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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오묘 Aug 03. 2022

(에세이) 15. 인생은 인과관계

"인과관계없이는 아무것도 없다. 인과관계가 전부다."


故노무현 대통령이 연설문 비서였던 강원국 작가에게 한 말이다.


인과관계는 원인과 결과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논리적이다. 인생도 인과관계의 연속이기 때문에 논리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논리보다는 큰 목소리를 앞세워 막무가내로 우기는 사람이 존재한다. 논리는 상식이자, 주장이 타당하고 합당한가를 가늠하는 기준이다. 논리 없이는 그 어떤 주장도 용인하면 안 된다. 그러나 아직도 무논리로 논리를 격파하려는 사람을 왕왕 목격할 수 있다. 이런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 무척이나 피곤하다. 큰 바위와 대화를 해도 이보다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이런 사람에게 시달릴 때면, 사람을 단순히 '논리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를 하게 된다. '논리' 단 하나만을 가지고 '사람이다' '아니다'를 나누는 내 모습이 더 비인간적 일지 모르겠지만, 논리는 인간답게 살려는 사람에게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 믿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무논리적인 사람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피해 의식이 있다. 인과관계를 모르기 때문이다. 피해 원인을 찾기보다 결과에만 매몰되어 신세 한탄한다. 원인은 오로지 남 탓, 운 탓으로 치부하면 간단히 끝나버린다. 자신의 생각이나 행실이 잘못됐다는 생각은 애초에 할 수 없다. 살면서 그런 사고방식을 가져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원인을 분석할 지능이 없을지도 모른다. 혹은 세상만사 우연의 법칙에 의해 돌아간다고 믿어버리면 편하기 때문이다. 성숙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계속해서 비슷한 패턴의 갈등과 이별을 겪고 있다면,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무논리적인 사람이 아닌가 의심해 보자.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사람은 사이비 종교인이나 다름없다. 잘못된 믿음을 전제로 자신에게 발생하는 문제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고 구원해 줄 신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영적인 믿음보다 과학적 사실을 신봉하는 나로서는 터무니없는 신념이라 생각한다. 인생의 모든 결과는 필연적이다. 연설문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인과관계가 전부다. 고대 그리스 연극. 위급하고 복잡한 상황이 발생하면 갑자기 하늘에서 신이 내려와 모든 문제를 해결해 버린다. 이 연출 기법을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고 하는 데, 무논리로 피해의식에 빠진 사람의 발상과 동일하다. "왜 나한테만 이런 안 좋은 일, 안 좋은 사람이 계속 꼬이지?" 모든 문제는 갑자기 하늘에서 툭 떨어져 피해를 입혔다고 생각한다. 논리나 인과관계 따위의 사치를 부릴 여유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고대인 수준의 정신세계에서 진화하지 못한 인류다. 현대인과는 어울릴 수 없는 촌스러운 인간이다.


'운칠기삼'이란 말이 있다. 액운과 길운은 반드시 존재한다. 한낱 인간 따위가 운을 거부할 수는 없다. 오로지 길운이길 바라며 확률에 맞기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확률은 누가 만드는가? 바로 인간이 노력으로 만든다. 바른 생각과 바른 행실은 분명 액운의 확률을 낮추고 길운의 확률을 높일 것이다. 반면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외부 탓만 하는 사람은 액운의 확률만 높일 것이다.


자신에게 발생한 문제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고 외부를 존중하는 게, 인간관계를 넘어 인생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더 이상 안 좋은 일, 안 좋은 사람만 꼬인다는 한탄을 거두자.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자. 그것은 필야 진리일 것이고, 인생을 올바르고 정직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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