기적 유전자>는 끝이라고 생각한다.(지극히 내 생각이다.) 이 책은 두 책의 중간에서 끝 사이에 있다. 이 책으로 인하여 <이기적 유전자>가 나올 수 있었다. 이 책은 '진화론'의 관점을 계승했고 심화해서 찰스 다윈을 지지했다.

책 장을 넘길수록 사람은 이성으로 살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본능의 범위 내에서만 존재하는 것 같다. 영장류의 습성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사는 정글과 사람이 사는 도시는 장소만 다를 뿐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학자들이 쓴 책은 둘 중 하나다. 지루하거나 어쩌다 재밌거나. 이 책의 저자는 유발 하라리나 리처드 도킨스만큼 글을 재밌게 쓸줄 안다. <사피엔스>, <이기적 유전자> 같은 인류의 진화를 다룬 책들을 재밌게 읽었다면 이 책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두 권 모두 읽으면 좋겠지만, 재미를 원한다면 <털 없는 원숭이>, 지식을 원한다면 <설득의 논리학>을 읽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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