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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Iris Jan 11. 2021

오픈데이가 뭐죠? 먹는 건가?

열흘만에 외항사 승무원이 되었다.

    사실 단 한 번도 승무원을 꿈꿔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내가 언젠가 인생을 살면서 중동의 외항사 승무원이 될 것이라는 것도 예상치 못했다. 그동안 해오던 일이 따로 있었고, 승무원에 대한 동경이나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조차 가진 적이 없었다. 오히려 주변에는 승무원 지망생이나 전현직 승무원들이 꽤 있었음에도 말이다. 


    이것을 단지 직업적, 커리어적 취향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원래 나는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특히, 발레를 오랜 시간 해왔기 때문에 무대, 공연예술 쪽에 관심이 많았다. 그랬던 내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아니 일주일 만에 어떻게 승무원, 그것도 언제 채용이 뜰지 모르는 외항사 승무원이 되었을까?


    나 같은 케이스가 그리 흔하지 않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가지기 전 거쳐왔던 나의 커리어가 지나고 보니 승무원이 되는 데에 도움이 되어왔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렇기에 나의 이야기가 외항사 승무원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수많은 지표 중 하나는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직접 경험한 수기를 바탕으로 완성한 내용이므로 주관적일 수도 있음과 동시에 객관적일 수 있겠다. 나 같은 한 개인이 직접 경험하고 이루어 냈던 성과이기 때문에 다수의 케이스는 될 수 없어도 절대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이야기다. ‘오픈데이’의 오, 자도 모르던 내가 어떻게 승무원에 도전해 볼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어떻게 첫 시도에 합격이라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 



    그 계기는 요즘은 너무나 흔해진 유튜브로부터 시작된다. 우스갯소리로 다들 말하는 알 수 없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으로 뜬 몇 개의 영상들. 그때쯤 왜 인지 모르게 해외 항공사에서 일하고 있는 승무원들의 특별한 하루를 담은 브이로그가 꽤나 자주 뜨기 시작했었다. 그들은 우리가 쉽게 가지 않는 곳들을 가는 것은 물론, 일반 직장인의 삶과는 사뭇 다른 일상을 보내는 것 같았다. 언뜻 얘기를 들어보니 나름 복지도 잘 되어있는 것 같고, 특히 중동은 집까지 해결해 준다고 하니 꿈의 직장처럼 들렸다. 사실 그러면서도 내가 직접 해봐야겠다는 생각까진 미처 하지 못했고,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올라오는 영상을 보고 있었을 무렵, 그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어머니의 유튜브 계정에까지 미쳤던 모양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외항사 승무직에 지원하게 된 나의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그 알고리즘에 선택된 어머니의 권유이다. 가족들까지 추천을 하니 어느새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밤부터 외항사 승무원이 되기 위해 하나 둘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몇 개의 유명 카페를 가입하고 둘러본 다음, 그곳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궁금한 건 그때그때 블로그 검색 글을 통해 데이터를 모아 나갔다. 


    외항사는 우리나라 항공사들이 시행하는 공채의 개념보다는 자신들이 필요한 때에 필요한 국적의 인원을 채우는 ‘오픈데이’ 방식을 주로 따른다는 것을 알았다. 그중에서도 누구나 이력서 한 장만을 가지고 면접장에 들어가 면접을 보는 방식을 ‘오픈데이,’ 반면 1차 오픈데이에 합격한 사람 혹은 사전에 온라인으로 먼저 심사를 거치고 합격되어 초대를 받은 사람이 참석할 수 있는 ‘어세스먼트’ 형식으로 나누어 지칭한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나는 대면 면접을 선호하는 편이다. 일부 항공사에서는 영상이나 화상면접으로 1차를 진행한다는 곳도 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되어 속도, 화질면에서 면접을 진행하기에 무리가 없다고 해도 실제 사람을 마주하며 전달되는 이미지, 분위기, 말의 전달력 등은 대면 면접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합격률 역시 낮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한국에서 오픈데이가 열리지 않는 이상 직접 오픈데이가 열리는 국가에 가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비용면에서는 훨씬 절감할 수 있지만 나는 이왕 도전해보기로 한 이상 과감하게 직접 오픈데이에 찾아 가보기로 결심했다. 


통상적인 오픈데이 지원자의 드레스 코드


    내가 추천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안전한 오픈데이 일정 확인 방법은 해당 항공사의 공식 홈페이지의 채용 페이지이다. 수시로 업데이트가 되기 때문에 직접 가서 영문으로 확인을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그렇게 나는 카타르항공의 오픈데이 일정을 확인했고 가장 가까운 국가로 대만, 그 공고를 확인한 시점을 기준으로 약 일주일 뒤에 오픈데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호텔과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게 된다. (마음 정하다가 앞의 3일을 허비한 것은 안 비밀)


     결국, 바로 일주일 뒤 대만에서 열릴 오픈데이를 참여하기 위해 갑자기 학원이나 과외를 시작하기엔 늦은 감이 있었다. 당시 국제학교에서 교사로서 근무도 하고 있던 터라 스터디 그룹에 들어가 연습할 틈도 없었다. 할 수 없이 퇴근하고 집에 오면 남는 시간을 쪼개 새벽까지 혼자 틈틈이 면접 준비를 했다. 


    그리고 정신 차려보니 어느새 나는 대만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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