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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Iris Feb 28. 2022

중동 외항사 승무원, 입사 전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외로움과 고립감





오늘은 제가 사막의 꽃, 카타르 도하를 베이스로 두었던 카타르 항공의 승무원으로서 근무하면서 느꼈던 점을 바탕으로 중동 외항사 승무원이 되기 전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그 첫 번째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해요.

승무원을 꿈꾸시거나 중동에서 일하고 싶은 분들은 더욱더 주목해 주세요!



외로움을 잘 견디는 성격인가?



01. 문화적 고립감


당신이 거주지는 이슬람 사막국입니다.


중동은 익히 알려져 있듯 종교적, 문화적으로 우리와는 매우 다른 생활양식을 가지고 있어요.


하루에 몇 번은 전 도시에 이슬람 경전이 울려 퍼지고, 승무원 합격 후 트레이닝을 받을 때에도 또 현직에서 서비스를 할 때에도 이 종교·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래서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고 자란 우리 입장에서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도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의 사회와 문화에 들어간 손님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들의 생활양식을 존중해야겠죠?


저는 도하가 주는 그 이국적임이 좋을 때도 많았지만 그곳에서 거주하며 생활하고 살기에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답니다. 저는 더욱이 미국에서 대학 생활을 했기 때문에 한 편으로는 쉽게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그래서 더 어려웠던 점도 많았던 것 같아요.


일단 여러분이 일하거나 살게 될 도시의 생활양식과 분위기를 한번 잘 살펴보시고 나의 가치관이나 라이프스타일과 맞는지 판단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02. 업무 시스템이 주는 고립감


팀이었지만 팀이 아니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하고 싶은 외로움은 바로 중동 외항사 그 특유의 업무 시스템이 주는 외로움입니다. 이건 사람에 따라 장점 혹은 단점으로 발휘될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만, 일단 한국 항공사들은 "팀 비행"으로 정해진 기간 동안은 똑같은 팀으로 계속 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중동 항공사들은 다릅니다. 


워낙 취항지도 많고 각기 다 다른 스케줄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매 비행마다 크루들이 바뀌어요. 


단체생활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 저로서는 매번 팀이 바뀌는 이 시스템이 새로운 크루들도 만날 수 있고, 설사 불편하게 만드는 한 명의 미꾸라지가 있다 해도 "오늘 보고 말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이겨내곤 했는데요, 이렇게 좋은 점도 있지만 돌아보고 나니 외로움을 야기하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반대로 이야기하면 너무 좋은 팀이나 크루를 만났을 때에도 하루 이틀이면 팀이 해체가 되기 때문입니다. 다들 랜딩을 하고 헤드쿼터로 돌아오면 내일 또 볼 것처럼 해맑게 웃으며 비행 너무 좋았다며 서로 또 보자고 하며 뿔뿔이 흩어집니다.



사실 이게 좋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엔 엄청 허무, 허망? 텅 빈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그 크루를 다시 다른 비행에서 언제 만날지도 미지수이고 워낙에 직원이 많은 대형 항공사라 만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면 따로 전화번호 주고받고 연락하며 지내면 되지 않겠냐고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그 점도 쉽지 않아요.


시내 곳곳에 자리한 셀 수 없이 많은 승무원 아파트,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면 될 대중교통 (지정된 택시나 우버로만 이동해요.)


각기 다른 데이 오프와 로스터 때문에 도하에선 스케줄 잡기가 매우 어렵답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열심히 약속을 잡고 놀러 다니는 활발한 크루도 많이 봤어요. 하지만 저처럼 집순이 기질이 있으신 분들은 이런 모든 악조건을 뛰어넘으면서까지 한 번 만난 크루를 다시 만난다는 게 마냥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03. 직업 자체가 주는 고립감



당신의 달력에 생일, 기념일, 명절은 없습니다.



여러분이 이러한 기념일에 신경을 많이 쓰신다거나 가족, 친구와의 삶이 너무나도 중요한 사람이라면 고려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항공업계는 방학, 휴가철,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과 같은 명절/홀리데이가 성수기이고 여러분은 높은 확률로 들떠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사려 깊은 부사무장/사무장, 그리고 크루들을 만나게 되면, 여러분의 생일을 캐치한 동료들에 의해 갤리 (기내에서 승무원들이 밀 서비스를 준비하는 부엌과도 같은 공간)에서  소소한 생일 축하 파티를 할 수 도 있어요.



Happy Birthday!



저 역시 동료들과 함께 생일을 맞은 크루를 축하해 준 적도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이런 특별한 날을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챙기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부분도 있겠죠?


반대로 나는 괜찮은데 내 가족의 대소사, 친구들의 결혼 등 중동에서 한국에 있는 내 사람들을 매번 챙기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실제 이런 부분들이 처음엔 알고 감수한다, 별로 안 힘들 거다, 쉽게 생각하고 일을 시작한 승무원들이 연차가 쌓이며 힘들어하기도 하는데 이런 것들이 주요 원인이라기보다 일에 치여 힘들고 마음이 울적할 때에는 이런 것들이 갑자기 크게 다가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입사 면접 시, 이와 관련한 질문도 많은 편이에요. 이런 어려움이 많은데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고 해결해 나갈 건지 물어보는 면접관도 더러 있답니다.



오늘은 전직  카타르 항공 승무원이 들려주는 중동 항공사, 입사 전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외로움과 고립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어요.


다음 글에서는 입사 후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업무 관련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하루빨리 하늘 길이 더욱더 활짝 열리길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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